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y cozy Dec 31. 2023

묘한 안심과 위로

아바타 물의 길을 보고

어떤 영화는 보고 나면 빨리 더 재밌는 영화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한다면

어떤 영화는 보고 나면  내 안의 자고 있던 의식이 깨어지고 여러 가지 영감으로 마음이 충만해져  오늘은 더 이상 다른 영화는  보지 않아도 될 거 같은 맘이 들게 한다.


2024 새해를 이틀 앞둔 아침, 오랜만에 비가 부슬 부슬내리고 서늘한 거실보단 따뜻한 매트가 있는 침대에 머무르고 싶어  간단하게 커피와 차, 빵, 시리얼을 챙겨 온 뒤  그동안 보려고 미뤄두었던 '아바타 물의 길'을 틀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차츰  자연스레 나비족 편이 되어서 저 못된 인간들을 다 무찌르길 바라는 맘이 된다.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그들의 세상에 인간들은 불을 지르며 착륙하고 뻔뻔하고 당연한 듯 그들을 지배하려고 한다.


나비족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판도라 섬에 사는 동물들도 마구 살상을 하며  인간의 불로 장생에 좋다는  바다식물의 작은 신체일부를  비싼값에 팔기위해 어미와 새끼마저도 죽이고 만다.

미물들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그들만의 삶과 자유가 있다는 건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인간들이

 바다동물들을 발견하면 눈이 뒤집어져  얼른 돈 벌어보자!라고 소리치는 모습엔  '그놈의 돈돈돈..!'이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영화를 보며 가장 설레고 나 또한  경험해 보고 싶다고 느꼈던  장면은 바다 동물들과 교감하는 나비족들의 모습이었다.

우리 집 강아지의 눈을 바라보면 저절로 맘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듯 바다에 사는 나비족들이 자신들의 발이 되어주는 바다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교감을 하는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눈물이 나게 아름다웠다.



난 크던 작던 모든 생명들에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종교적 신념을 떠나 모든 영혼들은 아침에 깨어나듯 생을 시작하고  많은 일들을 겪고 부딪히며 사랑하고 싸우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다  또다시 밤이 오면 잠을 자듯  육체란 옷을 벗고 죽음이란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요즘 내가 밤에 잠이 들려할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두려움 중 하나는 언젠가는 마주할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이다.

부모님은 24살의 어린 나이에 나를 나아주셔서  지금은  친구 같이 지내고 감사하게도  건강하시지만 해가 가고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부모님과 더 오래오래 같이 하고 싶은 맘에 가끔  쓸쓸해진다.


  매일같이 안부 문자를 보내면  돋보기를 쓰고, 독수리 타법으로 제일 큰 문자크기를 한 카톡을 정성스레 보내주는 우리 엄마. 아빠는 카톡 하는 법을 아직도 모르시지만 내가 보낸 문자옆 1자는 금세 지워진다.

이렇게 보고 싶을 때 문자를 보내면 답장이 오는 부모님에게서 더 이상 답장이 오지 않는  상황을 가만히 상상하다 보면 우주미아가 된 것 같은 크나큰 상실감과 외로움이 느껴지곤 한다.


강아지보호소에서 입양한   우리 강아지는  1살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기록을 찾아보니 10살이었다.

출생 기록을 보관하고 있던 동물병원 수의사가 10살이라고 알려줄 때  진료대 위에서  오들오들 떨며 나를 빤히 바라보던 강아지를 보는데  눈물이 났다.  강아지 나이 10살은 사람나이 50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제 만났는데 헤어질 날이 얼마 안 남았을 수도 있단 사실이 너무 슬펐다.  다행히도 입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밥도 더 잘 먹고 살도 붙고 밖에 나가 걷는 것도 무지 좋아하고 사람들이 보면 다들 어린 아기 강아지로  봐주는 게 참 고마운 일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존재와의 헤어짐과 이별, 죽음 이란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야 함은 모두에게 고통일 것이다.


나비족이 되어 결혼한 제이크의 첫째 아들이 인간들과의 싸움에서 결국 목숨을 잃게 되고   꽃상여에 누워있는 아들을  바다에 묻어준다.


바다는 우리의 집.

 우리가 태어나기 전, 그리고 죽은 후 우리의 심장은 세상 안의 자궁에서 뛰고

우리의 숨은 깊은 그늘에서 타오른다.

바다는 주고 바다는 다시 가져간다. 물은 모든 것을 연결한다.

 삶에서 죽음으로 어둠에서 삶으로.

난 아들이 바다의 바닥에 다 달았을 때 부드러운 해초들이 아들의 몸을 감싸안는 장면에서 마치 죽음이  또 다른 시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으로 다시금  돌아가는 아들을 어머니처럼 받아주는 자연의 모습에서  참 따뜻하고 편안한 위로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연을 어머니처럼 존중하며 아름답게 살다가 다시 자연스레 자연으로 돌아가는 나비족의 모습이 멀게 느껴진 건  문명화된 세상을 살아오던 내가  뭔가 놓치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죽음뒤에도 사랑하는 이들이 따뜻하게 쉴 수 있는,  내가 생각하는 거보다 더 크고 좋은 세상이 있을 거란 묘한 안심이 드는 장면이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0.0001프로의 가시광선 영역이 우주의 다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경험을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것만 보더라도  그런 건 없다고 확언할 순 없는 것이니까.


미래에 일어날 일에 미리 슬퍼하던일은 이제 내려두고

하루하루 사랑하는 이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