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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해변가, 즐거운 나의 집 : 써니사이드업





바닷마을 언덕 위 작은 집


WHY

꿈이 담긴 공간


서퍼들의 천국, 스웩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양양에서 제법 조용한 해변을 만났다. 여행을 좋아하는 호스트 부부가 우연히 여행 차 들렀던 양양 갯마을 길가에서 이 공간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저 조용하고 예쁜 동네에 세컨드 하우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동산 사무소를 찾았는데 단 두 번 만에 지금의 집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졌다. 


집 자체는 낡았지만 탁 트인 옥상에서 보이는 바다 뷰가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공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막연히 이 동네, 이 집에 빠져버린 것이다. 20년이 훌쩍 넘은 1998년에 지어진 이 집은 역시나 손볼 곳이 너무나 많았다. 하자가 생기면 조금씩 임시방편으로 수리를 해서 살아온 집이라 대대적인 공사가 반드시 필요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집은 썩고 있었고, 그렇게 계약 후 3년 동안 흉가처럼 방치되었다. 서울에서의 본업이 바빴고 그러다 보니 3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 아름다운 뷰를 가진 집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조금씩 좋아하는 방향으로 고치고 바꿔 나갔다.


공사를 시작하고 나서도 이 공간의 목적은 호스트 부부의 세컨드 하우스였다. 지금처럼 스테이를 하거나 카페로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공간이 변하면서 생각도 변했다. 해외여행을 하며 묵었던 여러 에어비앤비에서 받았던 좋은 기억들을 공간에 녹여냈다. 


이 동네의 모든 집은 벽돌로 되어있고, 동그란 창이 있다. 마치 한꺼번에 이주를 위해 찾은 사람들이 많은 동네인 듯 보인다. 저마다 다른 색, 조금씩 다른 모양의 집이지만 공통점이 또렷하다. 이 동네에서는 총 16가구가 산다. 인근의 인구 해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작은 마을이다. 바다도 마치 16가구 만을 위한 프라이빗 비치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내부에서 바다가 온전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집 앞에는 야트막한 동산이 있다. 바다를 떠올리며 이곳에 왔다가 산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고 돌아간다. 동그란 창에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나무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산장여행 기분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



PEOPLE

확고한 취향을 가진 여행자


최재식 대표는 CF 감독으로 일해오며 국내외 여러 곳으로 장소 헌팅을 다녔다. 좋은 것을 많이 본 만큼 취향에 맞는 것만 써니사이드업에 들여놓고 싶었다. 소품 하나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만큼 음악, 이곳만의 향 등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최근에는 수토메가 써니사이드업에 맞는 향을 블렌딩해 이제 써니사이드만의 향기가 생겼다. 류혜련 대표 역시 서울에서 일을 하면서 주말마다 양양을 오가며 서포트하고 있다. 처음엔 피곤하게 느껴졌지만 점점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손님들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점점 애정이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이 공간만의 분위기를 살려 팝업 전시나 스토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예쁜 곳이 아니라 반드시 이곳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 1층 카페 공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그너처 메뉴를 만들고, 커피를 공부하는 중이다. 


스테이에서 볼 수 있는 노란색 매뉴얼 북 역시 최 대표가 본업을 살려 직접 콘티를 그리듯 그려 넣은 그림도 구성했다. 턴테이블 작동법 등 다양한 매뉴얼을 이해하기 쉽도록 직접 그림으로 설명했다. 두 사람의 써니사이드업은 이제 계속 취향을 담아 변화 중이다.



LOCATION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우리 동네


이 마을 사람들은 농담 삼아 이곳을 ‘갯니포니아’라고 부른다. 마을의 이름인 ‘갯마을길’의 ‘갯’과 캘리포니아를 더해서 만든 재미있는 이름이다. 양양에서 가장 핫한 죽도해변과도 꽤 가까운데 이런 보석 같은 바닷가가 숨어있는 줄 미처 몰랐다. 작은 서핑 숍들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은 ‘핫’한 동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정겹다. 어디를 가나 핫플레이스가 넘쳐나는 도시를 벗어나 여행을 왔는데 여기서도 또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은 써니사이드업의 스테이와 카페가 나만의 핫플이길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호스트가 옥상에 반해 덜컥 계약했다는 말이 옥상에 올라가 보니 이해가 간다. 가까이서 보는 바다도 물론 좋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매일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 산다면 익숙해질 수도 있지만 이왕 눈에 익는 풍경이라면 빌딩 숲보다는 여기가 낫겠다는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비슷비슷한 높이의 건물들 사이로 바라보는 바다는 언제나 옳다. 심지어 써니사이드업은 경사진 길에 있어 바다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MAKING STORY

바닷마을 언덕 위 작은 집


제법 오래 버려둔 공간을 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자료 조사를 꾸준히 하며 PPT를 만들어 공간별 콘셉트를 정리했다.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느낀 분위기를 이곳에 옮겨 담고 싶었다. 그곳의 습도, 햇살이 주는 평화로운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페인 세비아의 숙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곳. 4층 건물을 통째로 빌려주는 그곳은 중정이 디귿자 형태로 있고,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았다. 그곳의 기억을 써니사이드업에 심었다.


조경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인테리어 외에 조경 전문 업체를 따로 구했을 정도. 덕분에 비용 면에서 조경이 차지하는 비율이 꽤 높았지만 만족도가 크다. 일괄적으로 모양을 맞춘 조경이 아닌 각기 다른 모양, 색을 지닌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앞마당에는 사초류 등 환경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키가 작은 식물을 심었고, 2층 발코니에는 그라스류 식물을 식재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1층의 층고가 워낙 낮은 편이라 탁 트인 개방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원래 이곳은 스쿠버 하는 분들이 연세를 내고 살던 집. 작은 카페 공간에 방을 다섯 개로 나눠 생활한 곳이었다. 그렇게 낮은 층고를 잘 극복해서 인테리어를 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았고, 스튜디오 스테이와 함께 하게 됐다. 호스트가 원하는 바와 시공 업체 간의 의견 조율도 수월한 편이었다. 이해도도 높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많이 주고받았다.


동네가 가진 특색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16가구 모두 벽돌집이고 창문이 동그란 것이 특징인데 그 통일성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스테이 공간은 방이 3개였는데 벽을 터서 지금의 다이닝 테이블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창틀과 구조는 모두 그대로다. 마감이나 디테일한 부분만 오래된 집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수했다.



SPACE

완전한 쉼을 찾아서


2층 스테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거실의 동그란 창. 그 창을 통해 발코니에 심어 놓은 식물들이 보이고, 그 너머로 제법 경사가 있는 뒷산도 보인다.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어 의미 있다. 리조트 느낌이 물씬 나는 리빙룸을 지나면 다이닝 공간이 펼쳐진다. 큰 창과 긴 원목 다이닝 테이블, 그 위를 밝히는 큰 라탄 조명까지 게스트가 완벽히 쉬었다 갔으면 하는 호스트의 바람이 잘 전달된다. 


다이닝 테이블과 마주하는 곳에는 작지만 알찬 키친이 있다. 냉장고는 물론 각종 조리도구와 와인잔, 토스터, 세탁기까지 구비되어 있고, 웰컴 와인 한 병도 제공한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할 수 있도록 냉장고에는 요거트와 날달걀도 갖추어 놓았다. 쉬는 여행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닐 것 없이 숙소에서 잘 쉬었다 가라는 호스트의 마음이 담겨 있다.

키친 옆으로는 작은방 하나가 있다. 나무로 짠 옷장과 화장대, 침대가 놓여있는 군더더기 없는 공간이다. 그 옆으로는 넓은 안방이 있다. 적당히 쏟아지는 햇살, 나무로 제작한 수납장, 침대 뒤 벽에 걸어 놓은 러그까지 여백이 미와 스타일링이 적절히 섞인 공간이다. 
게스트를 위한 가운까지 입으면 정말 호화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대부분의 가구를 나무로 제작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하고 편안하다. 


가장 신경을 쓴 곳 중 하나는 욕실이다. 욕실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지 않고, 바닥의 돌을 밟고 싶을 정도로 휴양지 리조트의 느낌을 그대로 담았다. 백사장의 모래를 밟고 싶은 것처럼 욕실의 돌바닥은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 호스트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포인트다. 어서 나가고 싶은 욕실이 아니라 오래 머무르고 싶은 욕실은 써니사이드업의 욕실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4 POINT OF VIEW


ORIGINALITY | 우리만의 디자인

DESIGN |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MIND | 그저 멍 하니 보내는 하루

PRICE | 휴양지에서의 하루


글 ⓒ류창희

사진 ⓒ박기훈 (@arc_factory)



써니사이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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