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글을 자주 꺼내 읽고 싶어서
전자책으로 읽어 보고 맘에 와닿는 구절이 많았던 책들을 추리고 추려서 종이책으로 몇 권 구입했다.
소장하고 싶은 책들은 전차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목록이 늘어나고 있지만 재정상 무료배송이 가능한 100달러 이상에 맞춘 7권만 고르느라 나름 고심을 했다.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책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기다리던 이메일이 왔다.
많이 걸어서 까매진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장을 봐온 물건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나니 밖은 어둡고 쌀쌀해서 집에서 1분 거리인 우편함까지 갔다 올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따뜻한 조명을 킨 후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새책을 펼쳐보는 행복을 내일로 미루고 싶지 않아서 후다닥 우편함으로 뛰어가 택배 상자를 꺼내왔다.
목욕을 마치고 선풍기에 젖은 머리를 말리며 새책들을 하나하나 펼쳐 보았다.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볼 때 글자크기를 크게 설정해 놓은 것에 익숙해서 인지 오랜만에 종이책의 작은 글씨를 보니 작은 종이책의 크기와 더불어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내가 사고 싶던 책들을 손으로 직접 만지며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설렜다.
최근에 구입했던 한국 책들은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자기 계발서나 시집들이었는데 내가 사고 싶던 책들이 아닌 한국어로 된 책들이란 이유로 구입했던 거라 읽으면서도 아쉬움이 남았었다.
새해엔 내가 좋아하는 종이책을 몇 권 구입해 보자란 작은 목표가 있었는데 그 목표를 꽤나 빨리 이루(?) 었다.
사실 며칠 전 기분이 꿀꿀했던 것이 목표달성에 기여를 했던 것 같다.
그날은 일이 안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든 날이었고 전자책을 읽던 나는 갑자기 바삭거리는 종이책을 읽고 싶단 감정이 훅 올라왔다. 또한 블루라이트의 눈부심 없이 노란빛이 도는 편안한 종이 위의 활자를 읽고 싶었졌다. 내 마음이 불편하니 내 감각이라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종이책을 찾았던 걸까?
내게 안정을 주는 목록 중 종이책이 끼어있는 건 확실한 듯하다.
이번에 구매한 책들 중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란 책을 보고 있으면 명화를 통해 이렇게나 심리적 위로가 될 수 있구나 느끼게 된다. 심리상태에 걸맞은 명화를 고르는 작가의 안목도 정말 경이롭다.
'하지 않는 삶이란 책'은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이자 작가인 히조의 책이다.
작가가 살아온 삶과 지금 살고 있는 아늑하고 단정한 삶, 앞으로도 지켜나가고 싶은 읽고 쓰고 기록하는 일상들이 담백하게 쓰여있어서 계속해서 읽고 싶은 책이다.
'내향인입니다'와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란 책은 내향인인 나를 대신 설명해 주는 듯한
내향인들의 지침서 같은 책들이다.
나와 정말 비슷한 내향형 작가들이 외향적이길 강요했던 세상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성향을 지키며 살아왔는지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더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말‘ 은 따뜻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북 유튜버 현준의 에세이다. 우울증과 첫사랑의 실연, 투자로 고생했던 이야기까지 정말 솔직한 작가의 고백이 오히려 내 맘에 위로가 되어준다.
'행복해지려는 관성'과' 내일은 모르겠고 하루만 열심히 살아봅니다'란 책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이 많은 나에게 내려놓기와 집중하기를 생각하게 해 준다.
'좋은 하루는 좋은 삶보다 쉽고 명확하다. 인생을 내 뜻대로 사는 건 어렵지만 하루를 내 의지대로 살아보는 건 할만하다.. 이렇게 하루씩 애쓴 날들이 모여 만들어진 삶이라면 완성된 모습이 어떻든 나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다.. 지금을 통과하지 않고 찾아오는 미래는 없다. 모두 지금의 나를 통과한다. 나는 이제 불안이 몰려오면 무엇이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내일은 모르겠고 하루만 열심히 살아봅니다- 최현송
책을 받으면 좋아하는 구절은 연필로 밑줄도 긋고 내 생각도 적어 보자 생각했었는데 막상 새책을 받고 나니 더럽혀질까 봐 머뭇거리는 나를 본다. 일단 책의 하얀 여백은 깨끗하게 지켜 주며 맘에 와닿는 구절은 필사를 해봐야겠다. 내 맘을 움직인 구절들을 자주 꺼내 음미해보고 오독오독 씹어도 보며 내 맘에 폭 스며들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