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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란히 함께한 [명주하녹 | 강릉 한옥 숙소]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마음의 자리를 만드는

서정적인 한옥


글ㆍ사진  신은지



그 무엇과 연결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문득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면, 사람의 마음은 물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땅 위를 가로지르고 사방으로 뻗어 흐르며 마침내 바다로 나아가는 강물. 나를 내려놓는 자유의 시간이 필요하고 또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는 감각이 필요하다.


압도적인 풍경과 연결되어 대자연을 느끼자면 이 생에 대한 경외감이 들고, 한 지역이 품은 이야기를 파고들면 내가 모르던 삶의 모습을 배우게 된다. 가을의 끝자락을 부여잡으며 준비한 이번 강릉 여행은 한 사람과 연결되기 위한 여정이었다. 나에게 가장 익숙하고 또 편안한 세계,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낭만보다 현실을 직면하는 일이 많다. 서로 너무나 편안한 관계이므로, 도리어 불편한 상황을 참지 않기 때문에. 만약 낭만과 현실을 모두 충족할 여행지를 찾는다면 강릉을 추천하고 싶다. 교통이 편리하며 둘러볼 곳들이 작은 동네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도보로 여행하기에도 좋다.



이 날의 목적지는 강릉에 자리한 숙소 ‘명주하녹’. 오직 2인의 머무름을 준비하는 한옥 스테이다. 조용한 주택가 명주동의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는데, 감각적인 카페가 모여 있는 남문동과 여러 소품샵을 둘러볼 수 있는 교동과도 가깝고, 중앙시장도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라 뚜벅이 여행자인 우리에게 알맞은 위치였다.


강릉역에서 내려 동네를 둘러보며 천천히 명주하녹으로 걸어갔다. 임당동 벽화거리를 지나는 길에 땅따먹기 그림이 그려진 것을 보고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걸음을 멈춰섰다. 나보다 한 뼘은 작은 엄마가 왕년의 솜씨를 보여준다며 폴짝 하고 뛰었다. 스테이로 향하는 골목까지도 여행자를 환영하는 양 정겨운 느낌이라 즐거웠다.



강릉대도호부관아가 보이기 시작하면 명주하녹 근처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골목으로 들어서 작은 비탈을 오르면 담장 너머로 뻗은 감나무들이 보이고, 가을이 주는 풍요감에 젖은 채 다시 내리막으로 향하면 시선 끝에 명주하녹이 나타난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낮의 포근한 볕을 품은 마당과 단정한 생김새의 한옥이 우리를 맞이했다. 명주하녹의 정원은 동쪽을 향해 열려 햇빛을 넉넉히 들인다. 현대적인 미감을 가미한 한옥 구조는 정원을 향해 크게 열린 창이 특징인데, 밝게 빛나는 정원을 언제고 감상할 수 있어 마음을 들뜨게 했다. 나란히 앉기 좋은 마루에는 작은 호족반이 놓여 있다. 벌써부터 따듯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엄마와 차 한 잔을 즐기는 상상을 했다.



문을 열자마자 다이닝 공간과 연결된 세면 공간에 시선이 향했다. 일반적으로 닫혀 있는 세면 공간에도 창이 나 있어, 정원의 대나무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느슨하게 기운 햇빛에 그림자가 맺히는 장면이 참 아름다웠다. 여러 후기 사진을 살펴보고 왔지만 실제로 본 공간이 훨씬 좋다.



명주하녹은 ㄱ자 형태의 한옥을 개조해 내부가 탁 트여 있다. 다이닝 공간과 욕실, 거실을 거쳐 진입하게 되고, 안쪽에는 일자로 족욕 공간과 다도 공간, 침실이 이어지는데 경험 요소를 공간에 따라 흐르듯이 배치한 점이 인상깊다.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며 공간의 시퀀스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다 보면 저도 모르는 새 몸과 마음을 이완할 수 있다. 작지 않은 공간이나 오직 2인에 한정해 운영되는 점도 그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방문자가 명주하녹에서의 머무름을 밀도 있게 누리기를 바라는 호스트의 마음이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 공간을 둘러보기만 해도 흡족하다. 아담한 정원이지만 적재적소에 큰 창을 내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부쩍 추워진 날씨임에도 잘 관리된 정원은 생기가 가득했다. 엄마의 뒷짐을 따라 걸으며 정원에 움튼 크고 작은 식물의 이름을 들었다. 꽃은 봄에 피우더니 가을이 되어서야 빨간 열매가 영근 산수유, 작은 이끼 언덕에 자리잡은 무늬비비추, 아직 가을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잎사귀를 힘껏 펼치던 단풍나무. 



명주하녹에는 다양한 자리가 있다. 큰 창을 마주한 다이닝 테이블이나 비움의 멋이 있는 거실 소파, 뒷마당을 향해 열린 창가 자리 등등. 그중 우리의 마음을 빼앗은 곳은 단연 정원으로 연결된 족욕 공간이었다. 숙소에 욕조가 있더라도 허리와 고관절이 불편한 엄마는 번거롭다며 사용하지 않았는데, 편안히 앉아 온욕을 즐길 수 있는 족욕 공간은 우리에게 완벽한 쉼의 형태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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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겸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강릉중앙시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저녁거리를 사오는 사이에 해가 저물어, 다시 마주한 명주하녹은 낮과 다른 짙은 무드를 띠고 있었다. 정원 등을 켤 수 있어 안에서 밖을 바라봐도 아름답고, 밖에서 은은한 조명이 켜진 안을 바라봐도 아름답다. 



어둠이 내려앉은 한옥을 둘러보며 머무는 이의 시선을 배려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현관에 들어서니 뒷마당을 향해 열린 창의 풍경이 낮과 전혀 다른 모습을 품고 있었다. 정원의 불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그려내는 장면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펜던트 조명이나 브라켓 역시, 공간의 감도에 맞춰 조화로운 셰입과 재질을 지닌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모던하면서도 한옥의 결을 간직한 다양한 형태의 조명이 명주하녹의 무드를 더 풍부하게 했다.



짙은 색의 우드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다이닝 룸은 넉넉한 아일랜드를 갖추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내게도 여유를 준다. 또 미니 오븐과 드립 커피 세트, 다양한 사이즈의 접시와 컵이 있어 어디서든 집에서처럼 식사하기를 원하는 우리에게 더없이 편리한 공간이었다. 취사를 위한 도구는 없었으나 일상과 여행의 경계에 있는 스테이에서는 이 정도도 충분하다. 냉장고를 여니 넉넉한 생수와 무가당 사과 주스도 마련되어 있었다.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상차림. 중앙시장에서 먹고 싶었던 것들을 이것저것 사왔다. 강릉에 올 때마다 먹는 닭강정과 어묵 고로케도 차려 놓고, 엄마가 처음 본다던 굴림만두와 후식을 위한 팥이 가득 든 찐빵도 두었다. 늘어놓고 보니 제법 푸짐하다. 평소에는 함께 저녁을 먹는 일이 드물기 때문인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오늘 하루의 감상을 나누며 식사하는 시간이 새삼스럽다. 은은한 팬던트 덕분에 분위기가 더욱 그윽했다.



욕조에 물을 받으며 빔 프로젝트를 틀었다. 거실 벽면을 큼직하게 채우는 사이즈라 침실 끝에서도 보일 것 같다. 저녁 식사할 때처럼 욕조에서도 나란히 앉아 어둠이 스민 정원을 바라봤다. 발 끝에 와 닿는 온기에 하루의 피로가 천천히 풀어졌다.



작은 용기에 담긴 배스 솔트를 풀고 조명을 더 차분한 조도로 맞추었다. 족욕 공간에 놓인 작은 조명은 Menu의 제품이었는데 등불처럼 손에 들 수 있는 형태라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단 두 사람을 위한 휴식의 공간. 밀도 높은 쉼을 전하고자 하는 공간의 메세지가 생생히 느껴지는 스테이다보니 우리 역시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고 쉼을 좇았다. 느긋하게 풀어진 마음을 한 채 평소에 하지 못했던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취향에 대해. 때로 지나치게 편한 사이는 말로 주고받는 대화보다 부대끼는 경험을 통해 상대에 대해 알게 될 때가 많다. 정작 엄마의 입을 통해서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이 드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취향에 맞는 공간에 머무니 대화는 더 풍부해졌다. 엄마나 나나 집순이인지라, 명주하녹은 같으면서도 다른 우리의 취향 교차점이 되어 주었다. 해가 느슨히 기운 정원의 풍경이 좋았다던지, 침실 앞에 놓인 찻자리가 마음에 들었다던지, 다이닝 공간에 놓인 꽃을 집에도 두고 싶다던지 하는 여행과 생활의 경계에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얘기하니 마음이 든든하게 채워진 기분이다. 이번 여행은 비움보다 채움의 여행인 듯.



동쪽을 향해 열린 정원으로 아침 햇살이 기운다. 분명 밤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가늠하고 있었는데 벌써 아침이 찾아왔다. 주말 아침의 여유를 만끽하며 침대를 떠나지 못하고 늦장을 부렸다. 머리맡에 놓여 있었던 산문집도 펼쳐 보고, 꼬리가 검고 작은 새들이 마당을 종종거리며 오가는 장면도 멍하니 바라봤다. 



비척이며 침구를 정리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5시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대체 4시간동안 무얼 하셨느냐 물으니 이곳저곳에 앉아보셨댄다. 이 창가에도 앉아 보고, 저 창가에도 앉아 보고. 그리고는 집에 돌아가면 우리도 인테리어를 바꿔보자고 하시는데 모르긴 몰라도, 내가 꿈속을 헤메는 동안 엄마는 부지런히 이 단정하고 편안한 공간을 통해 어떤 영감을 받은 것 같았다. 지난밤 족욕으로 따듯하게 몸을 데워서인지 다리도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고 하시는데 생기 넘치는 눈빛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은 따듯한 차 한 잔과 함께 시작하기로 했다. 찻잎을 천천히 우려내며, 하루를 시작할 마음의 준비에 열중하는 시간.



체크아웃 전까지 각자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명주하녹의 곳곳을 눈에 담던 엄마는 기어코 당신에게 꼭 맞는 자리를 찾았다. 붙박이 벤치로 만들어 둔 의자를 테이블 삼아 책을 읽으니 편하다는 것이다. 나는 엄마의 자리를 등지고, 빗물받이가 보이는 마루에 걸터 앉아 선선한 바람을 쐬었다. 제법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혹시나 비가 올까 기분 좋은 기대감을 가졌다. 이곳에서라면 비가 오는 여행이더라도 참 좋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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