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고서우
제주 서쪽 여행의 이튿날 밤은 '스테이 든해'의 'R2' 객실에 머물기로 했다. 전날, 서쪽 끝에서 하루를 머물며 돌아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나는 해안도로를 따라 바닷가를 구경하며 '스테이 든해'를 찾아갔다. 이곳으로 가는 길, 눈에 익숙한 골목 어귀들을 만날 때마다 그 골목길로 들어서면 닿을 수 있는 장소들을 하나, 하나 되새김질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좋은 공간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었기에 상상하는 '스테이 든해' 의 이미지도 친근하게 그려져 갔다. '스테이 든해'는 금능해수욕장과 아주 가까운 거리를 하고 있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어, 비양도 투어를 함께 묶어서 숙박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숙소 입구에는 모래를 씻고 들어갈 수 있는 수돗가가 마련돼 있었고, 거기서 불쑥 내 마음이 설레는 게, 여름이 왔음을 새삼 체감했다. 물놀이는 여름 더위를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주차장도 넓은 편에, 외관도 아주 널찍했던 '스테이 든해'. 호스트님을 만나 인사드리고, 객실을 보기도 전에 숙소 곳곳을 돌아다녀 보기부터 했다.
문득 눈앞에 계단을 바라보고 있자니 호스트께서 "수영장도 구경해 보시겠어요?"하고 말을 건네셨다. 그렇게 다른 객실인 '공유별장'의 수영장이 있는 옥상으로 올라갔더니, 저 멀리 바다가 한눈에 내다보인다. 한 면이 확 트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 덕분에, 이곳에서 수영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이미 저 금능 바닷가를 헤엄치는 기분일 것이리라. '이건 몰랐는데,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친구들이랑 예약해서 와 봐야지!'
20대 중반을 넘어갈 때쯤부터였나,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에서 솔직한 모습으로 장난치며 노는 게 어색해 피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물놀이에 대한 갈망은, 이제 와서 짙어지고 있는데, 다행이라면 요즘 수영장을 만들어 놓은 숙소들이 몇 곳 있다는 것. 심지어 아주 예쁘게, 놀기 좋게 말이다. '스테이 든해'도 그렇다. 여러 개의 비치체어 위에는, 꼭 남 시선 의식할 필요 없는 늘어짐까지 함께 등 붙여 놓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 내 객실은 아래층 객실이니, 상상은 이만 접어두고 서둘러 아래로 내려갔다.
도어락을 해제한 뒤, 가지고 온 캐리어 가방을 객실 안으로 들이면서 눈은 앞을 향했다. 커튼이 다 가리지 못할 눈 부신 햇살이 객실에 가득한 것이 첫인상이었다. "아늑함 그 자체네!" 자연광이 비추는 객실에는, 그 따스한 색과의 조합이 좋은 가구들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는데, 아담한 공간 안에 소파와 거실 테이블, TV, 작은 화분까지 제 위치에 잘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주방, 4인용 식탁이 있다. 없을 게 없는 모습에 "실속 있는 공간!" 이라 말하며 구경을 이어 나갔다. 그 거실 커튼을 젖히면, 적당한 높이로 쌓아 올린 돌담이 있고, 돌담 안에 프라이빗한 우리만의 정원이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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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엔 야외 자쿠지도 있고, 불멍을 할 수 있는 화덕도 있었으며,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제주를 볼 수 있도록 한 의자도 마련돼 있었다.
성큼성큼 걸어 나가서, 자쿠지에 물부터 틀었다. 이제는 숙소를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이 자쿠지 물 받는 것부터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라고 잘 알게 됐다. 어느덧 숙소를 즐기는 데에 시간 할애를 할 줄 알게 된 나를 스스로 대견해하며 물 온도 체크까지 마친 뒤에는,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아까는 거실을 통해 밖으로 나갔는데, 들어오는 건 야외 자쿠지 쪽에서 이어지는 욕실을 통해서였다. 이렇게 동선이 똑똑한 곳은, 젖은 몸이 바로 욕실과 연결되도록 해 놓음 역시 익숙해져 간다.
그러나 그 뒤에 따라오는 동선이 또 어디를 향하는지에 따라 만족도 차이가 조금 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야외 자쿠지에서 욕실, 욕실에서 침실로 바로 이어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스테이 든해'의 넓은 침실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지는 특징으로 다가왔다.
'스테이 든해'에서는 많은 경험 요소들을 챙겨볼 수 있다. 우선은 '불멍 키트'를 신청하면, 불멍을 할 때 필요한 것들을 호스트께서 미리 다 준비해 주신다. 불에 구워 먹을 마시멜로와 스모어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크래커 등, 부족하지 않게 준비해 주시기 때문에 정말 만족스러웠다. 물론 나는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아쉬운 이야기를 곧이어 해야겠지만 말이다.
또, 사람들이 적어놓고 간 방명록을 작은 앨범 형식으로 만들어 비치해 두셨는데, '스테이 든해'의 외관 모습을 엽서로 만든 방명록이어서, 보는 이와 적어 보는 이 모두에게 퀄리티적인 부분으로 높은 만족도를 주고도 있었다.
이어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가득 채워두신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우유부터 탄산수에 이르기까지 누군지 모를 게스트를 위한 고심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또, 나는 차마 냉동실 문까지 열어볼 생각을 못 했기도 했는데, 여태 숙소를 다니며 냉동실에 특별한 게 있었던 적이 너무 당연하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음이라도 있으면 그게 정말 놀라웠다.
'스테이 든해'의 냉동실 문을 후에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베이글과 마들렌이라니! 바로 위에서 나와 눈 맞춤을 하고 있는 발뮤다 토스터에 맛있는 온도를 부탁할 생각에 드릉드릉했다.
저녁이 가까워져 오자, 나는 근처 마트로 가서 간단히 먹을거리를 사 왔고, 그전에 불멍부터 하고 싶은 마음으로 주섬주섬 키트를 펼쳐놓기 시작했다. '어, 차가운 물!' 불멍을 준비하려 분주히 움직이는 내 손등 위로 물방울이 스친 듯했다. 양 손바닥을 펼쳐 하늘로 내보였다. "비 오잖아!" 저녁에 비가 온다고는 했는데, 그래서 더 빨리 준비했던 내 마음이 무색하게 빗방울은 점점 그칠 여지없이 굵어졌다.
키트들을 얼른 담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내려다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야외 자쿠지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나는 차라리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밤 드라이브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평소에는 거리가 멀어 자주 가지 못하는 '신창풍차해안 도로'로 그 목적지를 정해놓고, 조금 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참에 저녁 식사를 했다.
배가 부르자, 자연히 눈이 창문으로 갔다. 빗방울은 아주 거셌고, 밤 드라이브를 고민해 봐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생각했다. "빗방울 소리 듣기 좋은 밤이네!" 차라리 비를 좋아하는 편이기는 해서 다행이랄까.
먹었던 저녁 설거지를 하고, 샤워도 했다. 아직 밤엔 공기가 차니, 뜨거운 물로 샤워하며 나갈 채비를 했다. 여행이라는 게 이토록 평범한 일상의 모든 것들을 특별하게 하는 건가 싶은 마음으로.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또 너무 어둡고, 빗방울이 생각보다 많이 거세져서, 풍차를 보겠다고 눈을 부릅뜬 것은 어쩌면 원했던 무드가 아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빗방울 소리가 목적이었기에, 또한 돌아갈 곳이 그토록 포근하고 밝았기에 상관없었다.
평온한 마음으로 누운 침대마저 허리를 편안히 받쳐주어, 뒤척임 없는 밤을 보냈던 기억까지. 똑같은 길을 따라 '스테이 든해'를 꼭 다시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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