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y cozy Dec 11. 2023

세상이 없어져도 프렌즈 결말은 보고 싶어

영화 ‘Leave the world behind’  (스포 있음)


출처 넷플릭스

사람들이 새벽부터 억척스럽게 사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인생에서 뭔가 이루어보겠다고 열심히 살더라고.. 문득 다시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떠올랐고 명확한 사실을 깨달았지 난 인간들이 싫다는 거.

출처 넷플릭스

영화 초반엔 아만다(줄리아 로버츠)의 감정에 이입이 됐다. 일과 삶에 치여 지칠 대로 지친 맘을 달래려 큰맘 먹고 빌린 휴양지 주택에 난데없이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같이 묵자고 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불길한 상황들이 펼쳐지는 생각만해도 스트레스 받는 상황…

출처 넷플릭스

아만다의 딸은 NASA 티셔츠를,  아들은 obey티셔츠를 입었다. NASA는  미국인들의 개척정신, 어려움을 돌파한다는 의미를 , obey는 상황에 복종하고 굴복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출처 넷플릭스

대체 그 드라마에 왜 꽂힌 건데?

보면 행복해져. 지금 그 느낌이 필요해.

이 세상에 희망이 없더라도 그들의 결말은 알고 싶어.

난 그들이 좋거든.

좋아하지 마. 나라면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질 거야.


이 대사에서 맘이 많이 찡했다.

세상이 곧 없어질 거 같은 상황도 막지 못하는  로즈의  프렌즈 시리즈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제 겨우 인생을 시작한 나이에 좋아하는 걸 볼 수 없는 현실은 로즈에게 너무 가혹하다.

오빠는 말한다. 더 이상 좋아하지 말라고.  나라면 다른 거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 그 말을 들은 로즈의 눈빛은 더 슬퍼 보인다.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세상이 없어질 거 같은 상황에서도  로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있는 그대로  추구하고 갈망한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단순한 진심에.

출처 넷플릭스

강가에 사는 한 남자가 강물이 넘치니 대피하란 방송을 듣는데 그는 기도만 하며 아무 데도 안 가요.

어떤 남자가 배를 몰고 오고 헬리콥터가 와도 안 가다 결국 죽은 남자는 하늘나라에 가서 신에게 따지죠.

왜 안 구해줬냐고. 신은 말하죠. 너에게 재난방송과 배와 헬리콥터를 보내줬다고.

기다리는 건 그만할래요.

갑자기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로즈..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지.

언제나 의식도 못한 채로 세상 모든 생명에게 상처를 줘. 그리고 종이 빨대와 동물 복지 제품을 쓰며 죄책감을 잊지. 웃기는 건 다들 속으론 알고 있다는 거야. 모두가 거짓 속에 살며 합의된 집단 망상에 빠져 자신들의 끔찍한 실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걸.

동의해요…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끔찍한 존재라 해도 우리가 의지할 건 결국 서로 뿐이에요.

이 영화에서 보내는 메시지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인간에게 치여서 서로를 혐오하고 부정한다 해도 결국은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걸 도울수 있는 존재는 서로라는걸.


 난 내 모습이 싫어

이렇게 차가운 모습이 싫어

사람들이 싫다고 말하지만 실은 사람이 그리워

비슷한 사람끼리 더 싸운다고 하는 말처럼 아만다와 루스는 첨 만난 때부터 서로 불쾌함을 느낀다.

서로에게서 차갑고 냉소적인 자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일 거다.  나 또한 예전에 맘에 들지 않는 동료가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싫어하던 나의 퉁명스러움이 그에게서 투영되는 게 싫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아만다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에게서 투영된 자신의 모습들을 마주하는데 지쳤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너무 싫지만 결국은 사람다운 사람이 그리웠던 것일수도..

출처 넷플릭스

재난 상황이 된 후 엄청난 수의 사슴들이 자주 출몰하여 사람들을 에워싼다.

여기서 사슴 떼가 왜 자주 출몰해서 인간들을 응시하는지 알수 없지만  사슴떼는 마치 알 수 없는 두려운 현재를 마주한 상황, 경고, 날것 그대로의 원시적인 재난 상황에 둘러싸여 있음을 뜻하는 듯하다.

사슴 떼에게서 둘러싸인 루스를 아만다가 발견하고는  현실을 벗어나고픈 고함과 몸부림으로  둘은 같이 상황을 극복한다.

출처 넷플릭스

난 폰과 GPS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요. 근데 내 아들이 아파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만반의 준비가 된 사람이잖아요.

당신이 그랬잖아요.

가족을 위해서 뭐든 한다고. 나도 그래요. 간절히 부탁할게요. 제발 내 아들을 도와주세요.

아빠 클레이는 조금은 무능력해 보이고 순종적인 성격으로 보인다.

재난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해 온 이웃남자와는  다르게 클레이는 아들이 아파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오직 자신이 가진 모든 현금과 자존심을 내어주며 이웃에게 빌고 빈다.

장총이 자신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족을 위해선 뭐든 다하겠다는 맘이 같은 아버지로서 통했는지 경계심으로 똘똘 뭉친 이웃의 맘을 움직인다.

출처 넷플릭스

신이 사람을 통해 보트를 보냈고 헬기를 보냈던 거처럼 로즈는 기다리는 걸 멈추고 스스로 벙커 하우스를 찾아낸다.  

아만다가 갑자기 휴가를 가고 싶었던 것도

이 숙소에 머무르게 되었던 것도 과연 우연일까?

숙소 주변에 벙커 하우스가 있는 있었던 것도 우연일까?  

아만다는 이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하고는 그렇게 원하던 프렌즈 마지막 회를  설레는 맘으로 튼다.

희망이 없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프렌즈를 보겠다는 의지로 그녀는 희망을 찾았다.

그녀뿐 아니라 가족들도 다 같이 살리는 희망을.



매거진의 이전글 묘한 안심과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