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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안의 느린 시간 [제주 구좌 숙소 | 월정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제주도 바닷가

정겨운 골목길의 돌집


글ㆍ사진  고서우


사계절을 살아가는 한국 사람이라면, 초여름 그 즈음 바람의 온도와 냄새를 알 것이다.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자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인데, 어제보다 기분이 들뜨고, 왠지 다 괜찮을 것이라는 토닥임에 불안함은 잠식되는 느낌이며, 어제까지만 해도 걱정이던 앞날이 꼭 한여름 올라오는 초록처럼 밝고 풍성하다.


달이 머문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마을, 월정리에 위치한 숙소 '월정담'으로 들어가던 내 기분이 꼭 위와 같았기에, 여행기 서론에 이 기분을 써야지 생각했다.



월정리 해수욕장에는 벌써부터 여름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아직 6월도 오지 않았기에, 조금은 이른가 싶은 날짜였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때가 적격이구나.' 할만했다. 그리 북적이지 않는 월정리, 그러나 여름맞이를 이미 끝낸 바닷물의 온도와 색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구경하며 가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금세 나오는 목적지 도착 알림.


"바닷가랑 엄청 가깝네. 걸어서 해수욕하고 오면 좋겠다!"



평소 바다는 좋아하지만, 바닷물에 굳이 몸까지 담그려고는 않는 이유가, 놀 땐 신나지만, 이후 집에 가서 씻기까지의 찝찝함을 도무지 참을 수 없어서인데, 요새 들어서는 그 바닷물 속에서의 즐거움이 그립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이렇게 바다와 가까운 숙소를 찾아서 아예 하루를 머물다 오는 방법이다. 호텔, 펜션, 민박집. 뭐 어디든 상관없다.



그래서, '월정담' 앞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여기 좋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심지어 숙소 본연의 퀄리티마저 챙길 수 있는 곳이니 더 바랄 것도 없다.



대문을 열기도 전에 "만족!"을 외치며 한 계단 올라, 대문을 열었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 예쁜 집이 두 개 있다. 마당을 살피는데, 그때쯤 물결 구르는 소리가 났다.



"수영장!"

저기 윤슬이 반짝이는 곳이 있어, 대번에 물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제법 넓고, 월정리 해수욕장의 그 물빛 색깔을 그대로 빼닮은 예쁜 수영장이었다. 그야말로 작은 해수욕장. 위에는 타프가 쳐져있어, 좀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오늘은 나 혼자 여행기를 쓰러 왔는데, 친구들과 함께 왔으면 훨씬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이것 하나만이 이번 여행기의 아쉬움이었다.



숙소를 많이 다니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혼자 떠나게 될 때가 많다. 예전엔 꼭 누구 한 명이라도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하며 시간 맞는 이를 찾아 날짜를 정했다면, 요즘은 이렇게 거침 없이 날짜를 정해서 그냥 나 혼자 온다.



"아,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사실 큰 상관은 없다. 좋은 것 나 혼자 다 누리는 게 그렇게 억울(?)할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맛있는 것도 함께 나누면 더 맛있다는데, 이토록 넓고 깨끗하고 예쁜, 형용할 만한 게 많은 숙소인 줄 알았더라면, 여럿이 올 걸 그랬다. 이 긴 아쉬움은 나중에 마저 느끼기로 하고, 숙소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짐도 내려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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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B동의 문부터 열었다.

새로운 숙소에 도착해서 문을 열 때, 여기서 느낌이 갈리는 것 같다. 둘 다 어느 한 쪽에 기우는 느낌은 아니고, 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인가, 새로운 곳에서 느껴지는 색다름인가의 차이인데, '월정담'은 전자였다. 집에 들어오는 편안함 그리고 아늑함.



천장을 한 번 둘러보고, 공간 전반을 두루 살폈다.

침대가 하나 있고, 간이 주방, 욕실, 단차를 둔 거실. 또, B동에는 특이한 공간이 보였는데, 동그란 빛 우물이 있는 작고 하얀 공간이었다.



그 공간 가운데에는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사방이 온통 하얘서, 빛우물을 통해 내려오는 빛만이 오직 색을 가진 듯한 모습이었다.


이 특이한 공간 하나가, 이곳에 특별함을 주고 있었다.

"같이 온 이들과 마주하고 앉아서 차를 나눠 마시고, 대화를 하면 기분이 색다르겠다." 책을 읽기보다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공간이었는데, 혼자인 나에게는 독서의 공간으로 쓰여볼 만했다.



그 옆으로는 침실이 있다. 오후 빛이 머리맡 가장자리로 예쁘게 들어오는 침실. 나는 그 빛이 좋아서 자꾸만 보고 싶어 했다. 사락사락하게 말린 이불보도 당장 드러눕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도리질 치며, 밖으로 나와 A동으로 옮겨갔다. A동은 제법 컸다. B동이라고 좁다는 인상을 주진 않았는데, A동은 겉에서 보는 것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다락도 있는데, 문을 열면 바로 앞에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만나는 구조다. 다락에는 어린이용 구명조끼가 두 벌 놓여 있어서, 이곳의 이점이 확실해졌다. 이만한 여름의 숙소는 없다.



아래층엔 널찍한 침실과 숙소에서는 좀체 마주치기 힘든 큰 TV, 공간 규모에 어울리는 주방, 기다란 식탁, 심지어 테라스까지 정말 다양했다. 좀 큰 펜션에 가면 볼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천천히 둘러보던 몸짓을 갑자기 서두르듯 돌아 세워 곧장 밖으로 나갔다. 월정리 바닷가를 보기 위해서였다. 저 좋은 집을 내 뒤에 두고 있으니, 뭘 하고 놀아도 마음 푹 놓은 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월정리 바닷가에는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었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모래사장 위를 거닐고 있었다. 꽃이 많이 달린 수영모를 쓴 아이가 얕은 물에 손바닥을 치며 찰박찰박 소리를 내며 웃었다. 튀는 바닷물에 눈은 질끈 감은 채로.



오랜만에 바닷가를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하니, 사람들을 구경하는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즐거웠다. 그러나 내겐 이보다 구미가 당기는 것이 있지, 하며 '월정담'의 수영장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그 백사장 위에 서서, 어느 쪽을 즐겨볼까 갈등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바닷가는 나중에 또 오면 된다!' 속으로 외치며 '월정담'의 깨끗한 수영장 물속으로!



수영을 하면, 밥맛도 좋고 잠도 잘 온다.

한참 시간을 보낸 나는, 걸어서 5분 채 걸리지 않았던 마트로 가서, 김치 한 팩을 샀다. 그리고 짜장밥을 해 먹었다. 수영장에 온 어린이같은 식단이라 생각하니, 더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밤에는 모든 불을 꺼 놓고, 얇은 커텐 뒤로 비치는 잔디밭을 감기는 눈으로 깜빡거리며 바라보다 어느새 잠에 빠졌다. 정말 새벽 해가 뜨는 줄도 모르고 끄떡 없이 푹 잤다.



오전 9시, 알람을 들으면서야 눈을 떴다.

내 친구 중에는 꼭 연박을 해야 한다는 친구가 있는데, 왜냐 물으니, 아침에 늦잠을 자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 마음 매 1박 여행기마다 공감하는 바, 그래도 한껏 잘 쉬었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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