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신재웅
여행에는 즐거움도 있고 외로움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란 과정을 즐기면서 스스로 느끼고 싶은 감정을 컨트롤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번 나에게 여행은 ‘외로움을 즐기고 싶다’였다. 숨 가쁘게 바쁜 도시의 삶 속에서 무조건 벗어나기 위해 떠나려는 감정! 이럴 때 고요한 외로움이야말로 훌륭한 여행의 목적이 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렇게 외로움을 찾아 겨울의 도시 평창으로 내달렸다.
하늘과 가깝게 맞닿은 듯한 높은 언덕 마을 가운데 자리 잡은 스테이고도.
평창 재산리, 동네에 있는 집에 놀러 온 듯한 무드로 이 동네와 이질감 없이 자리 잡고 있어 뭔가 할머니네 혹은 친구네 놀러 온 듯한 감정과 더불어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푸른 하늘 아래 붉은벽돌로 감싸진 외벽 사이로 유리블록이 있는데, 실내가 보일랑 말랑하며 더욱 기대감을 높여만 갔다.
건물 뒤쪽으로는 프라이빗한 바비큐장도 있고, 날씨 좋을 땐 여기서 맥주 한잔하며 평창의 밤하늘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구나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포근한 향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나를 반겼다. 주방과 거실 & 침실, 자쿠지까지 일자 동선이라 생각 외로 편했다. 유리블록 사이로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오며 공간을 환하게 비춰주는데, 너무 이쁘게 빛이 들어와 잠시 멍때리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더불어 박공지붕 모양으로 공간 크기에 비해 더욱이 볼륨이 느껴지고 웅장한 느낌이 있었다.
식탁에 직접 손글씨로 남겨주신 웰컴 메시지와 고도를 이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 리플렛까지, 게스트들을 위한 호스트의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대체적으로 아이보리와 우드톤으로 포근한 색감을 전달해 줌과 동시에 주황빛을 띄는 고급진 바실리체어가 포인트 컬러로 점을 딱 찍어주어 세련되고 멋스러운 공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체어 뒤쪽으로는 오디오테크니카 LP플레이어와 함께, 깔끔하게 매립된 스피커가 있어, 호스트께서 가져다 놓으신 LP들을 구경도 하며 들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체어 앞쪽으로는 클래식한 무드의 탄탄해 보이는 벽난로가 있어 지금 이 시간이 지나 고도에서 보내는 밤 시간도 기대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고요한 공간과 더불어 빈티지한 음악이 흐르는 이 고도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이 아까우리만큼 멍도 때리고, 챙겨온 책도 조금 읽어보고, 느끼는 이 감정을 방명록에 몇 자 적어보기도 하고, 방명록을 통해 이곳에 오는 게스트들의 마음과 내 마음을 공유해보며, 다들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잠시 숨돌리려 이곳에 오셨구나를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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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인테리어적인 디자인요소가 참 많다고 느꼈는데, 거실의 거울벽면이라 생각했던 곳이 회전하며 침실로 안내를 해주고, 이 디자인적인 회전문만으로 전체적인 공간의 공간감이 갑작스레 개방되어 큰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반대로 침실에 있을때는 이 회전문을 닫음으로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되는 포근하고 고요한 침실을 만들어주기에, 개인적으로 침실에 만족도가 높았고, 와우 포인트가 되었던 디자인이었다.
ㄱ자로 구성된 주방은 깔끔함 그 자체이며 스테인리스 상판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해주었다. 구이류를 제외한 간단한 요리가 가능하게 인덕션 및 조리 기구가 다 비치되어 있었다.
고도를 이용하며 즐길 수 있는 커피와 델픽 티백이 놓여져 있었고, 다음날 조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리얼과 우유가 박스에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스테이 고도 위치상 걸어서 바로 마트나 편의점을 이용할 수가 없기에 요런 서비스적인 요소들을 제공해 주시지 않았나 싶다.
식탁에 놓인 리플렛엔 고도에 대한 설명과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안내가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어, 누구나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게끔 한 호스트의 세세한 배려 포인트도 엿보였다.
깔끔한 타일로 디자인된 세면대 우측으로 욕실이 있으며, 이솝 어매니티로 한 끗 공간 감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요런 어매니티적인 감도에서 오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는 1인!
햇살을 등지고, 평창의 푸른 하늘과 산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자쿠지는 정말 힐링 포인트였다. 고도에서 제공한 아로마 오일을 이솝 브라스 버너에 떨어뜨려 향을 퍼지게 하고 물을 받지 않은 자쿠지 안에 걸터 앉아서 창밖 뷰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때 테라스로 나가는 뒷문을 살짝 열어주면, 바깥에서 훅 들어오는 쌀쌀한 바람과 함께 바깥 공기냄새와 아로마향이 섞인 이 공간 냄새가 리프레쉬 시켜주며, 너무 좋았다.
어느덧, 고도에도 해가 넘어가고 푸른 저녁이 내려앉았다. 노란 불빛을 내며, 검푸른 하늘과 나무를 등지고 있는 고도의 모습이 참 멋졌다.
밤이 되자 포근하고 세련된 무드가 한층 올라온 실내 공간! 스스로에게 집중이 더 잘되는 낮은 조도의 조명 감도와 이 포근한 공기가 도시의 소음에 지쳐있던 나에게 계속 치유를 해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공간에서, 그 어떤 무엇을 하던 모든 것이 감사하고 만족스럽다 느꼈던 공간이었다.
드디어 자쿠지에 넉넉하게 물이 받아졌다. 자쿠지에 물을 받는 데 약 2시간이 소요되니, 미리미리 시간 계산하여 물을 틀어 놓으면 될 듯하다. 친절하게 호스트께서 문자로 물 받는 동안 시끄러울 수 있으니 샤워기 헤드를 물속에 넣어 받으면 조용하게 받을 수 있다고 안내도 해주신다.
빔프로젝트를 내려 다양한 OTT 플랫폼 시청도 가능하고, 유튜브도 가능하니 자쿠지에서 시간을 보내며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쿠지 안에 들어가 빔프로젝트로 음악을 플레이 해놓고 핸드폰으로 영화 리뷰를 보았다는...왜 큰화면을 두고...
고도에서 보내는 밤 시간의 하이라이트! 체크인 할 때부터 기대했던 벽난로!
에탄올 난로로 안전하게 점화하고 타오르는 불들과 이글이글 자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맥주 한 캔을 들이켰다.
지금 밤 10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 이 공간에서, 맥주 한 모금을 갖다 대는 순간, 반복되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지쳐있던 나에게 보상을 해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완벽한 공간이었고, 스스로 힐링을 느끼며 아쉬웠던 고도의 밤이었다.
아침이 되고, 어제와 다르게 해가 보이지 않는 흐린 날씨였다. 침대에 누워 우측 창밖을 바라보며, 어제 체크인하던 순간부터 고도에서 보냈던 행복했던 기억을 해보았다.
체크아웃 시간 맞추어 나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고, 거실로 나가 밤에 활활 타다 꺼진 벽난로를 보고 있으니, 오묘한 감정과 함께 이유 모를 차분함이 감싸고 있었다.
시리얼과 우유로 가볍게 배를 채우고 나가기 전까지 LP를 들으며, 이 공간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내 드로잉북에 이것저것 끄적이며 마무리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외로운 여행이 필요했던 시기에 오롯이 나에게 고요한 쉼을 느끼게 해준 고도가 참 고마웠고, 다음 외로운 여행이 필요한 시기에 또 찾을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하지만 다음 여행 때는 즐거운 여행이 목적이 되어 와보고 싶기도 했다. 그때의 고도에서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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