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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잔잔하고 깊은 환대 : 하저스테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소중한 이가 

떠오르는


글ㆍ사진   이다솜, 김송이



영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한가지였다. 바로 영덕 대게! 나에게 영덕이란 곧 대게였다. 영덕 하면 대게, 대게 하면 영덕. 그런 대게의 고장에 새로운 스테이가 오픈했다고 한다. 



수많은 지역 중에 왜 영덕인 걸까? 영덕에는 대게가 아닌 다른 무엇이 있을까? 과연 영덕의 새로운 스테이는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눈앞의 일을 급하게 처리하던 매일, 어떤 이유에선지 멀리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새로운 환경으로 나를 던지고 싶었다. 모든 것이 바뀐 시점에서의 나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갑자기 영덕의 '하저스테이'로 떠났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두 시간이 조금 넘어 포항역에 도착했다. 포항은 광활하고 정돈된 도시였다. 포항역의 편의점에서 물을 사 목을 축인 뒤, 차를 빌려 영덕으로 곧장 떠났다.



영덕으로 가는 길은 바닷가를 끼고 산뜻한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이었다. 바다를 마주하고 가까이 보고 싶어 잠시 차에서 내렸다. 동해 특유의 진하고 깊은 색감, 비릿한 향과 강한 바람, 철썩이는 파도 소리까지. 이제야 내가 서울을 떠났구나 싶었다.



대게를 판매하는 식당이 줄지어 있고,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올라간 뒤 하얀 3층의 건물을 마주했다. 커다란 흰색 건물은 하저리의 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하저스테이. 깔끔한 외관과 큼지막한 수영장이 눈길을 끄는 곳이었다.  



커다란 흰색 건물은 하저리의 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하저스테이. 깔끔한 외관과 큼지막한 수영장이 눈길을 끄는 곳이었다.



주방에는 아일랜드 식탁과 여러 식기가 있어 간편하게 이용하기에 좋았다. 거실 양쪽 두 개의 방은 널찍하고 푹신한 퀸사이즈 침대가 있었다. 화장실은 3개로 여럿이 이용함에도 불편함이 전혀 없어 보였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옥상에서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가 있었고, 뒤로는 산이 있어 상쾌한 공기가 이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도심에서 맡기 어려운 맑은 공기였다. 달콤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내 몸에서 필요로 하고 있었나 보다. 



봄이 되고 있어 바람이 시원했다. 서늘한 공기를 코끝으로 맡으며 따뜻하고 풀에 몸을 담갔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수영하며 실컷 물장구를 쳤다. 금세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온수 풀에 들어가 펼쳐진 바다, 저무는 노을을 보고 멍때리는 시간은 아득하게 느껴졌다.



물놀이하니 출출해져 대게 집을 찾아 나섰다. 차로 5분이 걸리지 않아 가까운 식당에 도착했다. 대게가 쪄지는 동안 정갈한 밑반찬을 먹어 치웠다. 직원분들이 친절하셔서 맛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대게가 나온 뒤 허겁지겁 먹었다.


작은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 이래서 영덕 대게라고 하는구나! 과연 그 이름값처럼, 아니 그 이상의 만족감을 느꼈다. 신선하고 뜨끈한 대게 정식은 헛헛한 마음을 한가득 채워 주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영화관으로 불리는 옆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커다란 공간이 있었다. 디즈니, 넷플릭스와 왓챠를 포함한 다양한 OTT를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블루투스 스피커의 음질이 좋았다. 



같이 간 동료와 함께 기다란 소파에 누워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유튜브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마치 철없던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던 옛날이 그리웠나 보다. 



영화관 옆에는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준비되어 있는 빅 테이블과 많은 장작들은 지금까지 하저스테이를 방문하였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며 추억을 쌓았을까 생각하게 하였다.


잠시 바깥에서 숨을 고르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놓은 별이 가득했다. 아는 별자리가 몇 없지만 알고 있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은 한눈에 띄어 반가웠다. 어두운 밤, 별을 바라보며 기뻐하던 적이 언제였을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침대에 늘어져 있기에 바빴지, 주변의 자연을 눈여겨보던 적은 아주 오래전 같았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 캡슐머신으로 모닝커피를 마셨다. 짧은 하루를 보냈음에도 몸과 마음이 회복됨을 느꼈다. 일상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았다.


영덕은 맛있는 대게뿐만 아니라 깊은 바다, 산이 있어 시원한 공기를 마주할 수 있는 도시이다. 자연과 가까운 하저스테이에 머무르는 동안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언덕 위의 하얀 집, 하저스테이에 있는 동안 잠시 떨어져 있는 가족, 친구들이 계속 생각났다. 



좋은 순간에 누군가가 생각난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 하던데, 아무래도 이곳은 소중한 사람들을 자꾸 떠오르게 하는 곳인 것 같다. 


계절이 바뀐 뒤 그들과 영덕을 찾아와 다시 하저스테이에서 머무를 것 같다. 바다의 잔잔하고 깊은 환대를 맞으며 나는 다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것이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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