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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담은 마루에 머물다 : 스테이림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 둘만의 시간


글ㆍ사진   이자성&박세은



녹음은 옅어지고 하늘은 점점 청명해진다. 바람의 온도가 달라짐이 느껴지는 날. 여름의 끝자락 강릉으로 떠났다. 쾌청한 날씨에 신나서 드라이브하다 보니, 서울에서 강릉까지 금세 날아온 느낌이었다. 대문 옆에 주차 공간이 있어 편하게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다.



태풍이 비구름을 다 가지고 간 걸까? 마당 한가운데 서 보니, 파아란 하늘 위 하얀 구름이 둥둥 떠 있다. 대문을 지나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바로 들어올 수 있는 현관문이 있다. 모든 문은 천천히 부드럽게 닫혀 큰소리가 나지 않았다. 현관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앞에 보이는 벽장에 짐을 보관할 수 있다. 



‘스테이림’은 한옥의 선입견을 깨버리는 곳이었다. 여행하다 보면 아름답지만 생활하기 불편한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선 필요하다고 생각한 물건이 동선에 맞게 착착 자리하고 있었다.


부엌 선반에 준비된 그릇은 사이즈가 다양해 사용하기 용이했다. 준비해주신 원두로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여러 다기가 마련돼 차를 마시기에도 좋다. 집게나 가위도 찾기 쉬운 곳에 있어 편리했다.


풀이 보이는 침대. 침대 양옆에 각각 콘센트와 조명이 있다. 항상 붙어 지내는 우리지만 잠드는 시간만은 각자 다를 때가 있다. 오늘 밤에는 서로 불 꺼달라는 얘기를 안 해도 된다.



주방 옆 작은 문을 통해 족욕을 할 수 있는 마당으로 나갈 수 있다. 족욕탕에 사해 소금을 넣었다. 운전으로 피로했던 발이 사르르 녹는다. 사해 소금 옆에는 탄산수와 애플 주스 웰컴 드링크.


스테이림에 비치된 여러 기기에 대해서는 호스트님이 문자로 자세히 안내해주셨기에 머무르는 내내 편리했다. 직접 만든 여행리스트도 같이 보내주셔서 근처 맛집이나 카페를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샤워실과 세면대,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다. 샤워할 때 물 세기도 완벽했다. 너무 세지고 약하지도 않은 세기.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여행하다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기에, 머무는 사람을 위한 세심한 공간이란 느낌이 들었다. 수건도 넉넉하고 뽀송하다. 샤워하고 나오면 바로 입을 수 있는 남녀 사이즈의 가운이 문 앞에 준비되어 있다.


공간 곳곳에 편안한 향이 나는 나무나 돌이 있다. 걸어두신 천 주머니 속에서도 향이 난다.



마음에 드는 LP를 찾는 중이다. 잔잔하지만 비트가 있으며 밤에 듣기 좋은 음악과, 편안한 뉘앙스로 아침에 듣기 좋은 음악을 골라 듣고 싶은 순서대로 우리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었다. 읽고 싶었던 책도 너무 많았다. 여유를 부리며 마당에서 책을 읽고 싶었지만, 강릉에 왔으니 바다를 봐야지! 해가 저물기 전 동네를 빠져나왔다.



스테이림에서 가까운 바다까지 차를 타고 15분 정도 걸린다. 동해의 청량함은 언제봐도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저녁이라 발만 살짝 담가 보았다. 경포호 근처 습지에는 아직 연꽃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연잎과 연꽃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연꽃이 만개할 시점에 왔으면 더 신비로웠을 것 같다.


해가 지면서 구름이 더 웅장해졌다. 하늘에 오로라가 생긴 것 같다. 노을빛이 번져 하늘에도 붉은 파도가 친다. 날씨가 주는 기쁨을 여행하는 내내 만끽할 수 있었다. 해가 저무니 손톱달이 나와 우리를 반겨주었다. 간단하게 맥주와 먹을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LG 스탠바이미’를 켜보았다. 다양한 OTT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어 가볍게 볼만한 영화를 틀었다. 스탠드형 모니터라 이동이 손쉬워서 침실로 가져가 누워서 볼 수도 있었다. RIM이라고 쓰인 침구가 폭신하니, 잠이 잘 올 것 같다.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밤의 RIM.



일어나자마자 후다닥 나와 바다로 향했다. 어제 발만 담갔던 것이 못내 아쉬워서일까? 바닷가를 서성이다 결국! 

'퐁당' 

막상 들어가고 나니 그렇게 춥지 않았다. 둥실둥실 파도 장단에 맞춰 신나게 아침 수영을 하고 돌아왔다.



어제 사 놓았던 빵을 데우고, 커피를 내려 툇마루에 앉았다. LP판 핀이 움직이며 소리가 자작거린다. 아침에 들으려고 준비한 음악을 들으며, 툇마루에서 함께하는 아침. 아침 식사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우리 둘만의 시간이다.


바다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바다가 가까워서 좋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도착해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점 또한 좋았다. 여행 계획을 열심히 세우지 않더라도 림에서 보내준 여행 리스트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카페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좋다. 다시 오고 싶은 강릉. 스테이림. 안녕.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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