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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판포리의 풍경 속에서 : 아담 스테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아담한 쉼의 시간


글ㆍ사진 ㅣ 고서우



제주도에서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곳이 있다. 바로 '신창풍차해안도로' 서쪽으로 내려가는 해를 바라보며 운전하다 푸른색 수평선과 그림처럼 하나 되어 돌아가는 풍차를 마주치는 순간, "제주도!"라는 이름이 곧 감탄사가 된다. '아담스테이'는 아름다운 그곳에 있다.



아쉽지만, 날씨는 좋지 못했다. 이날 흐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는 해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으로 내리쬐던 햇살이 매우 쨍쨍했기에 '아담스테이'로 가까워지는 동안 점점 드리워지는 구름을 믿기 어려웠다.



도착한 곳은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조용한 마을이었다. 차를 세우고 호스트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서 '아담스테이'의 외관부터 살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예쁜 첫인상이었다. 총 두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낮은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도스마켓'이라는 디자인 편집숍까지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짐을 풀어놓고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머물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 좌측엔 간이 주방이, 우측엔 자쿠지와 바비큐 시설이 구성되어 있다. 이어서 복도를 걸으면 나오는 거실엔 소파와 TV, 스피커 그리고 과자 한 줌에 맥주 한 캔을 마시기 좋은 거실 테이블이 자리해 편안한 분위기였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거실 한가득 햇살을 내려 보냈을 높은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 아쉬웠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 공간 안에 오롯이 나 혼자만 서성이고 있자니 괜스레 아쉽기까지 했다.



몸을 틀어 조금 더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자, 침실로 향하는 계단이 나왔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복층 계단을 올라 만나는 침실을 좋아했었다. 아무래도 단층에 경계가 별로 없이 위치한 침실보다 시선에 더 아늑함을 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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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한쪽에는, 바닥에 앉아 책 한 권을 펼쳐보거나 자기 전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편지 한 통을 써볼 만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함께 온 다른 이에게 손 인사로 장난을 쳐볼 수도 있을 재밌는 구조였다.



그렇게 한 번 앉아본 몸을 일으켜서는 밖으로 나가 '아도스마켓'의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커다랗게만 보이던 풍차가 멀리 조그맣게 들어왔다. 그야말로 한눈에 들어오는 한경면의 전경이었다. 루프탑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점점 높아져서, 무서워질 찰나에 들어오는 멋진 마을의 전경은 나를 한동안 그곳에 서 있도록 만들었다.



그 아래층으로 다시 돌아내려 온 '아도스마켓'에는 와인이 많았다. 카페이자 편집숍이기 때문에, 원한다면 커피 한잔을 할 수도 있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와 숙소를 나서야 할 시간까지 이 조용함에서 벗어나기 싫을 때, 마침 마땅히 있어 주는 공간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숙소에 어둠이 찾아왔을 무렵. 정말 낮에 보며 원했던 그대로 맥주 한 캔과 감자칩 한 봉지를 소파 앞에 풀어놓고는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낮부터 햇살을 주지 않던 날씨 탓에 어둠은 더욱 쉽게 찾아왔고, 그 짙은 어둠이 시원한 맥주를 더 맛있게 느끼도록 했던 것 같다.



나른해진 몸을 일으켜 침실로 올라갔다. 평소 매트리스부터 베개, 이불 등 침구류를 몹시 가리는 편이라 항상 긴장되는 시간이 이때다. 눕자마자 허리에서부터 퍼져가는 편안함은 뒷목으로 올라갔고, 이내 눈이 감겼다. 이대로 잠이 들면 아침까지 쭉 숙면할 것이 분명한 느낌이었다.



물 한 병을 머리맡에 두고, 조명을 낮췄다. 오랜만에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느껴보는 최상의 편안함이었다.

쏟아지는 잠에도 갑자기 몸을 엎드려 사진이 담긴 문자 한 통을 보냈다. "풍차가 예쁜 판포리에 '아담스테이'라는 곳인데, 다음에 같이 오자. 너도 좋아할 것 같아."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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