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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품이 되어주는 곳 : 산온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온기로
위안이 되는 시간


글ㆍ사진  한아름


2022년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한창 바쁘고 지쳐 있을 땐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하니 아쉬움과 공허함이 훅 밀려왔다. 아마도 시간의 유한함을 핑계로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못해 더 그런 것 같았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조차 다 지나가 버리기 전에 한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부터 하얀 눈이 내리던 날. 기온은 제법 따뜻해서 움직이기 좋은 날씨였다. 오랜만에 건넨 전화에도 반갑게 받아준 친구들과 모여 양평 강하면으로 향했다. 하얗게 덮인 시골길을 한참을 달려 동네 끝자락 작은 산 앞에 도착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머물 곳. 산 품에 안겨 있는 집 ‘산온’이었다.



대문 안 너른 마당 안에도 소복이 눈이 쌓여 있었고 그 뒤로 반듯하면서 정겨운 집 한 채가 놓여 있었다. ‘산온’은 배산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이곳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온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하여 완성하였다. 눈에 덮여 감춰져 있지만 마당 곳곳엔 크고 작은 나무와 식물들이, 그 사이사이에 작은 바위들이 놓여 자연의 흐름에 함께하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부드러운 향기와 따뜻한 온기로 차가운 우리를 감싸 안아주었다. 천천히 천천히 산온의 안으로 한 발짝씩 이동하며 내부를 둘러보았다.



현관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마치 별채 같은 작은방 하나가 있었고 그 옆으로 실내 욕조가 있는 욕실이 이어졌다. 짧은 복도를 지나 거실과 주방 공간에 들어서니 세련된 인테리어 위로 고풍스러운 서까래가 눈에 띄었다.



한옥의 특징을 살린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거실과 주방 벽을 꽉 채운 통창으로 산과 마당의 풍경을 안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창 너머로 툇마루가 이어져 밖을 안처럼 안을 밖처럼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주방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새하얀 창 앞 포근한 침대로 가득 찬 방 하나가 더 나왔다. 그리고 이 방 끝에 야외 욕조로 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어느 공간에서도 안팎을 즐길 수 있는 산온의 특징이 방에서도 돋보였다.



산온의 온기만큼이나 다정하고 섬세한 호스트의 배려에 마음도 따스해졌다. 손 글씨로 적어둔 환영 인사말과 함께 머무는 동안 즐길 수 있는 다과와 차, 커피 그리고 책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 숲속에서 산온이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회용 어메니티와 필수적인 일회용품에서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각자 오늘 머물 공간을 둘러본 후 만족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거실로 모여 앉았다. 이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각자의 이야기들을 하나둘 꺼내고 이야기와 함께 나눠 마실 차와 커피를 내렸다. 오랜만에 나누는 서로의 온기로 위로와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 



해가 저물어 가는지도 모른 채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그래도 이 순간 산온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을 놓칠 수가 없었다. 바깥 대나무 담장에 둘러싸인 야외 욕조의 물을 틀었다.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 그리고 욕조 위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툇마루에 앉아 자연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호흡했다. 



어느 정도 물이 차올랐을 때 와인 한 병과 과일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산의 적막함 속에서 노천탕을 즐기니 산온의 이름처럼 따뜻하고 평온했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물이 만나 흩날리는 물안개도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각자 준비해온 것들로 간단하게 저녁 식탁을 차렸다. 주방 가득 채운 아일랜드 식탁은 만들면서 먹기도 하고 또 마시기도 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다시 이어 나가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소복소복 땅 위로 내리는 눈처럼 우리들의 이야기들도 켜켜이 쌓여갔다.



화사하게 빛나는 아침 햇살에 잠이 깼다. 처마에 생긴 고드름이 금세 녹아 비처럼 뚝뚝 떨어질 정도로 유난히 따뜻한 아침이었다. 그리고 어제와는 다르게 산온의 통창 앞엔 자연이 그려낸 그림자 그림들로 다채로움이 가득했다. 



맛있는 음식, 따뜻한 공간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 이것만으로 내 마음을 채우기엔 충분했다. 이렇게 보통날이 특별해지는 데에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023년에는 바쁜 일상을 핑계 삼지 말고 내가 원하는 나를 위한 시간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본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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