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1.2024
며칠 전 주말,
나와 남편은 아일랜드 식탁에 올라가
천장을 향해 벌 받는 자세 마냥
팔을 뻗고 있었다.
바로 아일랜드 위에 천장등을 달기 위해서였다.
전기를 내려야 하는데 냉장고가 너무 오래 꺼져 있으면 안 되었기에
제한 시간 한 시간 안에 후딱 해보자고 했다.
내가 바라던 로망 중 하나인 아일랜드 식탁 등.
머리 위로 낮게 작은 등 하나가 톡 떨어진 모습을 상상해 왔다.
가끔 아일랜드 식탁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 너무 훤한 흰색 천장등을 켜기보다
어두운 저녁공기 속 내가 앉은자리만 동그랗게 비쳐주는 따뜻한 노란 천장등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마치 돈가스 집 작은 구석자리나 어두운 위스키바에 낮게 내려온 조명등 같은 느낌으로.
나의 로망과 달리
천장등을 다는 일은 쉽게 되지 않았다.
두 개의 천장등 자리 중
한 개는 못이 빠지지 않아 브래킷을 달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크기가 안 맞는 못을 억지로 막아놔서 빼지 못하게 만든 건설사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다 다시금 머리를 천장을 향해 젖히고
두 번째 천장등 자리에 가까스로 브래킷을 달고
전선들을 플러스는 플러스끼리
마이너스는 마이너스끼리 연결해 보았다.
님편이 뒷마당으로 가서 전기를 올렸고
드디어 스위치를 올린 순간!
안 됐다.
"잘 돼?!"
남편이 마당에서 소리친다.
우린 전선 연결이 잘못된 거 같다고 판단하고 브래킷 덮개를 다시 열고 연결된 전선을 풀러 다른 선끼리 연결해 줬다
다시 마당에 나가서 전기를 올리고
스위치를 켰다!
안된다..
간단하게 달수 있을 거라 생각한 천장조명에 이렇게 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될 줄 몰랐고 그렇게 하고도 결국 작동을 하지 않으니 화가 났다.
관리 사무실에 전화를 해도 언제 온다는 보장도 없는것 또한 답답했다.
난 잠시 숨을 고르고
등을 일단 천장에 달았다.
전선을 연결하지 않은 채.
그리고 전구 자리에
손으로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충전식 램프를 본드로 붙여줬다.
일부러 산 예쁜 빈티지 전구를 달지 못할 바엔
이 램프라도 떨어지지 말고
단단히 붙어 있길 바라며 본드를 듬뿍 발랐다.
빈티지 전구를 결국 사용하지 못했지만
나름 따뜻한 노란빛을 내는 충전식 램프로
아일랜드 천장등을 완성했다.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조명을 켜봤다.
모든일엔 플랜비가 있는 법.
이젠 그래도
저녁에 너무 환한 천장등 보다
좀 더 아늑한 이 조명 아래서
밥을 먹거나 차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