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고서우
해가 매우 좋고, 미세먼지는 약간 있는 날이었다. 너무 부신 해가 하늘의 채도마저 옅어지게 하는 모습이긴 했어도 오랜만에 보는 제주도의 화창한 하늘은 두 손 흔들며 반가움을 표하기에 충분했다.
제주의 서쪽, 한경면에 위치한 '땡큐드라이버 스테이'는 마을에서도 골목 안쪽 조용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이점에 더해 옹기종기 함께하고 있는 주변의 집들이 서로 닮은 모양새와 분위기까지 보여서, 시각적인 안정감과 청각적인 조용함을 모두 갖추었다는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이 집들을 보자마자 단번에 '미국식 목조주택'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 미국에 살아본 적은 없어도, 매체를 통해 종종 봐 오던, 이왕이면 한적한 외곽지 배경의 전원주택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느낌을 풍겨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자, 현관에서부터 아주 널찍하였는데, 어느 숙소에 하루 머물다 갈 것으로 문을 열었다기보다는 잘 사는 고모네 집에 한 달 정도 여행 신세 지러 들어오는 조카가 된 기분을 줘서, 나는 이게 참 편안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으로 느껴졌다.
현관의 규모만큼이나 내부도 무척 넓었다.
우선, 거실과 주방의 층고가 높은 편으로, 개방감이 상당하였는데, 마침 커튼을 걷으면 큰 창이 3면에 드러나서, 바깥의 공간감까지 안으로 들여와 사용하는 듯했다. 거실 한쪽에 놓인 소파의 크기만으로도 짐작되는 평수였다.
우리는 그렇게 먼저 커튼을 걷고, 볕을 안으로 들이며 내부 구경을 이어나갔다.
사람 사는 중 먹는 게 우선이라는데, 마치 본능처럼 냉장고 문부터 열었던 기억이 난다.
"주스가 있어!"
귀여운 돌하루방 보틀에 담긴 주스 두 병.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갈증도 나던 참이었기에 반가워서 서로가 한 병씩을 사이좋게 나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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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주방 옆으로 보이는 테라스 문을 열고 나갔다.
밖으로 나온 우리를 반겨주는 듯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스칠 때, 한 모금 마신 주스의 달콤함까지 타이밍이 좋았다.
테라스로 나오니 주변의 무성한 초록들이 한눈에 담긴다.
발아래 골목길보다 제법 높게 다져진 집, 그 집의 테라스에 서서 시원하게 바람을 맞아본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4월 말! 여행하기에 이만한 적기가 없다고 생각하며, 뒤에 놓인 의자에 잠시 앉아도 봤다.
남은 주스를 모두 들이킬 동안 여기서 보이는 풍광에 대해서만 떠들었다. 확실히 익숙한 위치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오면, 평소 관심사로 이야기하던 것들과는 조금 다른 주제거리를 입에 올려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자연스럽게도.
떠나온 곳이 어디냐에 따라 당연히 그 주제도 달라진다. 여행이라는 게, 내 집 바로 옆으로 떠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자연'과 '조용함'이었다.
제주에 살며 제주를 정말 많이 돌아다녀, 이젠 다 한 번씩은 가 봤던 길들이라 생각했는데, 또 이처럼 조용한 곳에 그림 같은 집들이 모여 있었을 줄이야. 숨은 동네 찾기라도 하는 것 같다.
어쩌다 한 대 지나가는 차 소리, 금세 찾아오는 고요함 뒤엔 바람 소리와 새소리,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고, 눈앞엔 어딜 보아도 초록이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땐, 무조건 도심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조용하고 초록을 가깝게 맞댈 수 있는 곳에서 살 수 있을까만 생각해."
벌써 말하기엔 나이답지 못한 발언인가 싶을지 몰라도, 막상 자연을 마주한 상태로 이 속마음을 꺼내놓으면, 누구에게라도 공감을 산다. 아직 먼 미래다, 하고 바지를 털며 일어섰다.
안으로 들어가서 남은 방들을 살폈다.
'땡큐드라이버 스테이'에는 거실과 주방에 이어 침실이 두 개, 서재가 하나, 그리고 2층에 자쿠지와 다락 형태의 작은 거실 공간이 또 있다.
각 침실의 크기도 집 규모만큼이나 널찍널찍하다.
최대 5명까지 머물 수 있는 숙소다운 널찍함이라며 방 두 개를 번갈아 구경했다. 욕실도 각 방에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모자라 1층 복도 끝에 하나가 더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길이는 높은 층고를 체감토록 하는데, 계단 끝에 다다르면 바로 자쿠지로 통하는 문이다. 우린 자쿠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도 대단히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
깊이감, 너비감 모두 시원하게 만들어 놓으신 자쿠지.
자쿠지에서 바라다볼 수 있는 오밀조밀한 동네 풍경이 또한 마음에 들었다. 빨리 구경하고, 자쿠지를 즐기자는 의견이 모였다.
나는 2층에서 또 하나 마음에 드는 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2층 한쪽의 창문이었다. 크기가 그렇게 큰 창문은 아니었지만 왠지 꼭 내다보고 싶어 가까이 다가갔더니, 정말 보고 싶었던 그런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그림처럼 걸린 나뭇가지와 지붕 너머로 물결치는 보리밭! 청보리가 익어, 노란 보리가 되어 있는 모습 그 색이 따스해서 더 좋았다.
'여긴 모든 창문을 다 한 번씩은 보고 지나가야겠구나!'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만난 직사각형의 창문 밖도 그러고 보니 예뻤다.
다시 그 복도로 내려가, 창문을 새삼 또 보고, 자연스럽게 창문 옆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에는 너무 무겁지만은 않은 책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런 덕분에 한 권이라도 집어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정신을 부여잡느라 힘겨워하던 나를 보면서, 그럴 때는 글자가 머리에 들어오든 말든 책을 읽어보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그 장소에 그대로 자리를 잡고, 자쿠지에 물 받아지는 시간 동안 아무 책이나 읽어볼 수 있었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놀다가 다시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이름을 듣자마자 그 이름이 붙여진 경위가 궁금했던 나, 도착해서 몇 시간 보내 보니 나도 외쳐보면 좋을 것 같았다. 나로 인해 심심히 설명되기보다는,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을 통해 읽혀지기를 바라며!
"땡큐드라이버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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