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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초대 : 월화여인숙


달빛이 영롱한 바닷가 여인숙의 재해석


WHY

바다를 기억하는 공간


70년대 말,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죽도 해변에 월화여인숙이 오픈했다. 고된 바다 일을 하는 외지 인들이 지친 몸을 기댈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30년 후, 다시 월화여인숙이 문을 열었다. 그때 그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재오픈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수용해야 하는 여인숙의 특성상 작은 방이 많은 데다 벽돌 건물이라 리모델링은 안전 상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 어쩔 수 없이 오래된 건물을 철거 후 신축을 진행했다.


신축을 하면서도 여인숙의 분위기는 살리고 싶었다. 하얀 벽과 오크 원목 바닥과 가구들로 마무리해 바닷가의 여인숙을 떠올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바닥, 가구 등 전반적으로 나무 소재를 활용해 공간을 구성해 오래된 것이 주는 감성과 나무 특유의 따뜻함과 간결함까지 모두 공간에 잘 녹아 있다. 덕분에 소재를 통일했음에도 심심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가 완성됐다. 눈이 피로하지 않는 공간, 월화여인숙이 바로 그런 곳이다.

똑같은 나무 소재의 가구라도 스탠다드에이의 가구는 달랐다. 둔탁하고 무거운 느낌은 없고, 날렵하면서도 간결한 느낌이 월화여인숙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졌다. 동네의 정서를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 외관 디자인에 많은 고민을 했다는 호스트의 마음이 어디 놓아도 이질감 없이 어울리지만 색깔은 잃지 않는 스탠다드에이의 가구에도 닿아있다.


월화여인숙은 여행지로 핫한 양양에서도 가장 핫한 죽도해변에서 조용히 쉬어 갈 수 있는 휴식처다. 여행의 기분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길맥을 하며 느끼고, 월화여인숙에서는 지금껏 몰랐던 마을의 감성을 느껴볼 것. 가장 핫하기도 하지만 원주민들은 가장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양양 인구리로의 여행, 월화여인숙과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떨까.



PEOPLE

일상을 여행하는 동네 여행자


여행을 좋아하는 호스트 부부는 2000년 후반, 처음 월화여인숙이 있던 이 해변을 알게 됐다. 옛 7번 국도를 따라 여행 중 우연히 이 동네를 알게 됐고, 지금과 달리 정말 아무것도 없던 죽도해변에 차를 세우고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한없이 넓은 죽도 바다를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이런 곳에 작은 시골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준 곳이지만 서울로 돌아와 이내 잊고 지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0년대 중반 이곳을 다시 찾았고, 그때는 보이지 않던 몇 개의 서핑숍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이 동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끌렸다. 이곳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 그렇게 바닷가 바로 앞의 구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 월화여인숙이 있는 인구중앙길을 만나게 됐고, 은행나무가 우거진 이 길에 매력을 느껴 매물을 알아보던 중에 소개받은 곳이 월화여인숙 자리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여행은 ‘내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 잠시 편입되는 것’이다. 반드시 들러야 하는 관광지에 가고, 도장 깨기 하듯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작은 읍면 여관에서 하루를 지내고 천천히 마을을 구경하고, 동네 목욕탕에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경험해보는 그런 여행을 좋아한다. 이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공간이 월화여인숙이 되길 바란다.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을 안고 있는 인구리, 시변리, 동산리는 연령대가 높은 원주민과 오직 서핑을 위해 이주한 젊은 세대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이 곳의 분위기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필요했던 공간이 바로 월화여인숙이다. 호스트 두 사람을 위한 공간을 넘어 이 동네를 다르게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바람이 담긴 공간이다.



LOCATION

서핑의 중심에서 힐링을 외치다


양양의 서핑의 중심지다. 오직 서핑을 위해 양양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많고, 양양 해변가에는 서핑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서퍼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월화여인숙은 양양에서 가장 힙한 죽도해변과 인구해변 가까이에 있다. 총 3층 규모의 건물에 2~3층 복층으로 구성돼 있고, 2개의 침실, 2.5개의 화장실, 거실, 다이닝 공간이 있다. 바닷가 마을에 있지만 월화여인숙은 ‘바닷가 숙소’를 지향하지 않는다. 지척에 바다가 있지만 오션뷰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마운틴 뷰에 가깝다.


게스트들은 힘들고 지쳤던 일상에서 벗어나 소박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인구리에서 주민의 잠시나마 주민의 삶을 살아보게 된다. 숙소 밖에서는 마을의 멋진 분위기를 한껏 누리고 숙소 안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뒷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볼 수 있는 테라스는 일출 명소 동해에서 만나는 일몰 명소다. 월화여인숙의 게스트 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 같은 특권이다. 높은 건물 없이 옹기종이 모인 마을의 집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주민들과 새롭게 편입된 이주민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 월화여인숙의 호스트가 사랑하는 인구리의 풍경이다.



MAKING STORY

70년대 말 바닷가 여인숙의 드라마틱한 변화


신축을 결정했지만 월화여인숙에서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는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 특히 2층에서 동쪽 메인 도로를 향해 난 창들이 예쁜 건물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꼭 모두에게 보여주고 마음이 컸다. 두 사람은 신축을 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기존 건물의 파사드 느낌을 유지해 월화여인숙의 전통성을 유지할 것. 특이한 건물이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 너무 눈에 띄는 건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주변 건물들과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는 심플한 외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둘째, 실내 공간 구성에서 빛, 공기, 사람 이 세 가지 요소의 동선을 고민할 것. 아침에 동쪽의 5개 창에서 빛이 들어오며 하루를 시작하고 서쪽 테라스로 해가 옮겨 가기까지 월화여인숙의 창들이 빛을 따라간다. 뒷산에서 부는 바람이 서쪽의 창을 타고 들어와 자연스럽게 각각의 공간들을 스쳐갈 수 있게 창과 실링 팬을 구성했다. 빛과 바람이 가장 예쁘게, 사용자들의 동선에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고심했다. 현관문을 지나 좁은 통로에 있는 게스트룸, 욕실과 화장실을 지나 높은 천장의 거실 공간으로 확장되는 사람의 동선, 그리고 다시 한 층 위의 게스트룸까지 수직으로 확장되는 공간을 만들었다.


셋째, 내부 마감을 최대한 단순하게 유지할 것. 잘 짜여진 공간이 최고의 인테리어라는 생각으로 공간 구성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사용하는 재료는 모두 ‘진짜’를 고집했다. 나무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나무로, 소품들 모두 진품으로 구성해 마치 공간 자체가 잘 짜여진 가구처럼 보이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속초, 양양 일대에서 많은 작업을 해 온 덕산건설에서 시공을 맡아 꽤 난이도가 있는 작업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복층 구조의 건물과 천창 등 쉽지 않은 작업임에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호스트가 상주하지 않는 곳이라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에너지 소스. 아직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인구리에서 기름 보일러나 LPG 보일러를 사용할 경우 지속적으로 확인을 하며 보충을 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고민 끝에 월화여인숙의 에너지소스는 모두 전기로 결정했고, 냉방은 물론 전기보일러를 통한 바닥 난방 및 인덕션까지 전기로 에너지소스를 해결했다. 이 부분 역시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시공사의 협조와 노력으로 호스트의 니즈가 잘 반영됐다. 비용은 조금 더 증가했지만 관리의 편리성과 강원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화재 예방도 훨씬 줄어들었다. 모든 냉난방은 구글 네스트를 통하여 게스트 입실 전에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원격으로 조절하고 있다.



SPACE

양양 사는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월화여인숙은 손 대면 경보음이 울릴 것 같이 깎아 놓은 듯한 공간이 아니다. 공간에 들어서면 보이는 스탠다드 에이의 원목 가구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정점에 데려다 놓는다. 드넓은 바다를 보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를 한 바퀴 휘 걸어보는 것도 좋지만 월화여인숙에 들어서면 어쩐지 계속 머무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분명 처음 온 곳인데 어딘지 모르게 낯익고, 낯섦을 느끼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임에도 그 낯익음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원하는 음악을 세팅하고, 오래된 빈티지 오디오에서 유려하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 있는 사운드에 귀를 기울인다. 왜 호스트가 빈티지 오디오를 자랑스러워했는지 경험해본 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천장을 타고 2층까지 전해지는 음악은, 음악 자체를 넘어 힐링의 시간을 선물한다. 늦은 밤,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 조금은 휑하게 느껴지는 거실을 뒤로하고 조용히 와인 한 잔 기울일 때도 음악은 필수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인 게스트룸은 한 마디로 잠이 잘 오는 곳이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잠자리를 가리는 통에 여행에서 늘 피곤한 채로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면 월화여인숙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이 공간은 적당하면서도 완벽한 조도를 자랑한다. 햇살이 쏟아지기보다는 조용히 공간에 머물렀다 사라지는 것이다. 침대 헤드 쪽 선반에 놓인 책에는 호스트의 취향이 묻어있다.


공간마다 살고 싶은 집의 포인트가 하나씩, 혹은 그 이상 존재한다. 높은 층고, 문을 열면 보이는 긴 계단, 큰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 요리하고 싶어지는 주방, 분리된 화장실과 욕실까지. 모든 것을 월화여인숙에 담았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서 행복함을 안고 돌아가길 바라는 호스트의 배려다. 달빛이 영롱한 월화여인숙에서 하룻밤, 이제 준비는 끝났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 철학이 있는 디자인

DESIGN | 누군가의 취향이 있는 공간

MIND | 여행이 아닌 잠깐의 이주

PRICE | 각기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휴가



글 ⓒ류창희

사진 ⓒ박기훈



월화여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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