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16.2024
아침형 남편과 살며 어느 정도 아침형 인간이 되었나 싶었지만 요즘엔 다시 저녁에 책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취침 시간과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나의 아침을 깨우는 건 강아지의 귀여움이다.
꼬순내 나는 강아지랑 잘 잤냐고 아침인사를 하다 보면 무거운 눈꺼풀이 조금씩 떠진다.
밤새 마려웠을 응가와 쉬를 얼른 누게 해 줘야 된단 생각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방문을 열고 나오면 보이는 창문.
어떤 날은 파란 하늘이 ,
밝은 햇빛이,
몽환적인 안개가 하루의 시작을 맞이한다.
오늘은 약간의 안개와 구름이 맞아준 날.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다.
요즘 소화도 잘하고 입맛이 돈 강아지는 저 작은 몸집으로 아침에 응가를 세 번이나(!) 한다.
배변 봉지를 들고 다니지만 다 썼는데 또 엉거주춤 앉을 땐 재빨리 커다란 낙엽으로 받아낸다.
잎이 큰 낙엽은 진짜 친환경 푸푸 백이다.
시원하게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 아침을 준비한다.
매일 먹던 에그 스크램블을 오늘 안 먹겠다고 해서
간단하게 커피와 토스트만 해줌!
강아지 아침도 주고 나면 난 동네 조깅을 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전자책들 목록을 쭉 훑어보고 오늘 뛰면서 들을 책을 고르는 건
아이스크림 고르듯 재미있다 :)
오늘은 완전 날씨가 따뜻한 봄날씨였다.
동네를 구경하며 크게 두 바퀴를 돌면 20분, 집까지 돌아가는데 딱 10분 정도 걸린다.
항상 마지막 3분 정도는 헥헥데며 걷는데 오늘은 신호등 기다리며 쉰 시간이 있으니 끝까지 뛰어보기로 하자! 마지막 인내력을 발휘해 보자며.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스킨케어를 챱챱해주고
재택일을 시작한다.
아이들 영어교육에 관한
정말 작은 내 용돈벌이 정도의 일이지만
새해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
집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일끝!
허기가 진다.
계란 세 개와 잘게 썬 양배추로 아주 두꺼운 프라이를 해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이 정도로(와플 수준)
두꺼워질 줄 몰랐는데 ㅎㅎㅎ 저녁까지 배가 안 꺼졌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탐구 집’을 보다 보니
집 안에 걸린 너무 귀여운 액자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언덕 위에 있는 자신의 집을 그린 것 같기도 해서
더 의미 있고 예뻐 보였다.
귀여운 액자에 영감을 받아 나도
집에 있는 두꺼운 종이로
우리 집 모양의 입체 액자를 만들어 보았다.
세로로 만들어서 좀 홀쭉해졌다.
가로로 만들면 좀 더 비슷했을 거 같은데..!
그래도 미니멀한 게 귀여워 보였다.
담에 또 다른 입체액자도 만들어 봐야지.
강아지와 저녁 산책을 나섰다.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가느다랗게 미소 짓고 있는 예쁜 달을 보며 나도 미소가 지어진다.
’ 이른 밤 산책길을 걸으며 하늘의 달을 보고
잠깐 웃는 기쁨을 잃고 싶지 않기에..
내 마음이 갈망하는 것을 빨리 채우려고 하면
조급함이 나타나 작고 연약한 일상의 행복을 밖으로 밀어낸다는 사실을요.
부디 당신은 마음의 행복이라는 평화를 고통 없이 오래도록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따뜻한 목소리 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