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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하는 여정 [제주 조천 숙소 | 해우]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지친 몸과 마음에

처방을 주는 곳


글ㆍ사진  영지



우리의 여름은 뜨겁고 길었다. 견뎌낸 더위를 보상이라도 해주듯 어느새 가을은 찾아왔다. 어느 계절보다도 잠시 머물다가 갈 계절이란걸 알기에 내게 주어지는 하루의 여유를 집에서만 보내기 아쉬워지곤 했다. 


끝내 올 것 같지 않았던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니 곧 한 해도 끝나겠지, 

금세 내려앉은 어둠에 괜스레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절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조금 소란스러운 정신이다.



‘해 우’ 解(풀 해), 憂(근심 우). 

제주 조천읍 대흘리 그 안에 숲을 이루고 있는 스테이 해우를 찾았다. 날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 흐렸고 이런 날 마저 잘 어울리는 짙은 해우의 외관이 먼저 반겨줬다. 



해우는 루프탑도 갖추고 있었기에 흐리지 않았더라면 늦지 않은 밤, 노을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 잘 가꿔진 잔디밭을 걸어 객실 ’스미다‘ 문 앞에 설레는 마음으로 섰다. 



문고리를 당기며 들어서니 가장 먼저 공간의 향기가 코로 들어왔다. 



은은하게 해우를 채우고 있는 자연의 푸르른 향은 거실 너머 눈 앞에 펼쳐진 넓은 개인 정원과 함께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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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바라보는 실내 자쿠지와 찻잎과 다구들,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부엌에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마실 수도 있었다. 



해우에 머무르며 근심을 비우길 바라는 공간의 이름처럼 오늘 하루의 쉼을 여유롭고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벌써 머릿속으로는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었다.



제주로 떠나오기 전, 사실 감기 몸살을 앓고서는 무너진 컨디션에 몸은 무겁고 어지러운 정신이었다. 게다가 계절을 꽤 타는지 잡다한 근심도 가득하였다.



거실 탁자에 놓인 ‘해우하는 여정’ 책자를 집어 들고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생각보다 컸다. 이참에 온전히 나를 돌아보고 어딘가 답답한 구석을 비워내고자 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나에게 특별했고 오늘만큼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곰곰이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성냥으로 초에 불을 붙이고 스페인어로 ‘신성한 나무’를 뜻하는 팔로산토를 태워내니 피워오르는 연기에 근심따위가 더해져 함께 날아가기를 바랬다.



해우의 개인 정원은 다른 객실과는 높은 돌담이, 숲을 향해서는 낮은 돌담으로 울창한 숲을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고요함을 몸소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 둘 해우를 경험하며 몸과 정신을 정돈했다.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아늑한 침실로 향했다. 높지 않은 침대 옆 작은 창은 그림처럼 숲의 장면을 담아주고 있었다. 



포근한 침대에 나른한 몸을 기대고 시선은 창밖으로 뒀다. 날은 금세 어둑해졌고 바람이 조금 부는 듯했다.



침실에 놓여져 있던 ‘해우 노트’를 들었다. 단순한 방명록이 아닌 나의 고민거리를 적어내고 맑은 얼굴로 돌아가길 바라는 노트였다. 



나는 이곳에서 머물며 해우하는 여정에 동참했다. 이내 가벼워진 몸과 마음에 지금 내게 가장 필요했던 처방이 아니였을까. 



해우를 돌아서며 나오는 길, 나는 맑은 얼굴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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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Traveler 영지
머무름 속 시선의 장면을 담아내는 작가 박영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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