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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오감을 깨우다 [제주 한림 숙소 | 스테이오묘]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느려지는 시간,

깊어지는 감각


글ㆍ사진  김대연


보통의 직장인에게 더없이 소중한 주말. 보통 집에서 쉬기보단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지향하는 우리 부부는 제주 이곳저곳을 누비며 돌아다닌다. 그중에서 자주 오갔던 금오름 근처에 위치한 스테이 오묘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아쉽게도 흐린 날이 계속되는 제주에서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오묘를 담지 못했다. 하지만 우중충하여 흐린 날씨여도 충분히 인상 깊었던 오묘의 외관. 대문을 통과해 오묘를 마주했을 때 정갈하지만 제주스러움이 묻어 있던 익스테리어가 참 매력적이라 느꼈다.



안채와 바깥채로 나누어진 큰 공간을 오롯이 한 팀만 사용하는 완전한 독채 숙소 오묘의 침실방부터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아 분위기 있었는데 처음 들어설 때 맡았던 인센스 향의 여운이 머무는 내내 깊이 남았다. 평소 긴장감이 높아 불안이 높은 사람인데 반대 영향을 주는 향이나 정갈한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침실마다 큰 창이 있어 누워서 돌담을 구경하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하기 좋은 구조를 가졌다.



방에는 책상과 의자, 필기구를 두어 무언가를 기록하거나 독서, 혹은 랩탑을 들고 와 작업하기에 좋았다. 책상에 앉아 커뮤니티 북에 남긴 흔적들을 구경하고 애정하는 문장이 가득 실린 책을 읽으며 서로가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더 어두워지기 전 라운지 공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라운지 공간은 음악을 들으며 느리고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호스트가 추천한 바이닐과 여러 종류의 술잔, 커피가 준비되어 있고 간단히 컵을 세척할 수 있는 싱크대와 술이나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있었다.



평소 위스키를 마시진 않지만, 진열된 언더락잔을 보고는 위스키 판매하는 곳을 알아볼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깜빡하여 마시진 못했지만(?) 위스키나 와인 마니아들에겐 선택적으로 잔을 골라 마실 수 있을 옵션이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다.



바이닐 작동법을 잘 몰라 테스트로 틀어본 애정하는 아티스트의 노래. 블루투스로 메인 스피커와 연결이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음악을 틀 수 있었고 싫증이 나면 손가락질로 휙 하고 노래를 바꿔버릴 수 없기에 오히려 집중해서 청음 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아날로그의 매력이란 가까이 갈 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중정의 공간이 타 숙소와 비교하여 엄청 큰 부지이기도 하고 조경을 구경하는 것도 오묘의 매력 중 하나.

평지가 아닌 단차를 두어 금오름을 닮은 모습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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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음식을 정하고 장을 보고 다시 돌아온 오묘는 전구색 조명이 공간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전체적인 우드톤과 전구색 조명의 조화는 긴장을 낮추고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신기한 역할이 있는 것 같다.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우리가 가장 하고 싶었던 시간을 맞이하러 밖으로 나갔다.



침실의 외부 문과 연결되는 사우나실과 자쿠지.

사우나에서 밖을 바라보는 시선에 오름이 있어 자연을 배경으로 둔 사우나를 처음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뜨거워진 돌에 물을 분사하여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구조로 데워진 공기에 몸을 녹이고 약간의 땀을 내어 좋은 컨디션을 만들었다.



사우나를 양껏 즐기고, 미온수를 받아 놓은 욕조에서 달콤한 반신욕까지 숙소에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콘텐츠를 정말 즐겁게 즐겼다. 약간의 부슬비와 바람까지 완벽함을 도와준 날씨였다.



깨끗하게 샤워까지 마친 후 시작한 저녁 시간.

따뜻하게 데워진 몸을 영혼까지 차갑게 식혀줄 맥주 한잔으로 행복감만이 존재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인근에 도보로 이용이 가능한 편의점이 있어 부족한 술을 구매하기에 편리했던 점도 오묘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식사를 마친 후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와인과 곁들일 안주를 챙겨서 자리를 옮겼다.



구비된 와인잔 종류가 많아 고르고 골라서 완성된 우리의 와인 한상. 큰 소리에도 방해 되지 않을 공간이었기에 비가 오는 날씨와 어울렸던 챗배커의 바이닐을 제법 큰 음량으로 틀어 사소한 것에 집중하는 멋진 시간을 보냈다.



좋아하는 음악과 맛있는 술이 있는 공간은 성인이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애정하지 않은적이 없었다. 단둘이 사용하기에도 크고 멋진 공간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게 열심히 살았던 일상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아쉽게도 오묘에서 이틀 내내 날씨가 좋진 않았다. 부슬비가 내리는 아침, 무거운 공기 속에 중정을 돌아다니며 기운을 차렸다.



오묘에서의 좋은 경험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자 잠시나마 책상에 앉아 커뮤니티 북에 의견을 남겼고,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정돈의 시간도 보냈다. 일상에선 커피에 밀려 거의 마시지 않는 차이지만 유독 이렇게 정돈된 공간에선 차를 마시며 스스로를 독려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체크아웃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라운지로. 마지막이기에 신중하게 바이닐을 선택하고 호스트가 준비해 준 원두와 드립 세트로 커피를 내려마셨다.



인근의 맛있는 로스터리 샵에서 구매한 원두로 내린 묵직한 커피와 어울렸던 부슬비 내리는 날씨 덕에 향과 맛이 두 배로 느껴졌던 순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대문을 닫아 오묘에서의 시간을 마쳤다.



최대한 외부 자극을 줄이고 온전히 음악과 함께 하는 사람에게 집중했던 오묘에서의 시간.

조금만 지루하면 듣던 노래를 바꾸고, 유튜브를 틀며 정작 우리를 탐구했던 시간이 이렇게나 부족했나 싶었다. 완전하지 않지만, 간접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맛보니 소중한 순간들을 무심코 지나쳤던 지난 시간들에 미안해졌던 시간. 돈을 주고도 경험하지 못하는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 준 오묘에서의 시간을 앞으로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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