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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일깨우는 몰입의 시간 : 플라쥬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재즈의 포근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집


글ㆍ사진  길보경



한해의 끝이 다가올수록 ‘어떻게 하면 더 잘 살지?’에 관한 고민이 깊어진다. 더 나은 나, 더 나은 삶을 만나려면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까. 고민이 꼬리를 물고 맴돌다 그 끝엔 ‘여행하듯 살자!’는 결심이 선다.



작년에 마지막으로 떠난 부산에서 ‘여행하듯 살기’는 어떤 의미일까 얼마간 생각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대하는 것은 비일상적 시공간에서 느꼈던 삶의 태도를 생활로 끌어오는 것. 그건 아마 관찰자의 시선으로 무엇이든 순수하게 바라보는 일이겠지. 여행의 태도로 세상을 마주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모든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뜻밖에 마주한 어려움과 불운에도 관대함을 잃지 않기. 지구의 장중하고 미려한 풍경에 감사하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시간이기에 오직 현재에 집중하기,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으로서 최대한 가볍고 소박해야 하므로 물건을 소유하려는 욕망으로부터 멀어지기. 무엇보다 여행의 감각이 무뎌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떠나기.’



부산에서 머문 플라쥬는 여행만이 주는 특별한 감각은 물론 일상의 감각 또한 일깨우는 집이다. 누군가의 생활공간처럼 익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면서도 독특한 몇몇의 요소가 이곳을 우리만의 사적인 휴양지로 만든다.


플라쥬의 비일상적인 면모는 모든 공간의 시선이 통하는 중정에서 비롯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햇볕이 드리우는 중정과 그 중정을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는 1.5평에 달하는 실내 욕조가 있다. 욕조가 포함된 욕실과 화장실, 세면대가 별도로 나뉘어 있어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또한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등의 기본 어매니티와 러쉬 입욕제와 샴푸, 바디 워시 등을 갖춰 친환경을 지향하는 호스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침실에는 3인이 눕기에 넉넉한 크기의 침대와 무드등, 옷걸이, 미니 거울만을 배치해 간결하면서도 편안한 무드를 연출했다. 하얗고 폭신한 침구는 숙면을 취하기에 더없이 완벽했다. 침실의 문을 열고 나가면 비밀 통로가 있는데, 계단을 따라 오르면 루프탑이 나온다. 큰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 야외 활동이 가능한 계절에 온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플라쥬의 문을 열었을 때부터 계속해서 감미로운 재즈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실에 놓인 제노바 스피커였는데, 실로 이곳엔 재즈와 관련된 음악과 책이 가득했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꼭 어울리는 Vince Guaraldi Trio의 <A Charlie Brown Christmas>나 개인적으로 매우 애정하는 곡인 <The Girl from Ipanema>가 담긴 Getz/Gilberto의 앨범, Nina Simone의 오리지널 앨범 시리즈 등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책장에는 그림책과 예술, 인문 분야의 서적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소설책도 상당해 폭신한 소파에 누워 재즈를 감상하며 ‘독서의 시간’을 가져도 매우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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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레이아웃의 주방.  넉넉한 수납공간과 조리 공간을 갖춘 데다 다이닝 테이블과 바로 맞닿은 아일랜드 덕분에 음식을 만들고 식탁으로 옮기기가 편리했다. 또한 상부장과 하부장에는 조리 기구와 식기가 종류별로 가득했다. 화이트 컬러의 마감과 우드 소재가 자아내는 모던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는 주방에 머무는 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아침 식사 때 곁들이기 좋은 시리얼과 디카페인 커피, 홈 파티를 위한 용품 등은 호스트의 사려 깊은 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저녁 메뉴는 딸기 리코타 샐러드, 구운 야채, 부챗살 스테이크이다. 그리고 디저트로 먹을 크리스마스 루돌프 케이크! 평소 즐기던 와인과 위스키도 준비했다. 이때도 우리는 역시 재즈를 들으면서 여유롭게 요리를 하고,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만찬을 즐겼다.



식사 후에는 거실에서 빔프로젝터로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인 파리 시즌 3>를 보았다. 위스키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니 호화스러운 휴식의 시간이 따로 없었다. 자기 전에는 반신욕을 했는데, 욕조가 워낙 커서 책이나 간식 등을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넓은 욕조에 몸을 담그니 모든 피로가 날아가는 듯했다. 잔잔한 시간 속에서 잠시 잊었던 좋은 에너지를 가득 채웠다.



개운하게 일어난 아침,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고 재즈를 틀었다. 향긋한 커피 향이 코를 감싸고, 감미로운 선율이 들려왔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 <포트레이트 인 재즈>와 하이케 팔러의 <100 인생 그림책>을 번갈아 읽었다. 인상 깊은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다가 문득 한 가지 문장이 스쳐 갔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그저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 짧든 길든 언제나 여행을 지속하면서.’



[Info]

주소 -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 9번 길 24-9 (송정동) 2층

기준 인원 - 3인(최대 3인)

구성 - 거실, 주방, 침실, 루프탑, 욕실(실내 욕조), 화장실

주변 추천 spot -

송정해수욕장/ 해운대블루라인파크 송정정거장/ 부산시립미술관/ 뱅오제니스 송정(와인숍)/ 원조할매국밥(돼지국밥)/ 올드머그(카페)/ 해운마루(회)/ 디아트커피(카페)/ 뉴포트(카페-광안리)/ 어가(회-전포)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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