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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따뜻한 정원 [제주 조천 숙소 | 스테이오아]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고요하고 충만한

테라리움


글ㆍ사진  고서우


이번 여행지는 참 반가운 곳이었다. 마음의 익숙함이랄까,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2년 전 9월에 내가 두 번째 스테이폴리오 트래블로 찾아왔던 그 마을이었다.



물론 제주에 살고 있는 나는,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이 길을 지나다녔기에 그저 이 마을에 왔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면 조금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조금 덧붙이자면, ‘스테이오아’는 과거 트래블로 찾았었던 골목길 바로 그쯤이었다.



“오, 여기구나!”

다짜고짜 주소만 찍고 찾아왔기 때문에 그제야 맞닥뜨린 반가움은 실로 컸다. 2년 전 한창 버스로 여행하는 것을 즐기던 내가, 여행이 끝난 다음 날 버스에 올랐던 그 정류장도 눈에 들어왔다.



예정된 체크인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나는 ‘스테이오아’를 지나, 와흘리사무소 나무 아래에 차를 세웠다. 완연한 여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차의 시동을 끄고 창문을 내리니 불어오는 바람만으로도 덥지 않아 좋았다. 그렇게 가만히 있어 보니, 리사무소 안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구령에 맞춰 운동하는 소리도 들리고, 할머니들의 유모차 바퀴가 아스팔트 위를 거칠게 타달타달 굴러가는 소리도 들리고 정겨운 것들이 가득했다.


나는 이내 핸드폰 화면에 시선이 멈췄다. 사실은 드론을 먼저 날려볼 생각에 일찍이 왔던 것이었는데, 오며 보니 아직 숙소는 정비 중인 것 같아 시간을 때우고 있었고, 핸드폰 게임이나 하던 참이었다.



그때, 정말 신기하게도 옆을 돌아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리 사무소 마당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고개 한 번 들 생각 없었던 내가 고개를 들어 옆을 쳐다봤다.


“어? 아버님!” 중학교 때 선생님의 아버지셨다. 어머니도 옆에 계셨다. 워낙 친하게 왕래하는 선생님이셔서, 어쩌다 보니 명절 때 인사도 드린 적이 있고, 우리 집에 오셔서 식사도 하고 가신 적이 있다. 아니, 나 혼자만 얼굴을 알더라도 꼭 이렇게 뛰쳐나가 인사를 드렸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 선생님 제자 고서우입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시며 와흘엔 무슨 일로 왔냐고 하시기에 숙소 쪽을 가리키며, “저기 숙소가 있는데요. 오늘 거기서 하룻밤 자고 갈 겁니다. 놀러 왔어요, 와흘이 예뻐서.” 와흘 사시는 두 분께 능청스러운 한마디를 굳이 덧붙이며 조심히 가시라고 허리를 숙였다.


마음이 들뜬 딱 그 시각, 정비가 다 된 ‘스테이오아’의 문을 열었다. 마침, 여름 해가 아주 예쁜 모습이어서 기분은 더욱 좋았다. 여행의 과정들 그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여겨졌다.



체크인할 때 호스트께서는 지금 와흘에 메밀 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한 번 들러 보시라고 안내도 해 주셨는데, 안 그래도 SNS에서 소식을 자주 듣고 있던 터라, 숙소를 모두 둘러본 뒤엔 잊지 않고 메밀밭도 다녀와야지 생각하며 ‘스테이오아’의 안으로 들어갔다.



“이 집도 향이 좋은 공간이네.” 냄새에 민감한 편이어서, 향이 좋은 공간과 비교적 내 취향이 아닌 향의 공간은 첫인상에서부터 갈린다. 차분하게 내린 조도와 더불어서 공간 전반의 색깔과도 매우 잘 어울리는 향이 코로 들어왔다. 이 향은 '브어스멜(have a smell)'이라는 로컬 브랜드와 협업으로 개발한 스테이오아 에디션이라고 한다. 스테이오아를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향에 이끌리듯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은 곳엔 빔프로젝터가 돌아가고 있었다. 잔잔한 배경음악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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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오아’는 침실 동과 키친 동이 분리되어 있다. 우선, 내가 먼저 들어간 곳은 침실 동이었는데, 거실 겸 침실로 쓰이는 공간에 침대가 하나 있고, 따로 작은방에도 침대가 있는 구조이다. 거실에 있는 침대는 낮은 칸막이로 공간 분리가 확실하게 되어 있어서, 위치에 따른 휑한 느낌은 전혀 주지 않았다.



거실에는 소파와 소파 테이블이 있고, 소파에 앉으면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정원이다. 초록색 잔디가 깔린 정원. 환기를 위해 열어둔 뒷창문에서 목덜미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바라보기에 완벽히 푸릇한 정원이다.



소파에 앉아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욕실이다. 그리고 자쿠지로 통하는 복도이기도 하다. 나는 저 끝 자쿠지에 아른아른거리는 볕을 향해 홀린 듯이 걸어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아주 예쁜 집이었다.



그대로 자쿠지에 들어가, 그 공간의 사면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저 멀리에서 보인 빛이 마치 보물 상자에서 반짝이는 황금빛을 보았던 것처럼 이 안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얼른 물을 틀었다.



자쿠지에서는 자그마한 뒤 정원을 볼 수 있었는데, ‘테라리움’의 정의가 바로 이 공간에도 맞다면, 그렇게 표현하고자 한다. 물이 다 채워지지도 않았는데, 물, 흙, 돌, 볕, 식물까지 공간을 채우고 있는 색깔들이 서로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진 상태였다. 오랜만에 물도 차지 않은 자쿠지 안에 서서 한참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나와서,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모든 공간에서 초록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이 나 있었는데, 작은방에도 창문이 두 개나 있었다. 하나는 집의 뒤편, 하나는 정원과 키친 동을 마주 볼 수 있는 창문이었다. 그리고 작은방엔 간이 책상도 마련돼 있었는데, 무언가를 끄적이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시 좋아할 법했다.



“너무 예쁜데?” 감탄을 뱉어가며 둘러보기를 계속했다. 다음은 키친 동으로 넘어가 볼 생각이었다. 



키친 동이 따로 있다는 것은 투숙객으로 하여금 부담감을 걷어내는 요소였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어디 묵을 때 저녁 식사를 해결함에 고민이 많은 편이다. 물론, 밖에 나가서 사 먹어도 여행의 묘미겠지만, 때로는 우리끼리 도란도란한 식사를 하기에 이만한 게 없으니, 안에서 먹기를 더 선호한다. 그런고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려고 하면, “이거, 냄새가 많이 날까?” 하는 고민은 꼭 하게 되는 것 같다. 간단히 데워서만 먹으면 될 밀키트 제품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혹여 음식 냄새가 날까 봐 후드와 환기에 신경을 쓰고, 지체 없이 치워가며 밥상을 차리고, 얼른 먹어 설거지하기가 바쁘다. 결국 이 수고로움과 스트레스가 싫어서 초밥이나 회를 주로 선택해 왔다. 물론, 키친 동이 분리가 돼 있다고 해서 그 모든 걸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애초에 침실과 분리되어 있다는 점과 넓은 통창으로 시원스레 환기까지 시킬 수 있었던 ‘스테이오아’의 키친 동은 나에게 빨리 먹어 치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확 낮춰주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발견한 다정함은 위 기억을 좀 더 깊게 새겨볼 수 있도록 하였는데, ‘스테이오아’의 키친동 옆 작은 텃밭 이야기다. 낮 촬영을 하던 중 발견한 텃밭! 발견하자마자 “뭐야?” 하면서 신기했는데, 내 착각인가 싶어 호스트께 여쭤보았다. 먹어도 되는 작물인지. 돌아온 대답은 “게스트를 위한 텃밭입니다. 편하게 드시면 됩니다.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고 드시는 분들이 있어서 텃밭 안내 카드를 비치하려고 해요~” 말씀이 무척 따뜻해서 읽는 것만으로 이미 행복해졌다. 



그 따스함이 깃든 키친 동의 모습은 침실동 못지않게 감성적이기도 했는데, 음악을 들으며 주방에서 바라다 볼 수 있는 넓은 정원이 역시 아름답기까지 했다.



얼추 둘러본 뒤엔 밖으로 나갔다. 아까 생각했던 대로 마을도 한 바퀴 둘러보고, 들어오는 길엔 장을 보고 올 계획이었다. 그렇게 돌아오던 어스름한 저녁, ‘스테이오아’의 대문을 빼꼼히 연 내 눈에 보인 저녁 전경. 사진을 찍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은 핸드폰 카메라로 먼저 급하게 찍어, 좋아할 만한 사람들에게 전송부터 했다.



‘스테이오아’ 반가운 마을 와흘에 또 하나의 공간 기억을 남겨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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