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매거진'은 스테이 공간에 깃든 사람과 건축 이야기를 들여다 봅니다.
기억의 서랍에 담긴 공간의 단면을 하나씩 꺼내어 가만히 음미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만 알고 있는 곳의 풍경, 소리와 온도, 빛과 어둠을 생각하면 어쩐지 반갑기 때문이다. 그 흐름 속에선 저마다 자유롭고 기꺼이 행복해진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저서 공간의 시학에서는 ‘추억이 잘 공간화되어 있으면 그만큼 더 단단히 뿌리박아, 변함없이 있게 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에서 모티브를 얻은 가장 아늑하고 따스한 장소, 시기공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진천의 작은 마을, 구불거리는 샛길을 따라가다 보면 시선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몽환적인 공간이 나온다. 밟으면 차르르 차르르 꽤 낭만적인 소리가 나는 자갈 정원, 그리고 널찍하게 늘어선 흰 담벼락은 마치 동화 속을 연상시키는 듯 하다. 게다가 나란히 놓인 객실 ‘시기’와 ‘공추’는 실내와 마당까지 완벽한 대칭 구조를 이루며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귀한 풍경이 한없이 쏟아지는 이곳에서 추억의 질량이 더해짐을 느낀다. 공간의 흐름을 느끼고 오롯한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기쁨은 더할 나위 없으니. 이 추억은 이 곳을 방문한 모두에게 힘을 준다. 바쁘고 번잡한 삶일지라도,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이 가진 공간에 대한 추억만큼은 견고할 것을 알기에. 그렇게 머무는 이들은 이 곳에서 위안받고, 다시 힘껏 한 걸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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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가 숙소에 담고 싶은 그림은 분명했다. ‘확장과 연결,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중점을 둘 것.’ 특히 한 시대가 코로나를 거치며 누군가와의 연결이 부담스러움에도 한편으로 그리워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호스트는 느슨하게 연결된 구조 속에서도 사람들의 경험의 확장을 만들고자 했고 흐름이 있는 공간 속에서 모두가 평안함과 안정감을 찾길 원했다.
이 점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진입 간격부터 섬세하게 고려했다. 입구부터 현관까지 연결되는 디딤석 간격은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 분주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한다. 또한 객실에 들어서면 주방, 거실, 침실, 욕실이 모두 연결되어 한 눈에 조망이 가능하다. 모든 장소에서 통창으로 쏟아지는 사계절의 정취를 느끼며 여유로운 태도를 갖게 한다. 내부를 걷기만 해도 종일 잊지 못할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 저절로 마음의 구조가 느슨해진다.
INTERVIEW
시기공추는 충북 진천에 위치해 있습니다. 호스트님께서 이 곳을 장소로 선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진천은 국토 중앙에 위치해 전국 어디에서든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사실 여행을 위해 따로 시간 내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시기공추는 금요일 반차를 내거나 퇴근하고 바로 달려와도 온전히 1박 2일이나 2박 3일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강점이 있죠.
더하여 진천은 연간 강수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고 태풍, 폭설과 같은 험한 자연재해로부터도 영향을 덜 받는 내륙지방이라 일명 ‘날씨요정’이 상주하는 곳으로 불려요. ‘그래서 옛 조상들이 생거진천(生巨鎭天)이라는 말을 썼구나’를 느끼곤 합니다.
시기공추라는 브랜드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시기공추는 ‘시간은 기억으로 새겨지고 공간은 추억으로 남겨진다’ 라는 문장의 첫 글자를 따온 이름입니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추억이 잘 공간화되어 있으면 그만큼 더 단단히 뿌리박아, 변함없이 있게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가슴 깊이 와 닿더라고요. 그 곳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모두 한번쯤 어떤 공간에 다시 갔을 때 그때의 기억과 감정들이 저절로 머리 속에 재생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시기공추의 공간이 머무는 이들에게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지어진 이름입니다.
숙소를 설계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한 점과 전체적인 공간의 컨셉에 대해 설명 부탁 드려도 될까요?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공간의 연결과 확장입니다. 자갈이라는 소재로 연결되는 후원과 정원, 입구와 현관을 닫힌 구조로 연결하는 회랑, 주방과 연결되는 바비큐 공간, 욕실(화장실)과 연결되는 온수풀까지 각기 의미를 갖고 연결과 확장이 지속됩니다. 공간을 설계하면서 주요하게 생각한 점은 느슨하게 연결된 누군가였습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우리 모두 누군가와의 연결이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 그리워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기공추라는 공간은 프라이빗하면서도 열린 구조를 의도했습니다. 흰 벽으로 이어진 회랑부터 유리문을 마주보는 현관, 객실 전체를 아우르는 통창, 두 개의 객실을 분리하는 측면 담장, 정원을 마주하는 정면 담장까지 모두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자연스레 연결된 시기공추의 구조를 통해 투숙객들이 오히려 안정적이고 프라이빗한 공간이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호스트님이 생각하시기에 시기공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과, 가장 이 공간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시간대는 언제라고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입구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회랑입니다. 디딤석을 따라 천천히 회랑에 들어서는 순간, 나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몇 걸음 더 걷다 보면 긴 세로 창으로 숙소 내부가 비치며 새로운 공간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극대화됩니다.
당연히 이 회랑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때는 체크인 시간인 오후 세 시입니다. 이 때 회랑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담장과 벽체 위로 파란 하늘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반쯤 걸친 담장의 그림자와 살짝 보이는 숙소의 내부 공간을 바라볼 수 있기에 이 시간, 이 곳에서의 순간을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호스트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다짐을 듣고 싶습니다.
시기공추에서 보내는 시간이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기억과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늘 세심하게 신경 쓰고 배려하는 호스트가 되고자 합니다. 특히 일상에 있을 때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거나 자연의 흐름을 즐기기 어려우니까요. 또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방문해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 때의 좋은 추억을 환기할 수 있는 숙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공간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늘 성장하는 호스트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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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수현
Photo by 김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