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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를 기다려줄 정원 : oh세화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표정을 품고


글ㆍ사진  신은지



선천적 집순이를 초조하게 만드는 계절이 찾아왔다. 가을. 이 계절만큼은 몸소 밖으로 나가 맞이하고 또 배웅해주어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는 다시 제멋대로 떠나버리기 때문에. 적절히 따스하고 또 서늘한, 기분 좋은 공기를 맡다보니 벌써부터 서운해졌다. 그리고 제주행을 결심했다.


대단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고, 가장 아름다운 이 계절에 제주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여행지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좌읍 세화리에 마음이 갔다. 처음 제주 여행을 갔을 때 들렸던 사랑스러운 동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동네의 이름을 단 'oh세화(오세화)'에서 하루를 지내기로 했다.



세화리에서는 정기적으로 오일장이 열리는데, 마침 도착한 날이 장 서는 날이었다. 각종 과일이며 먹을거리가 가득한 가판대에서 고민만 하다가 빈 손으로 숙소로 향했다. 뚜벅이 여행자는 짐이 무섭다. 못내 제철 과일이 눈에 아른거렸지만 oh세화(오세화)에 도착한 순간 아쉬움이 사라졌다. 화원 혹은 과수원이라는 별명을 붙여도 좋을 만큼 수목이 다채롭다. 나뭇가지에는 감이나 무화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호스트님의 따스한 환대를 받으며 공간을 둘러봤다. 그리스의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새하얀 벽면과 독특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면서도 무척 정겹고 제주답다. 


이번 여행에서 묵을 공간은 oh세화의 B동. 아이들이 작은 수영장으로 쓸 만큼 넉넉한 조적 욕조와 천창이 있는 침실을 사용할 수 있다.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탁 트인 천장 등 공간감이 새롭다. 


oh세화의 설계는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했다. 구조가 무척 다채롭고, 외부의 자연을 다양한 방식으로 내부에 끌어들인 점이 인상깊었다.



벽을 따라 이어지는 창으로 화사한 햇빛이 스며드는 1층. 창 너머에는 B동이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뒷뜰이 있어 편안히 열어두고 지내도 좋다. 공간 이곳저곳을 구경하는데 수다스러운 새소리가 들려온다.


안쪽에는 제주의 돌담을 연상시키는 작은 벽 너머, 창을 마주하고 큼직한 욕조가 배치되어 있었다.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따듯한 물에 몸을 녹일 생각을 하니 그 자체로 힐링이다. 



높은 천장 아래 자리한 주방을 살펴보는데 귀여운 바구니 안에 먹음직스러운 베이글과 잼, 버터, 스프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별도의 비용 추가 없이 제공되는 조식 메뉴다. 주방에는 인덕션과 토스트기, 커피 머신 등 다양한 집기기 구비되어 간단한 요리가 가능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높이 솟은 박공 지붕 아래 침실이 펼쳐진다. 왠지 모르게 박공 천장 아래 마련된 침실은 이토록 넓음에도 다락방처럼 편안하다는 느낌을 준다. 침대 맞은편에는 수직으로 길게 절개된 창이, 위쪽에는 하늘을 향해 열린 천창이 있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드는 침실. 프라이빗한 외부 테라스도 이용 가능하다.



원래는 체크인 후 주변 여행지 몇 군데를 돌아보려 했는데, oh세화에 발을 디딘 순간 이후의 모든 계획은 단호히 철회됐다. 이미 작은 제주 그 자체다. 다양한 수목 사이, 넓은 앞마당 곳곳에는 편히 쉴 수 있도록 라운지 체어나 벤치, 테이블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에는 잔디밭에 주저앉았다. 멍멍이를 쓰다듬어주어야 했기 때문.


oh세화에는 아주 젠틀한 멍멍이가 살고 있다. 멍멍이의 이름은 봄이. 촉촉히 젖은 까만 코가 매력적인 하얀 강아지다. 관리동 안에서 우리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같이 놀고 싶어하니 호스트님이 슬쩍 내보내 주셨다. 넓은 잔디밭, 탐스러운 열매와 꽃, 발 밑에 느긋히 드러누운 하얀 강아지, 그리고 맑은 하늘과 아주 멋진 집. 내가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을 깨닫는 아주 평범하고 특별한 순간이었다.



어디 나가지 않고 계속 oh세화에 있을 거라 하니 호스트님이 입실 전인 객실을 구경시켜주셨다. 관리동 뒤에는 1-2인실로 운영되는 C, D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담한 공간임에도 침대의 머리맡이나 테이블 옆마다 큼직한 창이 나 있어 활짝 열린 느낌을 받았다. 다른 동처럼, 창 너머에는 아기자기한 정원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머물 객실인 B동 맞은편에는 A동이 서 있다. B동과 이란성 쌍둥이처럼 오묘히 변주된 박공형의 매스가 눈에 들어온다. A동에도 큼직한 욕조가 있는데 2층의 테라스를 마주하고 있어 조금 색다른 구성이었으며, 침실과 계단 사이에 수직으로 뻗은 창이 무척 압도적인 인상을 주었다.



정원을 거니는 발걸음마다 계속 엄마가 생각났다. 집의 정원관리사를 도맡은 우리 엄마. 베란다의 작은 정원도 무척 사랑스럽지만 oh세화에서 자라는 식물은 정말 자유롭고 풍성해 보인다. 이곳에 오면 참 좋아하실 것 같다. 가족이 다 같이 여행 오기에 너무도 쾌적하고 편안한 곳이다.


이렇게 넓은 정원을 관리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건강하게 잘 정돈된 식물을 보니 호스트님이 이곳을 참 부지런하고 철저히 관리하신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oh세화는 모든 계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 것이다. 동백이 공간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고, 감나무와 귤나무, 낑깡, 무화과가 곳곳에 탐스러운 열매를 맺고 있다. 무화과는 얼마나 달콤한지 새가 쪼아먹은 흔적이 가득. 심지어는 복숭아 나무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과실수가 공존하는 숙소는 처음이었다. 


또 객실로 이어지는 어귀에는 남천 나무가 작은 터널을 이루고, 관리동 앞에는 태어나서 본 유칼리툽스와 올리브 나무 중 가장 큰 수형이 자라난다. 제주 땅이라서 이렇게 크게 자란단다. 모든 풍경이 건강하게 반짝인다. 



욕망이 가득한 눈으로 정원을 구석구석 보는 모습을 호스트님이 발견하신 모양이었다. 지금 감이 아주 맛있게 익었다며 한번 따 보라고 하셨다. 어색하게 버벅이는 손놀림 끝에 정말 예쁜 감 3개를 구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 본 감. 예상치 못한 처음이 참 많아 기분이 좋다. 



해가 기울수록 oh세화는 새로워졌다. 짙은 노을이 공간 깊숙히 스며들고, 작은 마을은 두 노란 빛으로 물들었다.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 세화해변을 둘러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슬렁슬렁, 도보로 10분만 걸으면 세화해변에 도착한다.



5시 30분의 세화해변. 동쪽에서 보는 일몰이 특별했다. 아주 멀리서 사그러드는 빛을 받아 바다며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떤 지형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어옴에도 바다는 잔잔했다. 아주 한결같은 모습의 바다였다. 세화해변이 아름답다 하는 말이 참이었구나. 


검은 돌의 땅, 그리고 느슨한 햇빛을 밭아 작게 반짝이는 물과 모래 사이를 걷는 사람들. 눈과 귀를 가득 채운 바다의 존재. 내가 이 평화로운 풍경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에 문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우리집 oh세화로. 같은 곳을 여러 번, 각기 다른 시간의 풍경으로 마주하고 와서인지 나는 이제 자신만만해졌다. 나는 이제 바다로 가는 길을 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알고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해 온 피로한 몸을 따듯한 물에 담구었다. 창문을 살짝 열어 놓았더니 서늘한 밤 공기가 들어와 짧은 스파의 시간이 더욱 윤택해졌다. 앞으로의 일정도, 혹은 여행이 끝난 이후의 일상도 아주 잘 이루어갈 수 있다는 자신 또한 생겼다. 여행이 주는 회복의 힘이다.



창 너머 들어오는 햇빛에 자연스럽게 아침을 시작했다. 어제는 날이 무척 맑았는데 오늘은 조금 흐리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 새가 없었다. 날이 쌀쌀하고 흐리니 따듯하고 든든한 아침 식사를 챙겨야지. 


주방의 조리대 앞에는 활짝 열 수 있는 창문이 있다. 창문을 열어두고 아침을 준비하니 괜히 더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이 아침에도 귀여운 새소리는 여전했다.



어제 따 두었던 감과, 냉장고에 들어 있던 사과를 함께 준비했다. 토스트기에 구운 베이글은 아주 고소한 향이 났고, 크림치즈와 버터, 잼까지 다양하게 마련해주셔서 만족스러운 아침을 완성했다. 


체크아웃은 오전 11시. 다음에는 연박으로 오래오래 머물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며 oh세화를 떠났다.



oh세화에서 비자림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여행하기 무척 편하다. 비자림으로 향하는 길.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내게 완벽한 가을을 선물해 준 공간이 다음 계절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했다. 


아쉬움은 흔적으로 남는다. 해변가 모래사장 위에 끄적여 둔 손글씨나, 작은 돌을 얼기설기 웅숭그려 만든 작은 탑 같은 것들. 그렇게 여행의 흔적을 안고 있는 것들. 나는 세화에 내 마음의 정원을 두고 왔다. 언제고 꼭 살아보고 싶은 정원을 작은 꿈으로 남겨 두었다. 오직 나를 위한 계절의 풍경을 담고,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표정으로, 기꺼이 환대해 줄 것만 같은 상냥한 정원. 충만하고 아름다운 머무름이었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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