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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봄과 가족, 그리고 폴부엌 이층집

여행에서 경험하는 요리의 즐거움

  TRAVEL ㅣAPRIL 2020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제주의 봄과 가족, 그리고 폴부엌 이층집


글ㆍ사진 석정혁



여행은 익숙함으로부터의 탈출이자 새로운 자극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행 기분은 어떤 숙소에서 머무느냐에 따라 고조되기도, 반감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곳을 다니더라도 저녁에 쉬는 공간이 내 집처럼 익숙하기만 하다면, 혹은 너무나 전형적인 호텔이라 새로울 게 전혀 없다면 어떨까. 오션뷰라든지 각종 테마로 꾸며놓은 풀빌라들이 인기를 끄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주 가 본 제주도, 너무나 익숙한 가족들과 짧게 다녀왔음에도 이번 여행이 아주 특별했던 건 단연 폴부엌 이층집 덕분이었다.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맛있는 폴부엌.'


폴부엌 이층집은 호주에서 제주로 온 폴 셰프가 제주 한경면에 세운 공간이다. 앞서 인근에 '맛있는 폴부엌'이라는 레스토랑을 연 데 이어 가족여행, 워크샵 등에 적합한 숙소 공간까지 오픈한 것이다. 


Photo by 이병근


1,2층의 넓은 독채와 엄청난 키친 공간을 자랑하는 폴부엌 이층집은 과연 들어설 때부터 쾌적했다. 미리 안내받은 대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커다란 숙소가 마치 내 집 같이 느껴지는 거였다.



입구 쪽에는 이렇게 셰프의 공간답게 요리복과 앞치마 등이 걸려 있었고,



폴부엌 이층집의 메인 공간은 단연코 넓고 쾌적한 부엌이다.


Photo by 이병근


부엌 앞에는 흥부네 온 식구가 둘러앉아도 충분할 정도의 넓은 공간이 있다. 소규모 워크샵을 캐주얼하게 즐기기에 딱이겠단 생각도 들었다.


Photo by 이병근


폴부엌 이층집에는 1층 침실 한 개와 2층 침실 2개(오픈형)가 있어 최소 성인 6~7인이 누워서 잘 침대 공간도 넉넉하다. 부엌 공간의 위에는 2층이 없지만, 1층 침실 위로는 2층 건물인 독특한 구조라서 단조롭지 않은 건축물 특유의 개성이 느껴졌다.



다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거였다.



짐을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바로 요리 시작.



폴부엌 이층집의 부엌에는 양 옆에 싱크대가 두 개 있을 정도로 넓은 조리 공간이 있다. 각종 그릇과 조리 도구, 심지어 향신료까지 완비돼 있어 웬만한 일상 요리는 본 재료만 사다가 조리할 수 있다. 냉장고 안에는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샐러드와 빵, 물까지도 구비돼 있어 스테이폴리오 측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깔끔한 엄마와, 손이 빠른 여동생이 함께 있으니 걱정할 게 없었다. 공간이 워낙 넓다 보니 셋이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음식을 나눠 요리하기에 불편함도 전혀 없었다.



동생이 만든 에그 인 헬(샥슈카), 내가 만든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엄마의 전체적인 재료 손질과 도구 정리에 더해 볶음밥까지. 



샥슈카를 오븐에서 꺼낼 무렵에는 모든 요리가 완성되어 동생이 예쁘게 플레이팅 하고 있었다.



우리 식구가 레스토랑을 열어도 되겠다 싶었다. 근사한 장소, 근사한 식사에 빠질 수 없는 와인도 따랐고, 건강 관리 중인 엄마를 위한 포도주스, 수유를 위해 필사적으로 술을 참고 있는 여동생을 위한 자몽 음료까지 풀세팅.


| 다음날



눈을 떠 보니 애어른 한 명이 쿨쿨 자고 있었다. 큰 창 너머로 제주 흙밭이 햇살을 받아 눈부셨다. 아가와 함께 편히 자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폴부엌 이층집은 부엌만 큰 게 아니라 침대도 넉넉했다.


1층 부엌 뒤 쪽문


전 날 밤엔 굳이 열지 않았던 숙소 곳곳의 창을 열고 바깥 구경을 했다. 


 Photo by 이병근


2층 테라스 한켠에는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도 있었다. 



부엌에는 캡슐 커피 머신과 충분한 개수의 캡슐이 구비돼 있었다. 다양한 종류별로 커피 4잔을 금세 내리고 전날 남겨둔 치아바타 빵을 오븐에 구웠다.



넉넉히 해둬서 남긴 음식을 마저 조리해서 늘어놓았다. 호텔 조식이 따로 없었다.



1층 안뜰에는 이렇게 테이블도 놓여 있었다. 조금 추웠지만 잠깐 밖에서 커피를 마셨다. 설정 같지만 설정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려니 정말로 아쉬웠다. 여행 중에는 보통 그날 여행에 대한 기대가 숙소에 대한 아쉬움을 압도하게 마련인데 그렇지가 않을 정도였다. 이왕이면 연박을 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공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더 많은 가족과 여럿이서 방문하면 더 좋을 듯하다.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제주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 폴부엌 이층집. 다음에 또 좋은 인연이 닿길 바라는 마음이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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