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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취향을 만나러 가는 여행 : 올리브하우스

명소를 돌아다니지 않고도 여행이 될 수 있음을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옛친구를 만나듯 

반가운 곳으로

글ㆍ사진 ㅣ 김송이


친구가 보고 싶은 요즘이다.


옛날에 하루 종일 붙어다녔던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하나둘 연락이 끊기고 남은 친구들도 생활이 바빠 한 달에 한두번 보기도 쉽지가 않다. 가끔 하루를 보내다 보면 친구와 가볍게 이야기 나누고 웃는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지금의 날씨는 유독 그렇다. 이런 감정을 여행으로 환기하고 싶어 무작정 기차에 올랐다. 



울산역에 내렸다. 나는 유년 시절과 10대 시절 모두를 울산에서 보내었는데 그 때문인지 지역 이름만 보아도 옛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운 마음이 든다. 역을 나서면 정말로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작은 기대를 했는데.. 그건 모르겠고 이 친구한테 인사 먼저 하련다. 내가 왔다, 울산!



하얀 외벽의 이곳 1층은 카페 올리브맨션이 자리하고 2층과 3층에 올리브하우스가 있다. 울산역에서 차를 타고 40분 거리에 있는 북구 염포동에 위치해 있다. 울산역은 조금 멀지만, 울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15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번화가와 가깝다. 


올리브하우스는 올리브맨션에서 호스트님이 얼굴을 마주하고 체크인을 도와주신다. 하지만 올리브맨션이 휴무인 수요일은 어쩔 수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하는데 내가 방문했던 날이 하필이면 수요일이어서 혼자 체크인을 진행하였다. 괜찮다, 나는 멋있는 어른이니까.


사실 멋진 어른이어도 혼자 하는 체크인이 걱정됐지만 당일에 상세한 설명이 담긴 문자 메세지를 받아 어려움 없이 체크인 할 수 있었다. 



문을 열었더니 내가 알던 울산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러 조명과 향기, 따뜻한 영화가 흘러나오는 공간의 분위기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올리브하우스의 1층은 주방과 다이닝 테이블, 화장실이 있다. 주방은 식기류와 조리도구, 기본 조미료들이 준비되어 있어 간단한 요리를 하기 좋았다. 식기류들은 저마다 올리브색 띠를 두르고 있었는데 올리브하우스의 아이덴티티 컬러를 보여주는 디테일이었다. 이런 디테일은 공간이 얼마나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있는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복선이었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2층을 마주한다. 2층은 두 개의 침실과 휴식 공간이 있다. 휴식 공간은 빔프로젝터와 보드게임 그리고 책들이 준비되어 있다. USB에 보고 싶은 영화를 담아 오면 빔프로젝터에 연결해 영화를 볼 수 있다. 


2층은 호스트님이 준비한 취향의 피날레 공간이다. 미드 센추리 감성을 한껏 머금은 가구와 빈티지 소품이 만들어낸 조화로움은 올리브하우스의 정체성이다.



내가 머물렀던 첫 번째 침실이다. 한쪽 벽면에 커다란 창을 내어 해가 좋은 날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화분이 놓인 선반 아래에는 헤어드라이어와 함께 고데기까지 준비되어 있다. 



올리브하우스는 종이책 형태의 방명록은 없다. 대신 올드맥에 메모장을 띄워두고 방명록처럼 기록한다. 덕분에 나는 이전에 머물렀던 이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 분도 올리브하우스의 감성에 한껏 빠지셨던 것이 분명하다. 


모니터의 하부가 호빵을 닮은 이 친구는 호스트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모델이라고 한다. 토독토독 키보드를 두드려 나의 하루를 짧게 적어보았다. 이후의 누군가가 내가 남겨둔 하루를 그려볼 수 있도록.



귀여운 원숭이와 곰돌이 인형이 맞이하는 이곳은 두 번째 침실이다. 첫 번째 침실과 색이 비슷한 듯 달라 특유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공간마다 다른 컬러감은 올리브하우스를 구경하는 또 다른 재미이다.



올리브하우스에서는 영국의 팝 아트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관처럼 올리브하우스는 공간마다 연출을 달리하여 무궁무진한 표현 방식을 실천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관찰자가 되어 올리브하우스가 그려낸 그림을 바라볼 뿐이다. 



아침이 되니 햇살과 함께 침대맡에 놓인 꽃이 인사를 건네었다. 올리브하우스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살고 있다. 생기로운 아침이었다.



오전 10시 30분 정도에 호스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식이 준비되었으니 갖다주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다. 올리브하우스의 조식은 올리브맨션에서 준비해 가져다주신다. 호스트님이 가져다주신 조식은 모두 부족함 없이 맛있었고 건강한 구성의 식사는 아침의 시작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체크아웃을 끝낸 뒤 올리브맨션에 들렀다. 이른 점심의 올리브맨션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의 커피 맛이 울산 사람들한테 소문이 다 난 모양이었다. 서둘러 이곳의 커피 맛을 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한 모금 마시고 사람들로 붐비는 이유를 알았다. 이봐요! 나도 진작에 이 맛 좀 알려주지!



올리브맨션 역시 올리브하우스처럼 호스트님의 취향이 가득 표현되어 있었다. 다양한 화분과 미드 센추리 가구 그리고 영화. 올리브하우스에서 보낸 시간만큼 그들이 나의 취향인 것처럼 익숙해져 있었다.


올리브맨션과 올리브하우스에 있는 가구 중 호스트님이 직접 만드시는 것들은 올리브맨션 사이트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도록. 다양한 화분들은 근처 꽃 시장에서 호스트님이 데려온 친구들이라고 한다. 무엇 하나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어 빠짐없이 그의 사랑이 느껴졌다.



올리브맨션은 여러 테이블이 있었는데 나는 이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카메라를 통해 찍히는 나의 모습이 옆에 있는 작은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는 요소가 재미있었다. 어릴 적 꿈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소원 성취했다.



커피를 마시고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올리브하우스와 올리브맨션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하루를 함께 하여 벌써 정이 들었는지 헤어짐이 아쉬웠다. 


울산은 여행지로써 떠올리기 쉽지 않은 곳이다. '울산에서 여행을 간다면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해?'라고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을 때면 나의 고향이 여행지로써도 부족함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간절곶, 대왕암공원, 태화강, 롯데백화점 위의 관람차... 등 여러 명소들을 열거하였다. 하지만 이제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올리브하우스'를 이야기하려 한다. 유명한 장소들을 돌아다니지 않고 누군가의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아마 머지않은 시간에 나는 올리브하우스를 또 찾을 것이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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