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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의 OFF를 꿈꾸는 서울리안들의 도피처 : 크로베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완벽한 OFF의 공간 


글ㆍ사진   이형기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라이프스타일의 모습들이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서도 그 변화는 다가왔는데, 내가 느낀 부분은 여행의 정의가 새롭게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여행은 목적지가 있고, 목적지에서 내가 경험하고자 하는 콘텐츠들이 있었다. ‘파리에 가서 예술 작품들을 보고 오겠어’,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투어를 하고 오겠어’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여행을 갈 수가 없게 되니 일단 집을 떠나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어버렸다. 나에게 익숙한 공간인 집, 회사, 동네만 아니라면 어디든 상관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짧게는 근교의 카페를 가기도 하고 멀리는 제주도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이런 개념에서 제주도 숙소를 고를 때 고려했던 것 중 하나가 '내 일상과의 완벽한 OFF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 다녀온 숙소는 '크로베 한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다른 유명 관광지와 거리가 있는 편이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 골목길을 이동해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곳에 숙소가 있어?' 라는 의문이 들었을 텐데 이번 여행에서는 '제발 이런 곳에 숙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베 한라', '크로베 산방' 스테이 2채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스테이 사이에는 거리가 꽤 있어서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크로베는 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통해 숙소로 들어가는 구조다.


마당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바베큐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티타임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크로베 한라의 하이라이트인 월풀.


월풀이 마당에 있어서 밤에 발을 담그며 시간을 보내면 이보다 더 완벽한 OFF의 시간은 또 없을 것 같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크로베 한라는 복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1층에는 거실 겸 주방, 욕실, 화장실, 침실, 마루 방이 있고 2층에는 거실과 침실이 있다.




거실 겸 주방에는 식탁과 요리를 할 수 있는 도구들이 준비가 되어 있다. 창문 밖으로는 서울의 답답한 아파트 건물이 아닌 제주도의 푸른 자연이 펼쳐진다.



1층의 마루 방.


조그만 상 위에는 사장님께서 챙겨주신 제주도의 빵이 준비되어 있었고, 창문 너머로는 마당이 보였다.


이 뷰가 대단한 절경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도스러운 일상의 모습이 인상적이라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숨을 돌렸다. 



OFF를 하기에는 책만 한 것이 없을 것 같아서 몇 권 챙겨온 책.


스마트폰을 잠시 멀리 떨어뜨려놓고 책을 읽으며 6.2인치의 화면이 아닌 종이에 담긴 텍스트를 읽었다.



바로 옆에 있는 1층의 침실.


푹신한 더블 침대, 하얀색의 깨끗한 침구, 나무로 만든 바닥, 그리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까지 모두가 여유로운 여행을 도와주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문을 열면 앞의 마루 방이 보인다. 침대 방에서 개방감을 느끼고 싶을 때는 문을 열어 창문 밖의 풍경을 보면 되고, 아늑하고 독립된 느낌을 원하면 문을 닫고 시간을 보내면 되는 옵션이 세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묵은 숙소의 사진들로 만든 엽서.


이 공간에서 느낀 영감을 적어도 좋고, 생각나는 사람에게 손글씨를 써도 좋을 듯하다.



욕실과 화장실의 집기들은 모두 일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마치 일본의 어느 시골 마을에 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메니티와 타월도 넉넉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서 여행을 하는 내내 불편함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층 다락방의 거실.


소파 하나와 카펫, 그리고 플로어 스탠드 조명 하나가 전부이다. 아마 외부와의 완벽한 OFF를 하고 싶다면 이 소파가 제일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2층 다락의 침실은 문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얇은 천이 따로 문의 역할을 따로 하고 있었을 뿐.



이 방 안에도 넓은 더블 침대가 있었다.


1층과의 차이는 TV가 있었다는 점인데, OFF를 하러 온 여행이었으니까 따로 TV를 틀지는 않았다.



크로베 한라에서의 저녁이 되었다.


낮의 모습도 고즈넉하니 좋았는데, 저녁이 되니까 그 매력이 더 배가 된 느낌.


저녁의 빛이 스테이에서 나오는 빛 외에는 없다는 점이 외부와 단절되었다는 사실을 더 명확하게 해주었다.



제일 하고 싶었던 월풀에서의 족욕.


물이 탕에 차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물멍을 한다.


물이 차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간에 앉아 발을 담그며 서울에서의 일상과 여행에서의 피로를 씻어낸다.


많은 여행을 가봤지만, 내가 묵는 숙소의 마당에서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이 시간의 기억이 꽤 짙어서 서울로 돌아온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족욕을 마치고 여행 중간에 사 왔던 와인과 로컬 추천 맛집에서 포장해 온 음식들을 식탁에 풀어낸다.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90점의 점수를 받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품종 와인과 십원향의 만두들. 뉴질랜드와 중국에서 온 음식들이 제주도의 밤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와인 하나 음식 하나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니 서울에서의 시간들 위에 기분 좋은 덮어쓰기가 되어버렸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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