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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 어스미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바다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곳


글ㆍ사진  김송이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기차로 2시간, 강릉역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도착하는 양양. 내가 오늘 양양으로 향한 이유는 오직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 활기 넘치는 바다를. 부산에서 오래 살다 상경한 나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바다에 대한 갈증이 생겼던 것인지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늘만을 기다렸다.



차를 타고 달리다 쭉 뻗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사이를 구분 짓는 등대길을 마주했다. 아름다운 절경에 잠시 주변에 정차해 풍경을 돌아보았다. 



서핑의 도시 양양답게 인구해변에는 서프보드 위에 파도를 타고 있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모래사장 위에 살포시 앉아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평화로운 한 장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머물게 될 곳은 '어스미어'. 인구해변에서 도보로 10분,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양리단길과도 아주 인접해 있다. 처음 만나는 양양과 이곳에 자리한 스테이가 어떤 추억을 선사해 줄지 벌써 기대가 가득 찼다.



양양은 차를 동반해야 쉽게 이동할 수 있는데 이곳은 게스트를 위해 주차 구역이 2개 마련되어 있다. 내가 주차한 스테이 바로 옆 주차 자리. 나머지 하나는 스테이 뒤편에 마련되어 있다. 뒷문과도 연결되어 있어 손쉽게 입실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유는 어스미어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외벽의 정갈함을 느끼며 정문을 향하면 '바다와 사람 사이, 어스미어'라는 문장을 마주한다. 사실 어스미어(usmeer)는 독일어로 바다를 뜻하는 'meer'와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us'가 만난 합성어이다. 이 의미를 알고 보면 한 번에 알 수 있겠지만, 모르더라도 이곳에 하루 머물러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순백의 자갈이 깔린 마당. 문을 열자마자 내가 처음 마주한 공간이었다. 바다를 만끽하고 돌아올 여행객을 위해 야외 샤워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어스미어의 외벽처럼 마당 역시 노출 콘크리트와 자갈로 이루어져 단정함이 느껴졌고, 사방으로 둘러싸인 벽이 아지트와 다름없는 공간을 보여주었다. 



높은 층고 덕분에 면적이 넓지 않더라도 전혀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공간감이 느껴진다. 거실은 창을 크게 낸 덕분에 한편에는 마당으로부터 햇볕이 들어오고, 한편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풍경을 마주한다. 흥미로운 점은 IoT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 벽면에 패드가 고정되어 있어 커튼, 에어컨, 난방기기를 조절할 수 있다. 커튼 혹은 에어컨을 개별로 조절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소파 옆에 리모컨도 마련해 두었다.  



웰컴 푸드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스파클링 로제 와인과 간식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객실 이용 안내사항에 관한 리플렛이 놓여져 있었다. 이름이 적힌 카드를 꺼내보니 호스트가 이곳을 찾아온 게스트에게 전하는 말이 보였다.



주방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준비되어 있다. 이 또한 바다를 즐길 이들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이리라. 그리고 냉동실 한쪽에는 각얼음 한 봉지가 놓여 있었다. 여름의 휴일을 시원하게 보내길 바라는 호스트의 마음이 느껴졌고 이때부터 공간 곳곳에 스며든 호스트의 배려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내부 곳곳에는 작은 라벨이 붙어 있다. 주방에 걸린 수건 옆에 붙은 라벨은 게스트가 행주, 핸드타월 구분하여 게스트가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쓰레기통의 뚜껑 위에 붙은 라벨은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를 구분할 수 있도록, 스위치에 붙은 라벨은 어느 공간의 조명 스위치인지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소한 배려들은 머무르는 동안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복도 끝, 열린 문을 통해 조적 욕조가 눈에 들어온다. 물이 찰박하게 차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벼운 족욕을 했다. 조적 의자에 앉아 마당을 멍하니 보며 조용한 여유를 즐겼다.



여분의 수건이 준비되어 있고, 논픽션 어메니티와 몰튼 브라운 비누가 마련되어 있다. 난 여기서 또 한 번 세심함에 놀랐는데 바디와 헤어 어메니티가 각각 같은 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여행 시 챙기기 쉽지 않은 바디로션도 어메니티로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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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미어의 매력 중 하나가 테라스인데, 테라스에 올라오니 쭉 펼쳐진 바다와 앞에서 스노쿨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사진으로도 볼 수 있듯이 아래가 보일 정도로 바다가 정말 깨끗하다.



동네 풍경도 소박하고 정겹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양양의 관광 명소인 '휴휴암'이 있다. 쉴 휴(休)가 두 글자나 붙어있어 왠지 모르게 가고 싶었다. 실제로 가보니 해안 절벽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보살상이 굉장히 인상적인 장소였다. 시간이 있다면 꼭 그곳을 방문해 보시길.



침실은 킹사이즈 베드와 LG 스탠바이미가 준비되어 있다. 이동식 스크린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연결되어 있다. 에어컨을 틀고 이불 안에서 영화 한 편을 보면 이곳이 지상낙원임이 분명했다.



나는 넷플릭스보다 양양의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을 결정했다. 웰컴드링크인 스파클링 와인과 와인잔 하나를 야외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의자에 앉았다. 벽 너머를 지나오는 구름과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양양의 바다색과 닮았구나. 조금 열기가 오른다 싶으면 시원한 와인 한 모금을 머금고 더위를 달래본다.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전하는 말속에는 '바다의 생명력과 공간의 낭만을 통해 힘겨웠던 일상 속 지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글이 있다. 그 말처럼 어스미어는 머무르는 동안 양양의 낭만과 바다의 생명력을 마주하는 공간이었다.


양양의 바다는 물고기와 서핑을 사랑하는 이들을 맞이하고 바위자리를 마련해 새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만물을 아무런 대가 없이 품어주는 이 고귀한 존재를 그저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분해졌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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