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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경험을 쌓는 곳 [조천 감성 숙소 | 누온미]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누운 산에 기대어

본래의 균형을 찾다


글ㆍ사진  고서우


그림자도 단정한 선으로써 예를 갖추고, 낭창거리며 시끄럽게 부는 바람에는 위엄으로 귀를 막은 듯 내부는 고요했다. 분명 재미없는 직각의 선들로만 구성된 공간은 아니었는데, 대각선도 반듯하기만 해서, 시선에 편안함을 주던 곳. 조천읍 와산리를 다시 느끼게 하던 '누온미'였다.


'누온미'를 찾아가던 날은, 전날 제주에 내린 황사비로 얼룩덜룩해진 차들이 줄줄이 세차장으로 들어가던 날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이곳에 가기 전, 재빠르게 얼룩을 씻어내며 부지런 떨었던 것이 첫 기억으로 떠오른다.



서두르느라 물기도 채 말리지 못 한 차를 타고, 어느 골목길에 들어섰다. 양 옆으로 키 작은 나무들이 골목에 그늘을 만들고 있어 참 예쁜 길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왔다. 자갈이 깔린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돌아본 곳엔 '누온미'로 들어가는 입구가 봄볕을 받고 있었고, 그렇게 만난 첫인상이 포근하여 나 혼자였지만 크게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저 모습은 곧장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얼른 집었다. 아마 지금 내 자리가 사진을 찍기에 적당한지조차 생각하지 않은 채로 가벼운 셔터부터 눌러댔던 것 같다.



봄볕을 받고 서 있는 ‘누온미’를 상공에서도 보고 싶어졌다. 나는 주섬주섬 드론을 꺼내, 비행을 준비했다. 하늘로 올라가서 내려다본 이곳은 훨씬 더 아름다운 주변을 가지고 있었다. 멀리 풍차 돌아가는 바닷가 수평선이 보이고, 주변 오름들은 마치 ‘누온미’를 지키고 있는 모양새였다.


‘오, 주변 풍경도 엄청 좋네.’ 짧은 생각을 마치고 반대편으로 드론을 몰고 갔을 때였다. 강한 바람과 함께 비행고도를 낮추라는 경고가 끊이질 않고, 하늘을 보니 봄볕은 구름이 다 지워버렸다.



‘이런..’이토록 아름다운 집을 두고 구름에 빼앗긴 봄볕이란 큰 상실감을 주었다. 바람도 점점 거세지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게 느껴져서 이만하고 들어가야겠다고 단념했다.



내부로 들어가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따스운 공기와 아늑한 집 냄새가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완만한 내리막 복도를 따라서 눈 앞에 펼쳐진 ‘누온미’의 넓은 창 그곳의 돌담 너머로는 아까 상공에서 보았던 풍차와 바닷가, 오름이 펼쳐져 있었는데, 마치 창문 프레임을 액자처럼 삼아서 제주의 사계절과 갖은 날씨를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창가는 취향 다른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곁을 내어주고 있었는데, 이 창가 가까이 낮은 계단을 올라가면, 한쪽에는 LP 음악을 들으며 앉아 쉴 수 있는 공간, 그 옆에는 책을 읽거나 창문 밖을 사색하며 몸을 완전하게 늘어뜨릴 수 있는 작은 소파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또 그사이는 매우 넓은 편이어서 배를 깔고 엎드려 놀 수 있는 거실이 되기도 했다.



나는 이 만족스러운 공간에 몸을 밀착하고 싶어졌는지, 둘 사이에 엎드려 누워 레고 조립을 하고 놀았다. 근래 들어 가장 잡념 없이 나다웠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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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누온미’의 안을 걸어보면 걸어볼수록 이 집의 공간 구조가 특이한 듯 아주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주었는데, 먼저 거실에서 주방 옆으로 난 복도를 따라가면, 또 낮은 계단이 있고, 그 계단에서 바로 눈 맞춤을 하게 되는 곳이 침실이었다. 그리고 침실과 계단 사이에 아담한 실내 자쿠지와 파우더룸, 욕실이 모두 갖춰져 있다.



다시 조금 더 걸어 침실 문 앞까지 가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신기하게도 현관 앞이다. 침실에서 바로 연결되는 현관까지의 거리가 매우 짧게 설계되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와의 단절감을 확실하게 체감토록 하여 결국 프라이빗한 공간감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는 셈이다. 


나는 이게 참 신박하고도 좋아, 밤에 친구와 통화하며 쉴 새 없이 내부 동선에 대하여 떠들고 또 떠들었다. 말로 다 설명하고도 혹여나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까 봐 동영상까지 녹화해 ‘누온미’의 내부를 보도록 했다.



여기저기 많은 숙소를 경험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 집에 살고 싶다.”라는 말이 쑥스럽도록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 침실과 현관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복도 가운데 서서 벽을 손바닥으로 짚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껏 진지해져 보기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공간 구조가 재밌어서 그사이를 몇 바퀴나 돌았던 내 모습을 누가 봤다면 얼마나 웃길까.


‘누온미’의 거실은, 깨끗한 유리창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바깥 정원을 내부로 들여와 쓰고 있기도 했는데, 식탁에 앉으면 돌과 이끼를 주변에 두른 야외 자쿠지가 가장 가까웠다.



나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밖으로 나가 자쿠지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제법 쌀쌀해진 늦은 오후, 찬 공기를 타고 올라가는 물 수증기를 식탁에 앉아 지켜봤다.


그러다 문득 식탁에 놓인 별채 열쇠를 들었다. “아! 별채가 있었지!” 불현듯 떠오른 별채를 구경하면서 물 다 받아지기를 기다리면 되었다. 별채의 문을 여니, 처음 ‘누온미’의 문을 열었을 때와 똑같은 온기와 향이 스쳤다.



채 안에는 정갈하게 정돈된 침구류, 그 옆엔 욕실이 있었다. 최대 4명까지 머무를 수 있는 곳에 어느 한 쌍 서운하지 않을 구성으로 공간이 완성되어 있는 모습에 ‘별채에서 잘까?’ 고민하기도 했다. 별채에서의 새벽은 본채와 떨어진 별채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 나오며 자쿠지 쪽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커다란 한 지붕이 이 모든 공간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덮어놓고 있는 형상이었다.



이러고 있으니 배가 고파서, 근처에서 사 온 초밥을 꺼냈다. 그리고 우동을 끓이려고 주방 서랍을 여기저기 열어보다가, 그간 숙소에서 본 적은 한 번도 없어 낯선, 그러나 분명 반가운 것들이 눈에 띄었다.



“아! 그래서 얼음이 있었구나.” 처음 오자마자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부터 열다가 마주친 얼음에, 얼음까지 얼려놓으셨네, 하고 말았던 것이 하이볼의 재료였던 것이다. 정말 웃음이 다 났다.


통화하며 이야기 나누던 친구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오, 호스트님께서 술을 좋아하시나 보네.” 다짜고짜 그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걸 내가 마시든, 마시지 않든 간에 그간 경험한 숙소들과는 아주 색다른 준비성에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재밌어하며 식탁에 앉았다.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저 자쿠지 물속엔 배부른 내가 들어가게 될 것을 떠올리면, 그 또한 다가올 미래의 행복이었다.



그렇게 밤사이에 긴 숙면까지 마치고 나니, 더욱이 ‘누온미’가 지키고 있는 조천읍 와산리가 좋아졌다. 조용하고, 하지만 무료하지 않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듯, 손 닿으려면 여전히 가까운. 그런 곳이었다.


이제, ‘와산’이라는 마을을 지나칠 때면 꼭 떠올리게 될 곳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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