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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가의 여행 공간 [제주 구좌 숙소 | 월랑소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자연을 품에 안은

소운동에서


글ㆍ사진  고서우



산꼭대기부터 허리까지 안개가 걸린 날이었다. 여름 장마철 고집을 꺾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짐을 내렸다. 차에서 짐을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제주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감성숙소 '월랑소운'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였다.



사진작가인 월랑소운 호스트께서 직접 꾸며놓은 스튜디오에는 조명을 비롯한 전문 장비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것들을 이용해 서로의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도록 게스트들에게 오픈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곳곳에 난 창문 프레임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구좌읍 세화리의 제주다움을 담기에 손색이 없어,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뜻밖의 선물 같은 공간이 될 것 같았다.


하루 두 타임은 사진작가 호스트님께서 직접 사진 촬영을 해 주시기도 한다는데, 감성 숙소 월랑소운에서 숙박할 경우 무료라는 점은 정말 크게 살 만한 메리트라고 여겨졌다.



이어, 우리는 '소운동'에 머물렀고, '월랑동'을 지나치는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체크인을 위해 걸어가는 동안 더욱 프라이빗한 감성을 느껴볼 수도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바로 마주한 것은 자쿠지!


간살 유리문으로 실내와 공간 분리가 이루어진 자쿠지는 그 너머에 보이는 풍경이 물씬 다가올 만큼 좋았는데, 숙소 정원에 심어진 나무나 그 틈에 제주도 돌담까지. 구좌읍, 그리고 세화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고 있었다. 햇살이 쨍한 날씨가 아니더라도 오히려 그 모습이 운치 있었다. 어둠에 파묻힌 자쿠지는 또 어떨까 하며 저녁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자쿠지 모습에 감탄하며 짧은 복도를 지나쳐 거실을 만났다. 기다란 우드 슬랩 테이블은 4인이 넉넉하게 앉아 조식을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옆 페브릭 소파에 걸터앉아 보니, 걸어들어오며 보았던 이 주변 풍경들이 시원스레 내다보였다. 세화리의 산허리를 두른 안개를 보는 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일이 되었다.



놓인 제주 여행 책자를 꺼내 한 번 훑어보기도 했다. 제주 그리고 구좌읍에선 어떤 사진을 찍으면 좋을지, 내가 모르는 가볼 만한 장소가 있는지 평소엔 뒷전으로 두었던 것들도 괜스레 숙소에 머물고 있으니 궁금해지는 때였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제주에서 유명한 카페에서 모인 요거트 음료와 식빵, 계란이 눈에 었다. 함께 놓인 귤 몇 알과 제주 특산품인 돗멘과 딱새우멘까지! 라면들은 밤새 출출할 때 먹고, 건강한 한 끼가 되어줄 식품들은 고이 제자리에 남겨두어야지 생각했다. 머무는 이를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세화리 감성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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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거리가 많네. 먹거리도 준비해 주시고!" 이런저런 말들을 하며 또다시 복도를 지나쳐서 이번엔 침실로 향했다. 이곳에 들어와서 만난 자쿠지부터 거실, 지금 여기 침실까지 커다란 창이 나지 않은 공간은 없었다. 그리고 모두 그 창밖으로 보이는 전경에는 제주를 품고 있었다.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이 감성 숙소의 2층엔 다실까지 마련되어 있다 했다. 처음 만난 설렘 때보다 더 둥둥거리는 설렘으로 2층에 올랐다. 다락방 구조로 된 낮은 지붕의 다실은, 그 모습 자체로 아늑한 감성을 담고 있었기에 모락모락 피어오를 따뜻한 찻감을 어서 준비하고 싶어졌다.



준비된 차 역시 근처 유명한 찻집의 것이길래, 사이좋게 한 잔씩을 꼭 나눠마셔 보자는 말로 첫 차를 우렸다. 향이 퍼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 코와 입으로 삼켜낼 때, 창문을 통과한 햇살이 차 테이블에 내려앉았다.



"날씨가 좋아지고 있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좀 보내다, 아무래도 비가 추적추적 내려 무리일 것 같던 불멍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감성 숙소에서 만끽하는 낭만적인 저녁. 월랑소운 호스트께서 마련해 주신 장작과 토치를 이용해 불을 피우고, 오로라 가루까지 넣어주니 입가의 미소가 잔뜩 번지는 재미가 찾아왔다. 옷에 배도 좋을 나무 타는 향기에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안으로 들어갈 즈음엔 많이 어둑해졌었다. 젖혀둔 폴딩도어을 닫고, 자쿠지 조명을 켰다. 폴딩도어는 닫혔으나 바깥에 보이는 나뭇잎 색깔은 한층 진해져 여전히 볼 만했다.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것들이 내 몸에 익숙해져서 자꾸만 이러한 감성의 공간을 찾게 되고, 잘 찾은 숙소 하나는 여지없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좋은 것들에만 익숙해지면 안 될 텐데" 하다가도, 결국엔 다시 찾고 싶어지는 마음을 주는 이 공간을 메모에 기록해 둔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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