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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남을 머무름 [제주 서귀포 숙소 | 소게]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글ㆍ사진  고서우



오랜만에 동쪽 멀리까지 내달린 날이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방위를 따지지 않고 홍길동처럼 돌아다니고는 있지만, 여간하여서는 여기까지 닿을 일 없는 마을이었다.


조용한 시골 마을, 제주 성산읍 난산리에 위치한 '소게'. 갓길에 정차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골목이 하나 보인다. 저 길 끝에 그토록 만나보고 싶었던 장소가 있다니 설레는 마음에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블라인드 틈새에 노을이 차던 '서리어'와 금오름을 등에 지고 겨울빛 고상함을 보여주던 '오묘' 그리고 지금 여기 '소게' 모두 내가 겪어본, 지랩 건축사사무소의 공간들이다. 그리고 두 차례나 눈으로 본 바, 나에게 '소게'는 처음부터 기대의 대상이었다.



제주 서귀포의 날씨는 좋지 못했다. 물론 다음 날 아침에 맑은 하늘빛을 보기는 했지만, 다 어질러놓은 뒤에서야 벽체에 아른거리는 빛 망울은 오히려 날 놀리는 듯 아쉬움일 뿐이다.


아무튼 그렇게 장마 겹친 하늘 한 번 쳐다보며 카메라부터 내렸다. 짐은 그대로 차에 실은 채, 저 외관부터 찍어보고픈 생각이었다. 납작하게 낮은 지붕과 넓게 테를 두른 창문은 앞서 두 곳에서도 봐 왔던 모습이었다.



'소게'는 본채와 별채로 나뉘어져 있었고, 나는 먼저 본채 안으로 들어갔다. 본채는 생각보다 꽤 너른 숙소 공간이었다.



퀸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은 다인(多人)을 머물도록 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고, 그 침대를 대각선 바깥 수영장에서 바라볼 때는, 각자의 공간에서 놀며 서로를 지켜보는 가족 단위 여행객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토록 제주 여행에 적합한 서귀포 숙소라니.



단차를 내려가서 소파에 앉아보니, 마주 보이는 테이블 그 너머에 창을 구르는 빗방울이 몸을 나른하게 해 주었다. "이런 집에 살고 싶다. 아마도 내 주거 공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주방과 침실의 분리는 있어야 할 거야." 언젠가는 올 수 있을지 그마저도 기약 없는 먼 미래를 그려보게 만드는 숙소였다.



나른하게 풀린 허벅지에 힘을 주며 다시 일어나서는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LP가 열 맞춰 꽂힌 아래로 턴테이블이 보였다. 오늘은 구름이 해를 다 가려버렸으니 붉게 물드는 노을빛 한 줌도 채 허락되지 않겠지만, 어쩌면 구르는 빗방울에 더없이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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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렸다. 맞은편 별채로 옮겨가 보기 위함이었다. 습기에 유난히도 또렷하게 올라오는 김, 그것을 손에 든 채 별채 문을 여니, 여기엔 찻잎과 다기가 준비되어 있다. 차를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둘 다 욕심내지 않을 수 없었다.



차를 우릴 물을 올려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으로 들어서서는 가장 먼저 인센스부터 켰는데, 여태 맡아본 인센스 중 내 코에 가장 취향 적합하다 생각되어 그 종이를 사진 찍어 오기도 했다. 향이 설명된 종이가 있다는 게 무엇보다 배려라고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건식 사우나와 마주 보는 수영장. 우디한 향이 작은 사우나실 안에 가득 차 있어서, 얼른 열을 올려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전에 몸을 차갑게 만들고 싶어 수영부터 해야 했다.


본채로 돌아오고, 별채로 다시 돌아가길 반복하다 어느새 저녁을 맞았다. 근처에서 밥을 먹고 빵빵해진 배를 한 채 수영장 물에 풍덩 빠졌다. 물순환 구조가 어떻게 된 건지,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아서 정말 마음 놓고 잠수하며 놀았다. 그렇게 늦은 밤이 되었을 때 비로소 여름 한낮에 달궈진 몸이 으슬으슬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우나!"


미리 꺼내놓은 로브와 수건을 챙겨 깨끗한 물에 얼른 씻고, 뜨거운 공기를 코로 마시며 행복해했다. 아마도 그 행복함을 입 밖으로 몇 번이나 꺼내었을 거다.



"다시 오고 싶다." 지나가 버린 하룻밤이 이토록 아쉬운 순간은 여러 번 오지 않는다. 머물고 싶은 자리, 영원히 기억되어, 또 만나고 싶은 공간. 제주 서귀포 성산읍에서의 기억. 나에게 숙소 '소게'는 그들 중 하나가 됐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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