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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주는 집 [웰컴미스테익스 | 종로 한옥 숙소]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살기 좋은 동네

부암동 한옥에서의 하루


글ㆍ사진  신은지



인생은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넷길이라지만 나와는 영 맞지 않는 표현인 것 같다. 작고 볼품없어도 상관 없으니 머무를 거처가 필요하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변화하는 것보다는 익숙한 것들이 좋고,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이 좋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참 좋아하고 자주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지금도 여전히 여행은 습관과 같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살고 싶은 동네, 내가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을 꿈꾸며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완연해진 가을의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이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는 어디일까 고민하며 여행을 계획했다.



여유롭고 너그러운 가을 풍경을 떠올리니 탁 트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동네를 찾게 되었다. 목적지는 하늘과 가까운 부암동, 그리고 부암동의 골목 어귀를 조용히 지키고 있는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살던 동네와는 전혀 다른 풍경에 기대감이 커졌다. 오가기도 편한 길이라 마침 시간이 잘 맞았던 엄마와 함께 부암동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참 고즈넉한 동네다. 기와를 올린 작은 담장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랐다. 이내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 아래, 마치 망루처럼 우뚝 솟은 2층 한옥집이 눈에 들어온다.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는 그 이름 그대로 '실수가 환영받는 곳'. 그 어떤 주저함도 필요 없다. 몸과 마음을 편안히 풀어 놓고 그 무엇이든 실행해 보기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완성된 스테이다. 가수 박원이 실제로 지내던 공간을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누고자 스테이로 오픈했다 하는데,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 이름부터 와닿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산뜻한 향이 성큼 다가오더니, 높은 구조 아래 사방으로 열려 있는 창은 시원한 개방감을 전한다. 아이코닉한 향에 호스트님에게 문의하니 웰컴미스테익스에서 기획한 브랜드 퍼퓸을 사용했다고 한다. 덧붙이시기로는 내가 방문한 때가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 오픈 1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듯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저녁에 방문 예정인 엄마를 기다리며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이전에는 경험해본 적 없는 스타일의 한옥이었다. 외관과 소재, 창 계획 등에서 한옥다움이 느껴지지만 내부는 굉장히 모던하다. 무엇보다 고즈넉하고 조용하기보다 역동적이고 경쾌한 무드를 자아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주방 옆에는 가수 박원이 팬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모아 만든 아트월이 있어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어쩌면 이 한옥은 차분한 부암동 골목길에서 가장 유쾌하고 소란스러운 곳일 테다.



1층 테이블에는 호스트님의 정성이 담긴 손편지와 몰튼 브라운 어메니티가 놓여 있었다. 파우치와 브랜드 향수까지 게스트에게 전하는 선물이라고 한다. 갈색 빵봉투 안에는 소금빵 세 개도 들어 있었는데 게스트에게 좋은 것을 내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정겨웠다.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는 총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마다 욕실이 마련되어 편안하게 머무르기 좋다. 각각 샤워실까지 갖추고 있다.



갓도 있고, 탁구대도 있고, 그림도구도 다양하다. 살펴볼수록 맥시멀리스트의 한옥이었다. 한옥은 고요하고 차분하다는 고정관념을 부수어내고 싶은 양, 누군가의 삶과 취향이 가득 채워진 집은 맥시멀한 자세로 공간 곳곳을 구경하게 만든다. 


2층은 서재 겸 침실과 메인 침실, 드레스룸, 욕실로 이루어져 있다. 서재는 아티스트의 작업실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폭이 800mm는 될 듯한 넓은 데스크 위에 각종 마카, 파스텔, 색연필 등 다양한 도구가 비치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신디사이저도 있다. 한쪽에는 한 손으로 들기 힘들 정도로 많은 방명록이 쌓여 있었는데, 아마 이 서재가 지닌 힘이 아닌가 싶었다.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판이 마련되어 있으니 그림을 못 그린다 해도 아무리 악필이라 해도 아무 신경 쓰지 않고 그리고 쓰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박원의 그림일기가 책으로 엮여 있었는데 무심코 펼친 페이지에 All of my life 이야기가 등장했다. 당시 정말 자주 들었던 음악이었는데 아티스트의 추억이 담긴 책과 공간을 마주하게 되다니 참 신기한 기분.

 


드레스룸을 거쳐 들어가는 메인 침실은 양옆에 창이 나 있어 아침 풍경이 벌써 기대됐다. 안락한 구조에 크고 푹신한 침대만 놓여 온전히 수면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였다. 또 지나오면서 본 드레스룸에는 스타일러가 있어 옷을 보관하기도 편리할 것 같았다.


2층 복도 앞 벽면과, 특이하게도 화장실은 이곳이 아티스트의 집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상키시켜준다. 복도 앞에는 웰컴미스테익스 브랜드 로고가 적힌 패널이 놓여 있고 화장실에는 시계와 회화 작품이 놓여 있는데 어떤 의미일까 엄마와 한참을 곱씹었던.



해가 완전히 저물고 부암동으로 찾아온 엄마를 마중하러 집을 나섰다. 골목을 내려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밤하늘에 별을 수놓듯 네온 빛이 일렁이는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 현관 위에 달린 네온사인과 서재의 무드등이 모두 오묘한 색으로 빛난다. 한옥에서 볼 수 없었던 유쾌한 믹스매치에 무심코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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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언덕길을 올라오면 탁 트인 전경에 밤하늘이 가까이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제법 추워진 날씨였음에도 거리를 서성이며 엄마와 별을 세다가 들어왔다.


찬 공기를 맞았으니 따스한 온기로 몸을 녹여줄 차례.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에는 드립 커피 세트와 원두, 드립백 모두 준비되어 있고 차 종류 역시 진피차, 구절초꽃차 등 다양하다. 모두의 취향을 고려한 듯 차 리스트까지 맥시멀한 모습이 소탈하다. 주방 아일랜드에 함께 놓인 턴테이블로 잔나비의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내렸다. 2집 전설은 LP로 구하기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만나니 괜히 반갑다.



카페인에 약한 엄마를 위해서는 진피차 한 잔. 커피 내음과 귤 내음이 거실을 채우고 선선한 가을밤 공기가 더해졌다. 그렇게 수다스러운 편은 아니었으나 온통 살갑고 수다스러운 공간에 온 탓인지 주고받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꼭 피아노를 쳐봐야지 하는 소소한 결심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까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얼마나 될까? 번쩍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 은행나무며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자란 동네를 산책하는 까치 울음소리가 유독 즐겁게 느껴졌다. 


호스트님이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는 볕이 잘 드는 아침 시간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는데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창문 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공간에 빛과 그림자를 남기는데 참 서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다.



특히 이곳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창 구조였다. 사방으로 창이 열려 있고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데, 모두 방충망이 내재되어 있어 굉장히 실용적이었다. 모든 창을 안심하고 열어둔 채 지낼 수 있어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쾌청한 기운을 쉴 새 없이 만끽했다. 아침 식사도 맑은 공기와 함께했다.


어제 저녁 부암동 스코프에서 사 두었던 치즈케익과 엄마가 가져온 과일로 한 상을 차렸다. 예쁜 구절초꽃차와 이름 모를 잎차를 우렸다. 향긋한 아침. 선선한 가을 내음에 마음이 들뜨고 따듯한 햇볕에 몸이 노곤히 풀어지니 완전한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피아노가 있는 방에 느슨한 햇빛이 비쳐 드는 순간. 이때를 놓치지 않고 건반에 손을 올려 보았다. 마지막으로 피아노를 쳤던 때가 언제인고 생각하니 10년 전이다. 악보를 읽는 시선이 느리고 건반 위를 오가는 손은 조급하기 그지없다.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손에 충격을 받은 채 실수 투성이의 곡을 얼렁뚱땅 마무리했지만, 기분은 썩 괜찮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간다. 오랜만에 쳐 본 피아노는 연주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다.


체크아웃 시간인 11시까지는 엄마와 공간 곳곳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거실에 있는 창으로는 아담한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의 정원과 동네의 담장, 크고 작은 나무가 보여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반대편에 위치한 주방 창 너머로는 부암동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전경이 나타나 또 다른 인상을 전한다. 창이 마치 여러 그림을 담은 액자 같다.



2층에서도 크고 작은 소나무와 화려하게 빛나는 은행나무가 잘 보인다. 왜 이렇게 풍경이 아름다운가 하니 바로 옆에 무계원과 무계정사지가 자리한다. 풍류를 즐길 줄 알던 안평대군의 이야기가 서린 지역으로, 이에 관한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으며 전시관이 설립되어 주변이 무척 잘 관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후에 어디를 구경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를 떠나기 전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은 2층 서재 창가. 반대쪽 침실에서 서재를 향해 사진을 찍으면 근사한 장면을 담을 수 있다. 그다지 사진 찍는걸 좋아하지 않는 엄마가 은근히 마음에 든다는 말을 던질 정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를 나섰다. 바로 옆에 있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무계원과 목석원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작고 고즈넉한 동네라고 생각했던 부암동은 생각보다 더 다채로운 풍경과 역사, 문화적 이야기를 품고 있는 지역이었다.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여유와 느린 호흡을 되찾게 해줄 것만 같은 너그러운 곳.


그리고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가 있었기에 이 부암동 여행이 이토록 유쾌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실수가 두려운 이들은 때로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저지르고 실수해 볼 것들을 잔뜩 마련해준 집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는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내가 어떤 풍경을 좋아하는지, 그림을 그릴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피아노를 칠 때의 감각이 어떠했는지. 나의 어떤 모습이든 받아줄 수 있는 집에서의 머무름은 모든 순간을 안온하게 한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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