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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달래는 월화의 무드 : 월화가옥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모든 순간이

차분하고 안온한


글ㆍ사진 ㅣ 변진혁



따사로운 초여름의 햇볕과 동해바다의 선선함 덕분에 해가 넘어가려는 즈음까지 열심히 놀았다. 약간의 피로함과 함께 강릉역으로 돌아왔다. 보통은 가벼운 저녁 식사 후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인데.


강릉역에서 약 5분 거리. 한적하고 조용한, 낮은 시선이 만들어지는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월화가옥. 주변 풍경에 녹아든 차분한 모습 덕분에 신경 쓰지 않으면 쉽게 알아채기 힘들 정도다.



월화가옥은 1970년대에 지어진 구옥이라고 한다. 고민가만의 따뜻한 느낌은 남겨두고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깔끔하게 하지만 너무 튀지 않도록 매만지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특히 동네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분함이 매력적이다.



목조 가옥도 물론 아름답지만, 정원뿐만 아니라 곳곳에 수고로움이 느껴지는 식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분 좋은 싱그러운 모습이 월화가옥만의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원 한편에는 작은 자쿠지도 있다. 따뜻한 차를 곁들이고 좋은 사람과 함께 발을 담그고 두런두런 실없는 소박한 얘기를 나누기 좋아 보인다. 음악은 차라리 없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곳곳에 실내와 정원이 대비되는 장면이 만들어지는데, 짧은 순간임에도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풀과 나무 꽃 어찌 보면 참 소박한 오브제임에도 쉼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가 아닐까 생각했다.



월화가옥의 첫 모습. 양감을 만들어주는 이곳저곳의 간접조명에 시선을 빼앗긴다. 흰 바탕 위에 목조 주택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통일된 색상의 가구를 배치하신 것 같다.



너무 세련된 느낌은 애써 피하는 것 같다. 한 톤 낮춰서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세련미를 주고 있었고, 곳곳에 놓인 빈티지 조명들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흰 바탕의 캔버스, 브라운 컬러의 가구, 약간의 생기를 더해주는 식물들, 그리고 커튼을 걷으면 선명하게 들어오는 푸른 정원의 모습. 월화가옥은 특정하고 또렷한 캐릭터 대신 이런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차분하고 편안히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무드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식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커피나 와인을 마시고 약간의 작업도 하다가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면 정원을 보면서 환기도 되었고, 모던한 B&O 스피커에서는 단단하면서도 둥글둥글한 공감각을 느끼게 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타발론의 티백이 웰컴 티로 준비되어 있었다. 월화가옥을 소개하는 리플릿에는 호스트의 꼼꼼함, 세심함이 채워져 있었다. 묵으면서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리플릿만 다시 봐도 대부분 해소가 가능했다.



월화가옥 내부 곳곳에도 꽃이 있었다모두 생화였으며 공간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꽃을 참 좋아하는데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오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거실과 부엌을 지나면 커다란 달이 떠 있는 다도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약간의 단차를 두어 분리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오목하게 팬 동그란 벽에는 노란색 간접 조명을 두어 마치 보름달 같은 느낌이 든다. 어둑한 밤에는 더욱. 월화가옥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조명이 동그란 형상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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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뮤다의 토스터, 전기 포트와 홀츠클로츠의 핸드드립 세트, 테라로사의 원두가 두 종류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세심한 디테일이 월화가옥 곳곳에서 보인다. '커피만' 두어도 충분할 수 있을 텐데, 그 정도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나 보다. 에티오피아 단품종 내추럴 가공 커피와 에스프레소용 블렌드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나는 내추럴 프로세스 커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금 힘들지만, 조금 더 힘내서 커피를 갈아 보았다. 기대한 만큼 딸기, 체리, 초콜릿 등의 내추럴 특유의 진하고 선명한 캐릭터의 맛있는 커피였다. 덕분에 잠깐의 티타임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었다.



자쿠지에서 나누던 대화는 이쯤에서 조금 더 깊어져도 좋을 것 같았다. 진한 커피와 함께 예쁜 보름달을 바라보거나 창밖의 푸릇한 풍경을 바라보면 다소 진지한 얘기도 덜 어색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시선을 조금만 위로 돌리면 구옥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말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어서 낡은 느낌은 전혀 없었고 월화가옥이 거쳐 간 시간만을 가늠해 볼 뿐이었다. 천장의 개방감 덕분에 답답한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뱅앤올룹슨 A9 스피커가 무드의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다. 웰컴 뮤직으로 보이는 월화가옥만의 플레이 리스트가 재생 중이었다. 그냥 두어도 좋고, '헤이 구글'로 무드를 바꿔볼 수도 있다. 이날은 CHS의 음악과 함께 했다. 초 여름에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예쁜 릴랙스 체어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톤 다운된 목조 프레임에 예쁜 컬러를 입은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적당히 단단하게 몸을 감싸준다. 여기 앉아서 음악을 듣고, 와인을 마시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하다 끝난 게 조금 아쉽다.



다시 뒤로 돌면 정면에는 침실 좌측에는 욕실이다. 시선이 닿는 곳곳에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다. 벽에 걸려있는 모던한 프레임도 눈에 띄고, 둥그런 모양의 도자기라든지, 장식장에 비치된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대신에 커다란 가전은 찾기 힘들다. 여기저기 쉽게 이동할 수 있는 LG 스탠바이미 덕분에 욕조에 몸을 담그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겠다. 모던한 디자인이지만 시선에 거슬림은 없는 다이슨 퓨어쿨이 공기 청정을 담당하고 있다.



침실에도 곳곳에 놓인 간접조명이 먼저 눈에 띈다. 덕분에 공간이 밋밋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조도도 충분했다. 작은 협탁 뒤에 놓인 조명 스위치가 재미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게 가려두기도 좋고, 그렇다고 버튼을 누르기 힘들지도 않고. 두 개의 협탁 조명은 각각 컨트롤이 가능해서 싸울 필요 없이 본인의 취침 스타일에 맞춰 조절할 수 있게 해두었다.



역시 침대 뒤로는 바깥의 푸르른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정면에는 파우더 테이블이 있고 거울 역할을 하는 동그란 빈티지 조명이 있었다. 침대에 누워 벽을 바라보면 역시 동그란 달이 떠오른 것 같은 모습이다. 월화가옥이라는 이름에 충실하다.



욕실. 린넨 커튼과 노란 조명으로 만들어 낸 실루엣이 꽤 예쁘다고 생각했다. 문은 없지만 조명이나 공조기는 모두 끌 수 있어서 밤에도 거슬리지는 않는다.



어메니티는 이솝과 탬버린즈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회용 칫솔과 치약도 준비해 두신 덕분에 수고로움이 줄었다.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 일회용 칫솔이 특히 좋았다.  헤어드라이어 역시 다이슨의 제품. 청소 상태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공간이 넓어서 답답함이 없었다. 또한 습하지 않아서 좋았다.



욕실 우측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은 각각 불투명한 유리문으로 분리되어 있다. 욕조는 둘이 들어가도 충분한 크기. 대신에 물을 조금 오래 담아야 하니 미리 틀어두는 편이 좋겠다.



월화가옥에서 강릉 중앙시장까지는 약 10분 거리. 강릉의 모든 관광객 손에 들려 있던 배니 닭강정을 사 올 수도 있고 소머리국밥 골목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에도 좋았다. 오징어순대나 메밀전 같은 주전부리를 사와도 식지 않을 만큼 가깝다.


저녁을 먹고 약간의 장을 보고 산책을 잠깐 했더니 어느새 깜깜해질 시간이다. 실외도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다. 동그란 조명 덕분에 풀숲에 달이 걸려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욕조에 물을 받고 스탠바이미를 가져와서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유튜브를 틀어두고 준비된 배스 솔트를 넉넉히 넣었다. 기분 좋은 솔티 허브의 캐릭터 덕분에 금세 몸이 풀린다. 그간 마셨던 술도 강문해변에서의 바닷바람도 많이 걸어서 쌓인 피로함도 모두 소금과 함께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덕분에 조금 더 욕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아주 개운하게 강릉의 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월화가옥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와인숍에서 펫낫 와인을 한 병 샀다. 안주는 동해에서 올라온 신선한 해산물도 물론 고려했으나 중앙시장 곳곳에서 마주친 오징어순대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문 즉시 계란 물을 입혀서 부쳐주시는 오징어순대는 자잘한 탄산감과 시트러스, 드라이한 와인과도 아주 멋스럽게 어울렸다.



커다란 욕조에서 뒹굴뒹굴한 시간 덕분에 시간이 늦었음에도 약간의 나른함은 있지만 피곤하진 않았다. 낯설지만 맛있는 와인 덕분에 약간 신나기도했다. 정원을 바라보며 와인을 조금 더 마셔보기로 한다. 음악은 볼륨을 최대한 낮춘다. 곳곳의 조명 덕분에 너무 어둡지 않고 정원은 여전히 예쁘다. 초여름과 동해가 만든 선선한 저녁 바람 덕분에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몰려온다.


크게 뭘 하거나 듣지 않았음에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차분함, 아늑함에서 오는 평화로움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약간의 술도 물론 도움을 주긴 했겠으나, 온전히 월화가옥이 만들어 준 무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 날 아침. 같은 자리. 와인 대신 커피. 강릉역 근처라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전히 기우였다. 낮에도, 밤에도 정말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었고, 소음이 발붙일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뒤척임 없이 깊고 편안한 밤을 보냈다.



짐을 정리하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차분하고 안온하다. 그랬다. 월화가옥은 안온했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에서야 설명이 가능한 단어가 떠오른다. 호들갑스럽지 않고, 너무 반짝거리지도 않는다. 그 평온함, 소박함, 부드러움, 아늑함, 따사로움이 필요한 시간이 있다. 고단한 강릉 나들이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의 일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모두에게 필요한 그런 시간. 월화가옥이 내어준 안온함 덕분에 다른 날의 강릉을 조금 더 일찍 고민하게 되었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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