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도심 속 푸르른 여백의 공간 : 숲과생활 [생활]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비움과 여유를 위한

'생활' 동


글ㆍ사진 이다영


우리는 모두 전주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 부산 다음으로 큰 도시이면서도 매년 국제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 한옥과 지나온 역사,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 동시에 이제는 너무나도 큰 관광지가 되어버린 도시, 맛집이 많은 도시… 각자 전주에 대한 이미지도, 경험도 다 다르게 설레는 마음으로 전주로 향했다. 


전주 객사는 영화의 거리랑도 가까운 중심지로, 주로 음식점들이나 가게들이 많은 곳이라 전주 객사에 숙소가 위치해있다는 말을 듣고 꽤 의아했었다. 전주에 도착해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변 상점들을 둘러보며 숲과생활을 찾아들어갔다. ‘객리단길’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감각적으로 꾸며진 식당들과 소품샵, 카페들이 연이어 서있었고, 우리는 숙소에 짐을 두고 나와서 할 일들에 대해 떠드느라 걸어가는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가게들 사이로 작게 난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니 여태까지 봐온 가게들의 분주함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하늘색 대문이 나타났다. 체크인에 앞서 친절하게 알려주신 비밀번호를 누르고 하늘색의 대문을 연 순간부터 이 곳에 오기 위해 걸어온 모든 길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여름의 초입에 어울리게 푸르름을 한껏 머금은 꽃과 풀들이 마당을 가득 채워내고 있었다. 복작복작한 객사나 한옥마을과는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숙소의 초입에 있는 나무 기둥과, 깔끔한 하얀색으로 칠해져있지만 옛집의 정취를 드러내는 문틀이 이곳이 전주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깔끔한 흰색으로 칠해진 창틀과 나무 고유의 색 그대로 남은 기둥, 초록 풀잎들, 그리고 모던하게 배치된 백색의 소품들이 조화롭지만 여유있게 공간을 채워내며 여름의 정취를 물씬 풍겨내었다. 곳곳에 숙소 바깥에서도 이 작은 정원을 누릴 수 있도록 찻잔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들이 만들어져있었다. 



내부에서도 곳곳에 크게 뚫려있는 창들을 통해  바깥의 정원과 함께할 수 있었다. 생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그 경계가 뚜렷하게 나뉘어져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머무는 내부의 공간과 바깥 정원이 물리적으로 창을 닫아도 계속 바라볼 수 있게 해두어서 실제로 활용하는 공간보다 훨씬 큰 공간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했다. 



정원의 풀이 무성하고, 숙소 주변으로는 담장이 쳐져있는데다가, 애초에 이곳은 객리단길의 작은 골목길을 타고 들어와야하는 곳이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았고 고요해서 마치 이곳에 우리밖에 없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전주의 가장 중심지에서 이토록 고요한 머뭄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스테이를 운영하시는 호스트님이 숙소에서 5분 거리에 ‘빛의 안부’라는 비건 브런치집을 운영하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마침 오랜시간 운전해서 오느라 아무것도 못 먹었던 우리는 숙소에 감탄할 새도 없이 식당으로 향했다. 매년 영화제가 열리는 곳 바로 건너편에 빛의 안부는 위치해 있었다. 


공간에 테이블이 넓게 넓게 배치되어 있어서 갔을 때도 손님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유있게 느껴졌다. 비건식이 생소한 친구들도 너무 맛있게 먹었던 식사였다. 



비건이라서 맛이 슴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온전하게, 또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다. 건강하고 깔끔한 식재료로 든든하게 한끼를 먹고 나니 기분이 좋게 배가 불렀다.


비건빵도 같이 파시는데 객사에서는 아침에 가게들이 문을 늦게 여는 만큼 아침용으로 여러개 사서 숙소에서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숲과생활 예약하기




숲과생활의 생활동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큰 창으로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침대 옆으로 감각적으로 꾸며진 큰 거실이 있다. 중문이 있는 툇마루나, 천장에 그대로 남아있는 서까래와 들보가 한국적 정취를 느껴지게 한다.


거실의 큰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았다. 부엌과 거실, 침실이 큰 가림막이 없이 다 통해져 있어서, 각각의 공간이 적당히 분리가 되면서도 동시에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2인 숙소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넓고, 공용공간이 많은 이 곳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처음에 숙소에 걸어오면서 이것저것 할 일을 생각하던 것이 무색하게, 우리는 오후 내내 숙소의 여유를 누리며 안에 머물렀다.



밤이 깊은 숙소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어둠이 내리앉은 정원은 더욱더 신비한 느낌을 주어서, 숲 속에 머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열려있는 창들로 식물들에 반사되는 초록빛이 들이쳤다. 그림같은 풍경을 앞에 둔 부엌에서 간단하게 아침 준비를 하고 커피를 내려 바깥에서 먹기로 했다. 찻잔이나 식기 마저도 하나하나 다르고 예쁜 것들로 준비되어 있어 공간의 모든 것들이 정성껏 큐레이팅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에 항상 들고다니는 루미큐브를 가져와서 바깥의 큰 테이블에서 간식을 먹으며 루미큐브 한판을 했다. 날씨도 선선했고, 바람에 따라 바스락거리는 풀잎 소리와 그에 따라 일렁이는 햇빛이 마치 숲속의 작은 산장으로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게 했다.



숙소의 곳곳에는 그저 털썩 멍하니 앉아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들이 준비되어 있다. 눈 앞에 걸리는 것이 딱히 없이 고요히 초록의 공간을 바라보고 있자면 딱히 하는 것이 없이도 시간이 훌쩍 흘러가있다. 


항상 우리의 시간을 분주하게 채워내던 일상을 떠나와 이 곳에서의 여백을 느끼며 우리는 비워내는 것과 그 여유가 허락하는 ‘감상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막상 숙소에 와서 한번도 핸드폰을 보지 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마주보고 이야기하며, 때로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비로소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숲과생활 예약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이토록 느긋한 오가닉 라이프 : 아침못스테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