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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나의 세상 [제주 숙소 | 스테이 알오에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공간에 스며드는

나만의 작은 세상


글ㆍ사진  고서우


오른편에 바닷가를 두고 크게 한 바퀴 돌다, 좌측으로 좁게 난 골목길 안으로 들어섰다. 이 동네는 예쁜 카페들이 많아 몇 번이고 와 봤던 곳이었지만, 이 골목길은 처음이었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을 가다 보니,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예쁜 외관 하나가 나타났고, 바로 우리가 찾은 '알오에이' 스테이였다.



이곳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오밀조밀 아담하게 짜여진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이 아직 하루를 채 보내기도 전에 안락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알오에이'에는 긴 소파와 식탁이 있는 제법 넓은 거실과 2개의 방, 2개의 욕실, 실내 자쿠지 그리고 야외 자쿠지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야외 자쿠지가 있는 마당으로 나가보면, 키가 큰 고목나무 한 그루가 돌담과 함께 이 집을 지키고 있고 그 모습이 운치를 더해주기도 한다.



이곳을 찾은 날은 내내 날이 좋다가 오후 3시 경부터 급격히 흐려지기 시작하던 날씨였는데, 아직 봄옷을 입기 전인 이 고목나무가 흐린 날을 크게 아쉬워 하지 않도록 달래주던 요소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먼저 그 고목나무 곁을 차지하고 앉아서 차 한 잔을 나눠 마셨다. 차든, 커피든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를 골라 따듯하게 마시고 있기에 손색 없는 자리가 되어 주었다.



그 옆으로는 야외 자쿠지에 물을 받고 있었는데, 야외 자쿠지 물 받는 소리마저도 고요한 이 동네에 잘 어울리는 백색소음이었으니, 이대로 눈을 붙여 늦은 낮잠 한숨을 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앉아만 있기에는 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우리는 무거워진 엉덩이를 겨우 뗐다.



다시 내부로 들어가서, 양 침실을 둘러보았다. 두 개의 침실이 있으면, 어느 한 쪽이 좁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알오에이'의 침실들은 공평한 크기를 갖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크기에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욕실이 방 안에 딸린 방이 큰 방이겠지만, 작은방 역시 욕실까지의 동선이 큰방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큰방과 작은방 모두 좋은 뷰를 공평하게 나눠 가지고 있었다. 모두 고목나무가 지키는 마당을 향해 커다란 창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너무 예쁜데요?" 함께 '알오에이'를 둘러보던 일행의 짧은 감상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짜요!"라고 대답했다.



작은방에서 보이는 마당 그 사이에는 실내 자쿠지가 있다. 야외에서보다 조금 더 차분하게 공간을 즐기라는 듯이 다기 세트가 함께였다. 볕이 사라지며 바깥 공기도 서서히 쌀쌀해져 가는 때였기에, 실내 자쿠지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뜨거운 물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차를 우려낼 뜨거운 물도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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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제 온도를 찾아가는 사이에 우리는 식탁에 앉아서 가져온 과자 하나를 꺼내 먹고 있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바구니 하나를 들춰 보니 '알오에이' 호스트께서 준비해 주신 과자 한 바구니였다. 과자 종류도 다양하게, 그 수량도 아주 넉넉하게 준비해 놓으셔서, 무언의 환영 인사로 다가옴이 감동이었다. 그러다 물이 끓어서, 찻주전자에 물을 옮겨 담았다. 찻물이 너무 뜨겁지 않도록 적당히 식혀놓고 기다렸다.



아직 물이 다 차지도 않았는데, 성격 급한 마음에 자쿠지로 일단은 들어갔다. 물이 따뜻하다고 금세 웃음이 번진다. 창밖이 바라다보이는 쪽으로 몸을 향했다가, 따뜻한 물이 떨어지는 쪽으로 몸을 가까이하는 등 고요한 사색을 맞이하기 전엔 부산스럽게 움직여댔다.


몸이 움직이는 대로 물결이 함께 지나가고, 물 일렁이는 모습과 소리가 공간 전체에 퍼졌다. "날씨가 안 좋아서 사진은 예쁘게 안 나오는데, 또 이런 날씨라서 자쿠지 즐기기엔 적격인 것 같아요!"



숙소에 가면, 우선은 그 공간에 관한 서로의 감상평을 시작으로 정말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우리도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했다. 날씨 이야기, 숙소의 분위기와 규모, 갖춰진 것들에 대한 만족감이나 앞으로 이곳에 또 누구와 함께 오면 좋을지 등등. 그러다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로 또 한참을 웃고 있다. 성격 급하게 빠져들어간 자쿠지 물이 명치쯤 차기 시작하면, 로브를 꺼내다 입고 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한다.



배가 고파서, 순두부찌개에 햄을 구웠다. 트렁크에 싣고 온 조미김도 꺼내서 식탁에 함께 올렸다. 물맛을 보고 난 뒤에 먹는 밥은 항상 꿀맛이라고, 정말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밥을 먹고는, 넓은 식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켰다. 성능이 좋은 노트북은 아니어서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할 수는 없어도, 이 고요한 시간이라는 귀한 조건이 주어지면, 글도 쓰고, 간간히 유튜브도 본다. 어쩌면 고요한 시간엔 고물 노트북이 오히려 좋은 게 아닌가. 뭘 할지 고민하다보면 결국 글 같은 걸 끄적이고 있으니까.



그러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른 뜨거운 물로 저녁 샤워를 했다. 아까부터 눈이 감기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이겨낸 탓에, 잘 준비가 즐거웠다. 나는 큰방과 작은방 중, 작은방을 골라서 잤다. 중문을 닫으면 아주 포근하고 아늑한 나만의 공간, 중문을 열면 자쿠지와 마당이 반기는 이곳이 좋았다.



그렇게 잠이 들고 눈을 떴을 때, 아니 이윽고 중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을 때야 새벽 내내 폭우가 내렸음을 알아챘다. 정말 폭우였다. 이 정도 빗방울이면 줄곧 모르고 잤을 리가 없는데, 생각하며 방음이 정말 잘 된 집이라고 칭찬했다. 어쩐지 불편함이라곤 모르고 푹 잔 하루였다. 침실이라는 공간 자체도, 침대도, 침구류도 모두 좋았는데, 잠 잘 자라고 방음까지 몹시 신경 쓴 듯한 이곳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의 솔직한 감상으로 기록해, 나도 언젠가 내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고 싶은 곳. '알오에이'는 그 누구에게, 심지어 자연에게도 간섭받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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