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신은지, 김문영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행을 떠난다. 제철 음식이 있듯 제철 여행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 같은 장소도 계절에 따라 풍경이 변화하니, 봄과 여름 사이의 경계에 있는 이 순간을 담뿍 느끼고자 또 다른 여행을 계획했다.
우리는 양평을 탐험하기로 했다. 여행자는 문영님과 나, 목적지는 스테이 '일월일지'. 양평은 언제든 가기 좋지만, 특히 휴가철이 아닌 봄과 가을쯤 주말을 끼고 다녀오기에 알맞다. 1박으로도 자연을 한껏 느낄 수 있으므로 늘 연차가 부족한 우리에게 최고의 여행지.
KTX를 타고 양평역에서 내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장을 봤다. 일월일지는 산속 깊이 자리해 필요한 것은 미리 사 오는 것이 좋다. 하룻밤의 고립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일월일지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양평역에서 차로 30분 정도 이동하면 푸른 산맥 사이 붉게 솟아오른 건축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푸른 숲속, 일월일지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우거진 숲 사이로 높고 붉은 벽이 작은 미로처럼 웅크리고 있는데, 언뜻 보면 갤러리 같기도 하고 성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거대한 벽은 흥미롭게도 강하고 압도적이기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프라이빗한 구조에 벽돌과 목재처럼 담백한 소재감을 더하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조경이 어우러져 일월일지만의 안락함을 창조한 것이다. 비유에스 아키텍츠(B.U.S Architecture)가 설계한 곳이기도 해서 공간의 디테일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다.
주변을 감싼 붉은 빛에 따스함을 느끼며 로비로 들어갔다. 호스트님이 다정히 맞이해주시면서 숙소를 전반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호스트님은 오후 8시까지 로비 동에 계셔서 문의 사항이나 필요한 부분을 바로 말씀드릴 수 있다.
굽은 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벽으로 둘러싸인 중정이 나타난다. 일월일지는 최대 3인 객실 2개, 최대 5인 객실 2개, 총 4개 객실이 준비되어 있으며 모두 이 중정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객실 간 거리가 멀어 공용 공간임에도 프라이빗한 느낌이다.
산속 시냇물처럼 정원을 가로지르는 수공간의 물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네모난 구조와 둥근 수공간, 직선의 복도 등 자연을 함의하는 원초적인 조형성 또한 큰 안정감을 주는 듯. 오늘 머무를 객실은 '가을일지'다. 나무 그늘 속에 숨은 가을일지의 문을 열었다.
중정을 지나 또 다른 중정에 발을 내디딘다. 일월일지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객실마다 완전히 프라이빗한 개별 정원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놀랍게도 문을 닫자마자 외부의 소음은 완벽하게 차단된다. 경이로울 정도였는데, 한 발자국 전까지만 해도 들리던 물소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높고 두꺼운 벽으로 공간을 둘러싼 기획 의도를 생생하게 체감했다. 이곳에서라면 그 누구의 시선과 소음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한 쉼과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마당은 생각보다 넉넉한 크기였다. 여러 방향을 보고 앉을 수 있도록 의자와 벤치 서너 개가 마련되어 있었고, 마당에서 연결되는 작은 주방도 있어 활용성이 유연하다. 작은 주방에는 간단히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인덕션이 준비돼 마당에서 시간을 보내기 적합한 구조다. 캠핑하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붉은 벽난로. 그 앞에 준비된 박스를 열자 몇 시간은 든든히 태울 장작과 착화제, 불에 넣고 소원을 빌 수 있는 소원카드가 나타났다.
안으로 들어서니 절묘하게 세팅된 온도와 습도, 기분 좋은 향이 우리를 맞이했다. 문 옆에 걸린 안내서를 읽으며 숙소를 천천히 둘러봤다.
내부는 붉은 벽의 따스한 온기를 이어 오는 우드 톤과 간결한 화이트 톤으로 이루어져 시선이 한층 편안했다. 가장 넓은 공간인 주방 겸 겨실은 한쪽 면이 평상처럼 설계돼 아무렇게나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있기 바빴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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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침실 사이 오픈된 복도에 세면 공간과 욕실이 자리한다. 욕실은 하늘이 천창으로 열려 있어 낮이면 푸른 하늘을, 밤이면 별이 맺힌 하늘을 보며 몸을 씻을 수 있다. 견고하고 깔끔한 셰입의 하드웨어도 공간의 디테일을 잡아주는 요소. 준비된 욕조에는 오후 10시 30분까지만 물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끝에 자리한 침실은 갤러리 같은 인상을 준다. 액자 같은 네모난 창 너머로 붉은 벽과 낭창이는 어린나무가 비쳐 멍하니 바라보았다. 수면에 집중한 간결한 구성이다.
낮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다시 중정으로 나왔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흐르는 물소리나 새소리,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가 쏟아지듯 들어와 마치 다른 시공간에 있다 온 듯했다.
붉은 벽은 주변의 초록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했다. 자신을 돋보이게 함이 아니라 자연을 비추고 이곳에 머무는 우리를 비추어보게 하는 색. 이질적인 컬러와 매스감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느껴지다니 신기한 일이다. 또 시선을 높이 들거나 낮출 때 보이는 벽 일부는 절개하고 틈을 내, 곳곳에서 자연이 느껴진다.
숙소로 들어와 해가 저물 때까지 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두 손 가득 들고 온 음식을 풀어 두고 맥주도 한 모금씩. 거실 벽에 걸린 TV는 사이즈가 제법 커서 어떤 콘텐츠든 몰입력 있게 했다.
주방 아일랜드 하단은 모두 속이 가득 찬 수납장이었다. 각종 조리도구부터 채반, 밥솥, 정수기, 금붕어가 유영하는 귀여운 술잔까지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온전히 쉼에만 집중하도록 배려한 호스트님의 의도가 느껴졌다.
별달리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해가 뜨고 질 때마다 누리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아 느긋한 듯 바쁘다. 곧 찾아온 밤은 벽난로에 불을 지펴 불멍할 시간. 몇 번이고 오가는 마당이지만 높은 벽이 전혀 답답하지 않다. 내가 무엇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을 주어 아늑하고 편안할 따름. 오래 앉아 있어도 그저 좋은 것이, 마치 하늘을 지붕 삼은 커다란 방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문영님의 노련한 손놀림으로 시작된 저녁 불멍 시간. 벽난로의 온기로 몸과 마음을 달구며 소원 카드를 작성했다. 남은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카드를 불 안에 던져 넣자, 작은 소망과 약속을 담은 종이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마시멜로도 알차게 구워 먹었다. 가장 좋은 불 자리를 찾아 손을 바삐 움직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원형 화로나 에탄올 난로는 종종 이용해 보았으나 벽난로가 주는 안정감은 완전히 다른 종류였다. 결국 2시간 넘게 불 앞에 앉아 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이, 노지 캠핑이라도 떠나온 것처럼 사방은 개구리 울음소리와 장작 타들어 가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온전히 우리가 만들어내는 소리만 들린다. 아무 걱정 없이 웃으며 작은 소란을 피우고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고요한 시간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편한 침구 덕분에 깊이 잠들고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밤새 비가 와 어제보다 짙어진 색의 일월일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체크아웃은 오전 11시. 작은 주방의 창을 활짝 열고, 촉촉하고 시원한 공기를 맡으며 식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거실과 작은 주방 사이에는 여닫을 수 있는 창과 물건을 놓을 수 있는 단이 있었다. 어제 사 온 샌드위치를 마치 카페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내어주듯 소중하게 건네게 되는 점이 재밌다. 무엇보다 굉장히 기능적인 구조다. 이 창은 닫아두면 벽난로의 타는 냄새나 작은 주방의 조리 냄새가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준다.
밤사이 내린 비로 인해 욕실 천창에 물방울이 잔뜩 아롱거리고 있었다. 흐린 하늘 아래 뿌옇게 번지는 빛을 맞으며, 빗줄기로 샤워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일월일지는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단위 여행자나, 오랜만에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 혹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연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숙소다.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히 보듬어주고 싶다면, 양평 숲속에 움튼 붉은 둥지로 향해 보기를. 여행자에게 진정한 쉼을 선물하고 싶었던 호스트님의 마음, 그 마음을 건축으로 구현한 비유에스 아키텍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넉넉히 품은 양평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했다.
체크아웃을 위해 로비로 향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양평에서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우리에게 호스트님이 여행 코스를 알려주셨다.
호스트님의 추천을 받아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용문산 관광단지로 이동했다. 많은 꽃과 투명한 계곡물, 그리고 귀여운 거북이 같은 것들을 보고 즐거워하며 산길을 천천히 오르내렸다. 이렇게 빠르게 흘러간 여행은 오랜만이라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었지만 묵묵히 다음 계절을 기다리기로 했다. 벽난로에 던져 넣었던 소원을 되새기며, 좋은 쉼을 통해 충만해진 몸과 마음을 가지고 남은 한 해를 잘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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