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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지는 시간 [제주 한림 숙소 | 스테이 오묘]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무디어진 내면의 

오감을 일깨우다


글ㆍ사진  고서우



계절을 가려 말하겠다기보다는 그 계절에 맞춰 꼭 추천해주고 싶은 숙소가 있다. 누군가 겨울에 대해 물어본다면, 혹은 이곳을 언제 찾으면 가장 좋겠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꼭 겨울의 '스테이 오묘'를 이야기 하고 싶다. 


올해의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 나는 벌써 제주 감성 숙소 '스테이 오묘'의 대문을 세 번째로 넘었다.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하며 서둘러 짐을 들였다.



가장 먼저 침실동 현관에 마련된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였다. 스틱 끄트머리에 불이 붙자마자 얼른 연기를 내려고 손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세월을 짙게 머금은 지붕이 옅은 연기를 가두면, 오래도록 공간 안에 두고 맡기 좋은 향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템플 스테이를 경험시키는 향이어서 그 느낌을 담아보고 싶어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오묘! 오랜만이야." 큰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압도적인 차분함이었지만, 이 또한 여러 번 보니 내 집처럼 정겨워져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할 지 알고 있었다. 이 좋은 곳에 딱 하루를 머물기에는 너무 짧아, 하나만 골라 진득하게 경험하려니 늘 아쉬움을 두고 나와야 했었기에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시간 할애를 하여 모두 경험해볼 작정이었다.



먼저 볕이 예쁘게 내려오는 중정을 한 바퀴 걸었다. "이런 집에 살면 따로 산책이 필요 없겠구나. 매일 매일 기분이 좋을 것 같아." 오바스럽게 뒷짐이라도 지어 걸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참 좋았다. 오래 이 마당을 지켰을 단풍나무의 껍질에선 거칠음보다는 할머니의 쭈굴쭈굴한 손처럼 푸근한 세월의 색과 결이 느껴졌다.



걸으며 도착한 곳은 숙소동 뒷편에 있는 사우나였다. 처음 제주 감성 숙소 '스테이 오묘'를 만났을 때, 나는 이 사우나실의 존재를 적잖이 놀라워 했다. 반가움과 놀라움이 공존했던 것 같다. 지난 몇 해 동안 대중목욕탕에 다수가 모이지 않는 시기를 거쳐오며, 사람들은 이런 시설이 마련된 독채 숙소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 역시 그렇다.



심지어는 제주 감성 숙소 '스테이 오묘'의 사우나 앞에는 아름다운 오름이 펼쳐져 있고, 노천탕까지 즐겨볼 수 있다. 이 노천탕에서 나는 더욱이 '겨울의 스테이 오묘'를 찾게 된 것이다.


최근 이곳을 한 사람에게 추천하며, 곧장 1월에 예약했다는 말을 기뻐했다. 목 아래로는 뜨거운 물을 받아 덥게 하고, 빨개진 얼굴은 뜨거운 물에서 오르는 수증기 열 때문인지 혹은 찬 바람 때문인지 모르게 있으라 했다. 이왕에 눈까지 내린 노천탕이라면 어떨지 상상만 해도 내 마음이 다 혹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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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큰 원을 그리며 걷기를 계속 했다. 다시 중정으로 돌아나와, 허리를 숙여 중정에 심어놓은 짙은 초록의 이끼를 내려다 봤다. 불그스름한 송이와 회색빛 현무암, 주변 풀들과 어우러짐이 보기 좋았다.


그 맞은편에는 라운지동이 보인다. 뚱뚱한 와인병이라도 쥐고 들어서야 하나 싶을 정도의 모습이었는데, LP를 돌려 음악을 감상해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이었다. 



라운지동엔 내부 자쿠지가 있다. 노천탕을 즐기기보단, 이렇게 실내에서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물에 하루를 녹여내고, 프라이빗함의 절정을 느껴보길 더 원한다면 이곳이 잘 맞겠다. 


나는 욕심을 내어 두 곳 모두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물이 채워지는 소리가 내부에 퍼지는 게, 얼른 날이 더 어둑해지길 고대하게 만들었다.



이날의 날씨는 꽤 쌀쌀했다. 늦은 오후가 되자, 중정을 걷는 얼굴에 빗방울이 스치는 듯도 했다. 숙소동으로 들어가서 옥수수 컵스프 하나를 끓였다. 저녁을 먹기 전에 간단한 요기로 몸을 데우고 싶었다.


컵스프를 먹으면서 밖을 바라봤다. 숙소동에서 보이는 중정이나 라운지동이 운치 있었기에, 달리 TV 같은 것이 없어도 결코 무료하지 않았다.



그리고 침실로 들어가서는 금오름을 올려다 보기도 했다. 지난 번에 왔을 땐 친구에게 이 방을 내어주고, 나는 사우나실이 보이는 옆 방에 가서 잠을 청했는데, 오늘은 이 방에서 금오름을 발 아래 두고 잘 생각을 했다. 그리고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잠옷을 펼쳐 입었다. 물이 다 받아졌을 실내 자쿠지를 즐겨볼 참이었다.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지만, 습하지 않았다. 겨울에 만끽하기 좋은 온도와 향까지 마음에 들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자쿠지 안에 빠져 들어가니, 요즘 가장 아팠던 뒷목과 어깨가 먼저 반응했다. 하루 이상의 피로를 이곳에 녹여냈다.


음악까지 아낌 없는 음량으로 공간에 채워졌고, 아는 노래는 따라서 흥얼거렸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보면 푸르스름해진 저녁 색깔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엄청 추운 날씬가 보다."


그대로 사우나실에 들어가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건식 사우나 향기!" 날이 아주 어두워져, 앞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기만 했다. 사우나와 노천탕.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참 좋을 듯한 조합이다.



꿈쩍 않고 제주 감성 숙소 '스테이 오묘' 안에서 하루를 다 썼다. 자기 전엔 다른 사람들이 적어놓은 방명록을 펴, 다들 무엇을 느꼈는지 훔쳐보는 재미에 빠져들기도 했다. 두 권이나 있어서 심심치 않았다. 


"다들 비슷한 것들을 느끼고 가는구나. 그래도 각자마다 가장 좋아한 하나 씩이 다르니, 그만큼 한 장소에서도 느낄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 나도 다음장에 적었다. "겨울의 오묘, 이 분위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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