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고서우
문득, 어감이 귀여운 ‘종달’이라는 마을 이름의 정확한 그 뜻이 궁금해졌다.맨 끝에 있는 땅, 제주목의 동쪽 끝 마을이라는 뜻이 그간 내가 생각해 왔던 의미였는데, 종 모양의 ‘지미봉’ 곁에 생긴 마을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니, 예전에 오른 적 있었던 ‘지미봉’의 모양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가만히 머릿속으로 밑그림을 그려보다, 이내 주변에 펼쳐진 밭들을 구경하는 데에 신경을 빼앗겼다. 낮은 돌담을 경계로 한 밭들은 저마다의 싹을 틔워 자잘한 초록 잎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렇게 정감 있는 마을에 위치한 숙소는 오가는 길에서도 여행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괜히 창문을 내려, 자연 바람을 맞아보는 행동도 오랜만에 하도록 만든다랄까.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평소에 하지 않는 일, 평소라면 마다했을 일들을 굳이 해 보며 그 장소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 공해가 아닌 흙먼지를 괜찮아할 줄 아는 여유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곳은 ‘메이네’라는 종달리 숙소다.‘지미봉’을 병풍처럼 두고, 바다 위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한 폭에 담는 멋진 숙소. 이만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땅에 손님맞이라니, 그 손님이 되어 봄에 감사할 정도다.
사실, ‘메이네’는 이전에 준공촬영을 하러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날, 하룻밤 묵고 가시라는 호의에 차마 응할 수 없어 다음을 기약해 볼 뿐이었는데,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이곳에 여벌 옷을 챙겨 도착하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메이네’는 넓은 땅에 여러 채의 독채 객실을 두고 있는 대형 숙소인데, 이만한 규모에 어울릴 만큼의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불경기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현실적인 생각이 긍정으로 비추어지니, 나의 마음이 실로 더 뿌듯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객실 외에 쇼룸과 라운지를 두고 있는 곳인데, 라운지 쪽에 말소리들이 들려서 그곳으로 먼저 향했다가 호스트님과 마주쳤다. 호스트님 외에도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과자와 커피를 나누고 있어, 편안한 분위기였다.
낯선 곳에 오면, 가끔은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도시의 시끄러움을 피해서 왔지만, 너무 고립된 느낌을 받으면 외려 귀가 먹먹하기도 하고, 사람 말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음악이라도 틀게 되는 걸 보면, 아무리 독립적인 성격이라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맞다고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네’의 라운지는 반가운 공간이다. 친숙한 사람들 말소리, 조용히 찾아오는 새소리와 함께 달콤한 것들을 입에 넣고, 책을 읽어도, 멍을 때려도 좋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메이네 예약하기
오랜만이라며 반겨주시는 호스트님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캐리어를 끌어 객실로 향했다. ‘메이네’의 준공촬영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곳 해의 위치를 기억한다. 내가 묵었던 방은 ‘E01’인데, 이곳은 오전 중에 해가 예쁘게 들며, 늦은 오후에는 차분한 그늘이 형성되는 곳이다. 체크인 시간에 해가 가득 들어오는 방을 원한다면, ‘M01’을 추천하고 싶다.
‘E01’의 분위기는 예상한 대로 차분하게 나를 맞이했다. 강렬한 느낌보다는 묵직한 고요를 주는 것처럼.
방은 기다란 복도 형태로 되어 있는데, 복도 길이와 버금가는 넓은 창을 통해 정원을 볼 수 있어 공간감이 시원하고, 방과 욕실로 이어지는 구조가 프라이빗하게 느껴지면서도 함께 여행하는 이와의 밀착감까지 공존하는 편이다.
제법 넓은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싼 보자기가 있었는데, 풀어서 확인해 보니 내일 먹을 조식을 이렇게 미리 갖다 두신 모양이었다. 담백한 빵과 잼, 그래놀라와 귤 등 냉장고 안에는 신선한 요구르트와 주스, 버터도 마련돼 있었다. 파인 스테이가 웰컴 푸드를 준비하는 자세가 대체로 높은 편이라지만, 애초에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곳의 비율이 훨씬 많을뿐더러 각 음식의 출처가 고상하여 만족스러웠다.
짐을 풀며 옷장 문을 열어보니, 촉감이 좋은 로브가 걸려 있다. ‘메이네’는 ‘메이린넨’이라는 린넨 브랜드에서 파생된 숙소인 만큼 이곳에 쓰이는 모든 패브릭 제품들이 ‘메이네’의 린넨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강점이기도 하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쇼룸’이 그 ‘메이린넨’의 제품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로브 하나만 경험해 봐도 왜 사람들이 ‘쇼룸’을 꼭 들러 구경하고 가는지 알 수 있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구경 요소들이 많은 숙소.
나는 자쿠지에 물을 틀어놓고, 잠시 침대 위에 앉았다. 9월 말이었던 이때까지만 해도 낮 더위가 살짝 남아있을 때라, 땀이 약간 나서 몸을 식힐 겸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자쿠지에 차오르는 물을 바라봤다. 갑자기 시간 가는 게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물이 받아지는 동안에 밖으로 나가 이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오르다 숨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던 지미봉도 이곳에서 보니, 그저 동화책 속에 삽입된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가을의 초록도, 그 모양도.
파종을 앞둔 것인지 열 맞춰 정돈한 흙도 구경거리 중 하나였다. ‘어떻게 저렇게 수직 수평을 정확하게 맞춰서 밭을 간 거야? 신기하다.’ 그리고 옆을 돌아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인다. 욕심나는 땅의 위치라는 생각은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볼 것 보고, 즐길 것 즐기며 ‘메이네’ 안에 있다 보니 어느덧 깜깜한 밤이 찾아왔다. 시간 가는 게 아까워도 붙잡을 수 없으니 더 늦기 전에 이번에는 밤의 라운지로 가봐야 했다. 밤에는 낮과 다르게 준비된 음식들이 있었는데, 주로 와인과 함께 먹기 좋은 것들이었다. 치즈와 크래커, 빵, 절인 올리브 그리고 각종 과일까지.
사람들은 조용히 찾아와, 접시에 먹을 만큼 담아내었다. 와인도 두 가지 종류로 제공되고 있었는데, 욕심 없이 한 잔씩 따라서 각자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들이었다.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은 낮의 라운지를 이용하던 그 모습처럼 이곳에 앉아 와인을 먹으며 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어도 좋을 일이었다. 애초에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라운지를 만들었다고 하셨던 호스트님의 얼굴이 떠오르던 시간.
나도 몇 가지의 과일과 빵을 접시에 올려서 잠시 쉬고 있는데, 손님들의 말소리 중 ‘스테이폴리오’ 이야기도 있어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누가 봐도 기분 좋은 입꼬리로 접시를 들고 일어나 객실로 돌아왔다.
음악을 틀어놓고, 가지고 온 빵에 버터를 발라 과일과 함께 먹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 입이 심심한 그 기분을 단번에 날려주는 이 서비스가 좋다며 또 얼마간 떠들어댔는지!
편안한 분위기와 포근함 속에 잠을 청했다. 눈을 뜨면 객실을 가득 채운 햇살이 눈이 부시겠지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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