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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따스한 햇살 : 스테이 보리

긴 겨울 끝에 만난 새싹처럼.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숨을 고르고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기


글ㆍ사진 ㅣ 김문영

아침저녁으로 봄바람이 살랑이면, 살며시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적당한 두께의 재킷. 퇴근길 광화문 산책. 테라스 카페에서 마시는 아이스커피. 그리고 휴일 낮에 혼자 보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봄이 오기 전 겨울 끝자락에 리틀 포레스트를 보았고, 영화를 보고 나니 유난히 길고 고되었던 겨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토박이로 돌아갈 고향은 없지만, 한적한 마을에 나의 취향이 담긴 집을 마음속으로 그렸다. 영화 속 '혜원'처럼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숲.


조금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그렇게 우연히 전라도 나주 '스테이 보리'로 떠났다.


여러 여행지를 다녔지만 나주는 처음이었는데 조용한 마을이었다. 날씨가 맑아서 낯선 골목을 걸어가는 길들이 즐거웠다.



대문을 열고 들어간 스테이 보리는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었고, 마당을 공유하며 본채 한 동과 별채 두 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본채에 들어서니, 키가 큰 식물이 반겨주었다. 자세히 보니 어떤 매력을 가진 식물인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손글씨로 적혀진 메모가 있었다. 식물을 사랑하시는구나. 섬개 야광 이외에도 스테이 보리에 있는 모든 식물들은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선명한 초록을 띄고 있었다.



우드와 화이트 톤을 베이스로 침실, 거실, 주방, 다이닝 공간, 욕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본채의 창은 모두 시원시원하게 컸는데, 빽빽한 건물들 사이에서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답답한 블라인드를 늘 쳐두는 서울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창 너머로 넓은 마당과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꽤 즐거웠다. 



빈티지 펜던트 조명 아래 우드톤의 주방은 마음에 쏙 들었다. 아래 수납장 속에도 취향에 맞는 그릇들이 있었다. 곳곳에 귀여운 오브제들이 함께 있었고, 일회용 수세미 대신에 천연 수세미가 있는 점도 입꼬리에 미소가 지어질 만큼 좋았다. 나중에 나만의 주방이 생긴다면 이렇게 하고 싶을 만큼.



제네바 스피커에는 스테이 보리에 어울리는 CD가 재생되고 있었다. 그 너머 다이닝 공간은 의자, 패브릭, 포스터, 타일이 알록달록한 색들로 조화롭게 있었다. 타인의 취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괜스레 그 사람이 궁금해지곤 하는데, 호스트님은 어떤 분이실지 궁금해졌다.



다이닝 테이블 위에 놓인 이용 안내서 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사용이나 보일러 사용할 때는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안내 문구가 따로 또 쓰여 있었다. 처음 온 곳이었지만 자주 온 곳처럼 어렵지 않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호스트님의 배려가 느껴졌다.

 


침실은 따로 문 없이 거실과 통해져 있었는데,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다. 침실에도 역시 귀여운 빈티지 조명이 있었는데 서까래와 아주 잘 어울렸다.



봄이 되어 해가 길어졌다.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약간은 붉어진 노을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사무실에서 일할 땐 잘 볼 수 없는 해가 길게 들어오는 이 시간. 밤으로 어스름하게 넘어가는 이 시간이 좋다.



무르익은 노을빛은 스테이 보리를 더 진한 색으로 물들여 주었다. 



동네 산책을 가볍게 하고 나주곰탕을 먹고 돌아왔다. 밤의 공기는 아주 살짝 차가웠지만, 곰탕을 먹어서 몸이 따뜻했다. 스테이 보리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씻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다가 잠에 들었다.



매트리스와 이불이 좋아서 잠을 푹- 잤다.


일어나서는 커피를 내려마셨다. 잠을 쫓으려 마시는 커피가 아니고, 드립 백에 대충 내려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핸드밀로 갈아서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는 오랜만이었다. 몇 년 전 이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이 좋아서 커피를 배우기도 했었는데. 요즘 또 좋아하는 일에 뜸했구나 생각했다. 오랜만에 내려 마시는 드립 커피는 적당하게 부드러웠고, 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했다.



커피를 마시고는 별채 서가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게 책장을 들여다보는 것인데, 흥미로워 보이는 책이 많았다. 서가에는 빔프로젝터도 있어 미디어도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하나의 별채에는 족욕 공간이 있다. 문을 여니 빈티지 타일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좋은 시간들을 보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지도 궁금해지는 공간이었다.



퇴실 시간이 12시여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우연히 오게 된 스테이 보리는 내 취향과 꽤 맞닿아 있어서, 있지도 않은 고향집으로 돌아온 것 같기도 했고 미래에 나의 집에 잠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내가 어떤 때에 마음이 편한지, 어떤 것들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것들을 좋아했었는지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움츠리고 있었던 겨울을 이제는 정말로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스테이 보리는 봄바람이 불어올 때 문득 생각이 날 것 같고, 새로운 날들을 맞이할 용기가 필요할 때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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