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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Feb 18. 2024

작은 자급자족

오늘 아침은 안개가 꽤 자욱했다.

그날의 날씨가 좋을수록

 아침의  안개는 더욱 자욱하고 뽀얗다.


오늘은 이불빨래하는 날.

우리 집 강아지가 갑자기 벗겨놓은 시트옆에서

등을 부비작 거린다.

공중에서 왔다 갔다 하는

조그만 발바닥이랑 분홍 배가 너무 귀엽다.


강아지랑 산책을 나갔다가 민달팽이가

느리게 선을 그리며 가고 있는걸 발견.

달팽이는 최고 속도로 가는거 같지만

이 속도로 가다간

사람들한테 밟힐 거 같아서

나무막대기로 들어 올려 흙속에 놔주었다.


나뭇잎에도

거미줄에도

갈댓잎에도 똑같이 맺힌 아침 이슬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예쁘다.

촉촉한 공기 속을 걸으며

조용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한 아침.


오늘은 다른 것보다 일을 먼저 시작했다.

할 일을 먼저 하고

맘 편하게 주말 일상을 보내고 싶기도 했고  

오늘은 일을 먼저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채워져 있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 중엔

기상 후 컨디션이 최상이어서

바로 일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젠 좀 달리기를 하고 나서 일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바로 일해보자 싶었던

매일 매일 다른 나의 바이오 리듬.



남편에겐

아침으로 스크램블과 토스트를 해주고

난 아침 겸 점심으로

어제 해놓았던 짜장에 밥을 비벼 먹었다.

살코기가 대부분인

큼직한 돼지고기를

물에 먼저 삶았다가 짜장에 넣었는데

퍽퍽하지 않고 야들야들하니

맛있었다!  


밥도 먹었으니 다시 일을 해야지.

더 이상 이놈의 잡초들이 자라나는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오늘 놈들을 제거하기로 맘먹었다..

남편이랑 같이 하자고 했는데

빨래가 힐링인 남편이 머뭇거려서

마저 다른 빨래 하라고 하고

나 혼자 나왔다.

첨엔 괜스레 나만 해야 되나

남편한테 화가 나고

조금 쟁기질을 했는데 허리는 왜 이리 아픈지

씩씩거리며 삽질을 했다.

삽이랑 쟁기를 번갈아 가며 잡초를 제거해주다 보니

운동할 때보다 땀이 더 많이 났다.

비 맞은 것처럼 땀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점점 몸과 맘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이 단순노동이 재밌어지면서

조금씩 깨끗해지는 내 작은 밭을 보니

뿌듯한 맘이 샘솟았다.




내가 좋아하는 미니멀리스트 블로거의 일상을

보다 보니

며칠 전부터

나도 내 밭을 가꾸고 싶단 맘이 점점 들게 된다.

그 작가는

노년이 돼서 먹는 것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삶이 꿈이어서

 지금부터 작게 빌린 텃밭을 일구고

야무지게 채소를 기르고 있다.

아 나도 잡초가 무성한 땅이 있는데!

볕이 잘 드는 뒷마당을 버려두지 말고  

채소를 직접 길러보고

작게나마 자급자족 하는 생활을

연습해 보고 싶은 맘이 들게 된 것이다.



뒷마당을 어느 정도 정리 했으니

모종을 사러 나갔다.

근데

너희들 왜 이렇게 예쁘니!

다 데려가고 싶구나

전에 한번 먹어보고 너무 부드러워서

또 먹어보고 싶던 버터상추와

한 번씩 따서 차로 마시고 싶은 케모마일,

가지, 방울토마토 모종을 샀다.

그리고 작약이 너무 예뻐서 하나를 사고

잎사귀 색이 참 특이해서 눈에띈,

마침 세일 중인 식물을  하나 샀다.


꽃다발은 내 기준 비싸서 자주 사지 못하는데

오늘 오랜만에 화분에 든

뿌리가 있는 작약을 사니

더 오래볼수 있을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엄마에게 물어보니

상추씨를 사서 뿌리면 더 많이 난다고 한다..

모종 비싸게 주고 샀는데 크흑..

비싸서 많이 못 산 모종 대신

상추씨를 좀 더 사야겠다.

그리고

담엔 뒷마당 농사 전문가 엄마에게

자세히 물어보고 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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