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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을로의 마실 : 조천마실


200여년 시간의 깊이를 되새기다



WHY

오래된 터에, 숨결을 불어놓는 공간의 문을 바로 열다. 


고유하고 유일무이하다 여겨지는 것들에도 누군가의 발견과 보는 행위가 필요하다. 누군가 먼저 다가서서 두드리고 열어야만 하는 문인 것이다. 제대로 보기 이전에는 ‘닫힌 문’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유일무이함에 이르는 ‘문’은 나의 바깥에, 그 어떤 것 너머에 있지 않다. 그저 굳은살처럼 배였을 타성과 습관의 시선을 걷어내고 이미 있어 왔던 오래되고 익숙한 것을 ‘다시’ 또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눈과 귀를 열고 익숙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문을 발견해 나가야한다. 제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창조지만 “익숙한 것을 미지의 것으로 재발견”하는 것도 “똑같은 창조”이다(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PEOPLE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변화시켜야할지 고민하고, 

제주다움이라는 물음에 답하는 사람들


건축가 정기용은 건축인이라면 무릇 있는 것, 있어 온 것으로부터 어떻게 새롭게 건축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작은 계획이다 하더라도 지속시킬 가치를 찾는 것은 이 땅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 땅만이 지닐, 그 유일무이한 무엇을 ‘-다움’으로 발견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욕구는 새것에 민감"해 변화를 쫓지만 나의 존재를 재확인시켜주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존재해 온 거리의 풍경이고, 예전부터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나가오카 겐메이,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LOCATION

제주 조천읍 신촌리  

제주인의 일상에 그대로 스며들다.


‘조천마실’은 제주 조천읍 신촌리에 자리해 있다. 제주 공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진드르 평야라 불리는 넓고 비옥한 밭이 있고 암석 해안이 가까이 있다. 신촌리는 제주시에서 조천읍으로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지만 비교적 타지 사람들의 유입이 적고 발전의 손떼를 그리 많이 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그저 제주의 제주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상을 이어가며 소란히 살아간다



MAKING STORY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는 시간의 문을 열다.


지랩(Z_Lab)과 함께 지금의 ‘조천마실’을 있게 한 건축주는 당시 숨 가쁘게 이어지는 도심 생활과 업무 스트레스에 한껏 지쳐 있었다. 제주에서의 온전한 쉼을 위해 그가 가족들과 함께 찾은 곳은 ‘조천댁’이었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키친동에서 온 가족이 한데 둘러앉아 음식을 해먹는 일도, 노천탕에서 몸을 담가 노곤함을 즐기는 일도 좋았지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딱 떴을 때의 느낌은 그 어떤 최고급 호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개운함이었다.



SPACE

200여년이라는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깊이를 되새기다


‘조천마실’은 제주 전통 가옥만의 유일무이함을 가지고서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특별한' 독채 스테이로 다시 태어났다.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세 채의 가옥은 저마다 다른 느낌의 결과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안거리는 기존의 툇마루에서 대청마루, 그리고 기단으로 이어지는 이중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걸음마다에 전통이 깃든 멋의 풍류가 자연스레 묻어나도록 했다. 특히 나무 마룻바닥의 감촉과 소리는 오랜 세월의 무게와 깊이를 발끝으로, 또 오감으로 전한다.


안거리에는 뒤뜰 ‘안뒤’와 ‘뒷툇마루’가 있는데, 본래 안뒤는 그 집의 상징이 될 만한 나무를 심어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고 타인에게 비공개되는 신비로운 음의 공간이었다(양의 공간은 마당이라고). 조천마실의 안뒤는 외부로부터 격리되고 폐쇄적이었던 본래의 느낌을 유지하되, 안거리만의 아늑한 정원으로 디자인 했다. 내부로 제주의 자연 풍경을 한껏 끌어 들여 제주다움의 깊은 내음에 빠지게 한다. 어느 곳에서도 제주 바람의 질감과 자연의 푸르름을 한눈에 담고 느낄 수 있다. 


이에 반해 밖거리는 현대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넓은 주방 공간과 모두가 둘러앉아도 부족함이 없을 큰 사각 테이블, 벽거리 TV, 그리고 흰 돔 모양의 팬던트 조명을 두어 세련됨과 세심함을 더했고, 밖거리 뒤편으로는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데크와 테이블을 두었다. 마당에서부터 이어지는 탁 트인 개방감과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는 공간으로 꾸며 활력을 불어 넣었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 ‘re-’ 다시-반복-한다는 ‘의미’를 바로 잡다.

DESIGN |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한 공간에 담아내다.

MIND | 유일무이함에 관하여

PRICE | 머무름 이상의 가치와 대체 불가한 경험을 위해 ‘직접’ 경험하자.



건축ㅣ지랩

글ㅣ스테이폴리오

사진ㅣⓒ박기훈



조천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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