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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어느 순간

도심 속 숨겨진 나만의 산장

  TRAVEL ㅣ JULY 2020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세월을 머금은 곳에서 보내는 오늘


글ㆍ사진   홍수진



코로나로 인하여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당연할 줄만 알았던 것이 당연한 것들이 아님을 느끼게 되는 요즘, 달라진 일상만큼 곁에 남은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 


날씨는 완연한 봄날에서 초여름으로 지나가는 계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 그런 답답한 현실 속에서 소중한 사람과의 잠시 동안 일탈은 그 어떤 여행보다 더 완벽한 힐링이 되어주는 듯싶다. 멋진 공간 그리고 공간과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기억 속 어딘가에서.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썸웨어(somewhere)는 ‘시간이 흐르는 집’이라는 슬로건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위치를 확인하고 집으로 가면서 나는, 이런 동네에서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조용한 골목길, 이국적인 느낌의 식당과 카페들이 마치 잠시 서울이 아닌 먼 나라로 여행 온 기분마저 들게 해주었다. 


‘이런 곳에 산다면 매일이 여행 같은 기분이겠지?'



문자로 받은 비밀번호를 꾹 누르고 대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제일 먼저 보인다. 회색 담벼락 너머로 이렇게 따뜻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니, 요즘 유행하는 멋진 카페보다 더욱더 멋스러운 우리만의 아지트가 되어주는 마당이다.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면, 초록에 가려진 하늘마저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여행의 기분은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감각 있는 독특한 모양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마저 들었던 레트로 느낌의 인테리어는, 우리에게 하루만 머무는 여행이 아닌, 어린 시절로 순간 이동한 묘한 기분마저 들게 해주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칠 수가 없는 썸웨어의 소품들. 높은 천장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채광이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품위 있게 해준다. 사람으로 따지면 진한 위스키 향이 나는 우아한 여인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예사롭지 않은 썸웨어만의 매력은 함께한 우리 모두를 만족시켜주었고, 우린 이곳에서 우리만의 서툴지만 완벽한 파티를 준비하기로 했다.



파티 준비에 앞서, 일단은 자축 웰컴 티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머무는 내내 부족함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원두와 묵직한 커피 그라인더. 어쩜 어메니티들까지도 이 집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파티를 즐기기 전 간단히 집을 둘러보기로 했다. 침실 4개와 다이닝 룸, 마루로 된 기다란 복도와 화장실, 욕실이 2개인 2층 집. 그래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갖기에 더더욱 완벽한 곳이었던 썸웨어.



다이닝 룸 바로 옆에 있는 기다란 나무 복도로는 그날의 색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비 오는 날은 조금 더 짙은 갈색을, 맑은 날에는 반짝반짝 비추는 갈색 등을 말이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문을 활짝 열고 그날의 기온을 느끼며 때로는 차도 마시고, 막걸리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1층에 있는 싱글 방과 더블룸 방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했다. 화장대와 높은 침대가 있는 더블룸은 커다란 창문 밖의 돌담을 보며 마치 제주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방이었고, 싱글룸은 낮은 이부자리와 나무로 된 앉은뱅이책상이 놓여있는 혼자서 사색을 즐기기에 완벽한 방이었다.



복도 한쪽에는 서너 명이 함께 앉아 차를 마시기에 좋은 다실이 있었다. 다실을 지나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을 오르면 들리는 나무 소리가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켰더랬다.



2층 계단 끝을 가면 양쪽 옆에 방문이 있었고 한쪽에는 모던한 싱글 침대가 놓여있는 싱글룸이, 또 다른 한쪽에는 더블침대 두 개를 붙여놓은 이 집에서 가장 큰 방이 나왔다.



각각 방에는 공간의 틈을 이용한 책상이 있었는데 나무로 된 책상만의 느낌도 좋았지만, 책상 옆 창문 밖의 이국적인 풍경이 나는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창문 밖 풍경은 이곳을 더욱더 이국적이게 해주었고, 굳이 애써서 멀리 여행 갈 필요도 또 위험하게 해외를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랜만에 정말 멀리 여행 온 기분이 들어서 우리 모두의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주는 창문이기도 했다.



집 구경을 끝내고 본격적인 파티를 즐겼다. 썸웨어 주변에는 유명한 식당도 많았고 괜찮은 배달 음식도 꽤 많았지만, 이렇게 멋진 곳을 놔두고 다른 곳에서 저녁을 보낸다는 건 왠지 큰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들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배달해서 먹기에는 집에 대한 배신인 것 같아 우리는 미리 장 봐온 음식들로 이 집과 어울리는 저녁을 차려 먹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하루를 이렇게 완벽한 곳에서 보내게 되니 우리의 시간이 더더욱 값지게 된 것 같아 마음속 뿌듯함마저 들었다.



그렇게 기분대로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 썸웨어의 체크아웃 시간은 오후 2시. 넉넉한 체크아웃 시간 덕분에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즐겨본다. 근처 유명한 빵집에 들러 갓 구운 신선한 빵과 오렌지 주스를 사 왔다.



전날 저녁보다 소박한 아침이지만, 공간이 멋있다 보니 이마저도 근사하게 느껴진다. 썸웨어에 있는 마음에 드는 그릇에 빵과 아침을 가득 담아 기분 좋은 음악을 틀어놓고 느릿하게 준비하는 아침.



고소한 커피 향과 짙은 차의 향이 더욱 잘 어울리는 공간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늦잠도 자고 게으름을 피우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일은 줄었어도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우리에게 오랜만에 주어지는 느긋한 시간이었다.



짧은 하루였지만 완벽한 쉼을 가질 수 있었던 공간이 주는 선물. 여행이라는 것이 꼭 차를 타고 멀리 가야만 여행은 아니니까,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멋진 공간에서 보내는 단 몇 시간 동안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 주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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