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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정취를 담은 [제주 한경 숙소 | 수리움]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마침내 발견된

낙원


글ㆍ사진  신은지


제주로 떠나는 데에는 그 어떤 이유도 없다. 그 존재만으로 여행에 바라는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땅. 사방으로 흐르는 바람은 자유로움을, 검은 땅과 신비로운 지형은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명력을, 초록빛으로 우거진 숲은 풍요와 너그러움을, 가득 펼쳐진 푸른 바다는 존재의 덧없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십여 년 만에 함께 모인 친구 셋. 그 첫 번째 여행지가 제주인 것은 당연함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리는 그 무엇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권리와 자유로움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청수리에 숨어들기로 했다. 반딧불이 사는 청정하고 조용한 마을 청수리, 그리고 험난한 일상에서 완전히 멀어져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스테이 '수리움'에 발을 디뎠다.


스테이 '수리움'은 지역명인 '청수리'와 '움트다'를 한데 모아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치 땅 위에 작은 새싹이 돋아나듯, 제주의 토양과 식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모습으로 청수리에 움튼 모양을 하고 있다. 화산섬의 기운을 품은 붉은 송이석 바닥에서 솟아오른 붉은 벽의 건물. 땅과 하나 된 듯한 질감과 곧게 뻗은 직선이 어우러진 모습은 그 어떤 원초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신성하리만치 굳건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자 갑자기 탁 트인 정원이 나타나 감탄이 흘러나왔다. 성벽처럼 견고한 벽은 그 안에 들어선 우리에게 완벽한 프라이버시와 비밀스러운 공간감을 선물해 주었다. 푸르름으로 가득한 정원과 한 면을 가득 채운 수영장은 바라만 봐도 마음이 넉넉하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오히려 짙고 농염한 빛을 띠는 붉은 대지의 색에 마음을 뺏겼다.



붉은 톤과 강직하고 반듯한 면의 외관과 달리, 내부는 나긋하고 부드러운 크림 색에 다양한 곡선이 어우러져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한 느낌이 든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닥과 천장의 구조와 높이가 공간마다 다르다는 점. 그래서 한 스테이임에도 공간을 오갈 때마다 작은 여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특히 거실은 해외 매거진에서 볼 법한 낮은 레벨의 좌식 공간과 벽난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높은 아치형 천장에는 실링팬이 천천히 회전하고 작은 창 너머로는 녹음이 가득 비친다. 이렇게 보면 스페인의 한 주택에 놀러 온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이탈리아의 한 스튜디오에 방문한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숙소에 머물렀지만 수리움이 제안하는 머무름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국의 세계에서 제주를 발견하고, 제주의 세계에서 이국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여정이 이어졌다. 다이닝 공간은 아치형 구조 가장자리에 큰 창을 내고 조리 공간을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다. 천창으로 쏟아지는 햇빛과 빗줄기를 감상하며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니. 다이닝 테이블 위에는 보암직하게 영근 한라봉과 아기자기한 조식 세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쪽에 놓여 있던 웰컴 레터에도 호스트님의 세심함이 묻어났다. 질감이 좋은 종이에 쓰인 인사말과 한 줄씩 정성스럽게 쓰인 스테이 소개를 읽었다.



주방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든든한 실용성을 갖추었다. 브뤼스타 드립포트, 발뮤다 토스터와 드립 커피 머신 등 다양한 기기가 구비되어 터치 한 번으로도 풍족한 차림을 만들 수 있다. 또 주방용 가위며 칼, 도마, 국자 등 집기 하나하나 만듦새가 좋아 요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짐을 빠르게 정리하고 드디어 찾아온 수영 시간. 비 온 후 낮은 온도와 풍랑주의보가 뜰 정도로 거친 날씨에 걱정이 컸지만, 야외 온수풀은 아주 신속하게 우리의 몸을 달구어주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온수풀 옵션은 약 32도의 온도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그 효과가 놀라웠다. 바람에 흔들리는 사그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음악 삼아 넓은 수영장을 계속해서 가로질렀다.



생각보다 수영장 폭이 제법 넓어 마음껏 헤엄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흐린 날씨의 느슨한 햇빛만 내리쬐었음에도 수영장의 물색이 맑은 날 얕은 연안의 것처럼 밝고 투명해 온전한 바캉스 기분이 났다. 수영장을 거실 소파 삼아, 물장구치고 잠수하며 미뤄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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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마치고 몸을 재정비하는 시간. 수리움은 연인, 가족, 친구 그 누구와 와도 근사한 숙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적 미감을 제외하고서라도 구조가 무척 실용적이고 편안하다. 크게 ㄱ자형 구조를 이루는데 끝부분에 침실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으며 욕실도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침실마다 각기 다른 풍경을 담고 있고, 욕실 구조마저도 완전히 달라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는 기쁨이 있다. 


수영장과 가까운 침실은 바깥을 바라보며 온욕을 즐기는 자쿠지를 갖췄다. 르라보의 바질 향 핸드워시를 비롯해 자연의 느낌을 주는 어메니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은은한 테라코타 빛으로 둘러싸인 침실은 창밖으로 귤밭이 보여 더욱 전원적인 감각을 전한다. 투박한 질감을 지닌 자연스러운 형태의 토기, 그리고 연못에 비친 여름의 숲을 닮은 그림이 배치되어 있다. 커튼 역시 오가닉한 미감의 제품으로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경험을 선사했던 침실.



반대편에 위치한 또 다른 침실은 거실 곁에 난 아치형 통로를 따라가면 나타난다. 개방감이 들었던 이전 침실과 달리 진입로부터 작은 동굴로 들어가듯 구성되어 한결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감각이 느껴졌다. 계단으로 반 층 낮은 위치에 자리해 은신하는 듯한 안락함이 배가된다. 침대 역시 낮은 천장고의 박스형 공간에 있어 수면에 집중하는 형태였다.


숙소 수리움을 구석구석 둘러볼수록, 머무는 이에게 가장 좋은 풍경을 내어주기 위해 지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복도를 지나다닐 때의 시선이나 손을 씻다 무심코 옆으로 향한 시선 등 항상 자연스럽게 제주의 자연을 마주하게 되는 점이 신기했다.



청수리의 밤은 고요했다. 도시의 불빛이나 소음 없이 온전히 별빛과 바람 소리, 빗소리만으로 우리를 채웠다. 근처에 배달 가능한 곳이 꽤 있어 모둠회를 주문해 알찬 한상 차림을 만들었다. 와인과 맥주도 함께. 수리움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그릇과 잔이 있어 감각적인 플레이팅을 완성할 수 있다. 그릇이나 잔 역시 도톰한 질감의, 자연의 색을 닮은 제품으로 선별되어 있었다.



밤이 깊어지고 수리움의 아름다움도 깊어졌다. 야외풀의 조명을 켜니 또 다른 환상적인 분위기가 되었지만 바람이 거세어 자쿠지를 즐기기로 했다. 수영장을 마주한 자쿠지는 창을 개방할 수 있는 구조라 선선한 밤공기를 맡으며 온욕을 누릴 수 있었다. 제법 깊고 넓어 세 사람이 여유롭게 몸을 풀 수 있었던 욕실.



친구들은 먼저 잠들고 나는 어두워진 숙소를 천천히 거닐었다. 적절한 위치에 놓인 크고 작은 조명이 빛을 발하며 그윽한 풍경을 만들었다. 침실에 마련된 프로젝터로 영화를 고르다 김모아 작가님, 허남훈 감독님의 꽁트 드 쁘렝땅을 읽었다. 이 공간의 온도와 잘 맞는 책 몇 권이 있었다.



각자의 방에서, 서로 다른 풍경을 감상하며 맞이한 아침. 어제와는 다르게 반짝하고 햇빛이 났다. 나른한 고양이처럼 침실 창 너머로 비치는 볕을 쬐다 신선한 공기에 못 이겨 밖으로 나갔다.



해가 강렬히 내리쬐는 수리움은 흐리고 적막한 어제와는 또 다른 인상이었다. 야자수의 튼튼하고 뾰족한 잎이 수면에 그림자를 드리우자 지중해 해안에 온 듯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청량한 수영장과 선베드가 이루는 풍경을 바라보며, 체크아웃까지 남은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지 고민했다.



우선 조식을 준비하는 과정마저도 마음을 들뜨게 했던 다이닝 공간에서의 시간. 주방은 비가 그친 후라 더욱 아름다웠다. 천창에 아롱아롱 맺힌 물방울 아래로 햇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며 벽과 바닥에 한 폭의 추상화를 그렸다. 내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근사한 경험이다.


어떤 베이커리인지 궁금할 정도로 폭신하고 버터리한 식빵에 블루베리잼과 딸기잼, 버터를 양껏 발라 아침을 만끽했다. 여기에 과일 주스와 한라봉도 더하니 건강한 브런치 완성. 



떠나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우리에게 남은 모든 시간을 활용해 수리움의 면면을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선베드에 누워 하염없이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기도 하고, 야외 소파에 기대어 비치된 로컬 잡지를 읽기도 했다. 그리고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1박으로는 아쉽다, 2박은 머물러야 수리움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결국에는 이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들뜬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요즘은 비슷한 경비라면 제주가 아닌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에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 존재하고 있다. 생명력이 응축된 곶자왈의 풍경과 제주 토양의 질감을 품은 공간, 그러면서도 이국의 저택을 닮은 디자인을 갖춘 수리움처럼. 머나먼 곳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완전히 새롭고 특별한 여행을 누리고 싶다면 제주 청수리에 움튼 수리움으로 훌쩍 떠나 보기를. 수리움의 곁에서라면 우리의 제주 여행은 언제나 어떤 계절이든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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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상시 운영되는 숙박권 이벤트로 경품 받고 여행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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