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잔인한 텍스 시즌을 맞이하여
그동안 안 쓰고 아낀 돈까지 탈탈 털어
추가세금으로 다 내주어야 했기에
몇 달간 팁까지 내야 하는 외식은 하지 않아야 할 지출 일 순위였다.
어느 정도 한숨 돌리게 된 어제 남편은 갑자기
”안 되겠다 오늘은 햄버거를 사 먹을 거야 “ 라며
사탕을 참아온 아이처럼
햄버거에 대한 열망을 단호하게(?) 내비치었다.
솔직히 난 외식보다는 집에서 내속에 편하게 해 먹는 걸 좋아하는지라 바깥음식을 사 먹는걸 아주 좋아하진 않는다. 근데 몇 가지는 집에서 해 먹어도 그 맛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기름이 너무 많이 튀는 것들은 사서 먹는 걸 좋아한다. 치킨이 그중 하나다. 적절하게 짭짤한 맛과 바삭바삭한 튀김옷은 집에서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
사 먹는 걸 즐기지 않는 나도 몇 달간 외식을 안 하다 보니
머릿속에 치킨이 맴돌았다.
“햄버거보다 치킨 어떨까?”
남편도 치느님이라면 기꺼이 햄버거와 맞바꿀 수 있는듯 했다.
오랜만에 간 파파이스 세트메뉴는 10달러가 올라
46달러가 돼있었다. 워…
맥도널드 세트가 20달러를 넘어가니 뭐.. 말 다했다.
집에 소중히 들고 온 치킨이 담긴 뜨뜻한 상자를 여는 순간 올라오는 갓 튀긴 고소한 치킨향기..!
사이드로
짭짤하면서 고소한 버터향이 나는 통통한 비스킷과
부드러운 맥엔치즈, 따뜻한 그레비를 얹은 메쉬드 포테이토까지 맛있는 탄수화물이 다 모여있다.
몇 달 만에 먹는 바삭한 치킨은 정말이지 맛있었다.
남편도 나도 살면서 맛있다고 느꼈던 치킨 중 손안에 꼽는 맛이었다. 물론 치킨은 언제나 맛있는 게 진리이지만
그때 느꼈다.
정말 맛있는 치킨이란 정말 오랜만에 먹는 치킨이란 걸.
위장이 안 좋은 나인데 치킨과 콜라를 와구와구 먹었는데도 오늘따라 거북함이 전혀 없이 너무 소화가 잘되는 거였다.
뭐든 맛있어도 매일 먹으면 질리듯
아주 오랜만에 별미로 먹는 외식일 때 그 가치가 발하는구나. 그동안 비싼 돈을 내고 사 먹었던 외식에서 별 감흥이 없던 것도 이런 이유였을까.
너무 과잉이 된 별미는 더 이상 별미가 되지 못하고
더이상의 만족감도 감사함도 느끼지 못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다시 느끼며 우린 정말 오랜만에 치킨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가볍게 계속 올라버리는 외식값이 부담스러워서도
자주 사 먹지는 못하겠지만
외식은 너무 자주가 아닌 가끔 , 기다리던 특별한 날
먹을 때 더 맛있단 걸 느꼈으니
내일부턴 또 열심히 일상의
담백한 집밥을 만들어 먹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