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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찾는 여행 : 산온 리트릿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도시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다


글ㆍ사진  김용성


나의 직업은 건축사진작가이다. 수없이 많은 공간과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며 그 속에 숨겨진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먼 곳을 이동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이 직업의 숙명이다. 가치를 기록할 수 있는 곳이라면 제주도는 물론 해외 역시 물불 가리지 않고 출발한다. 어쩌면 이게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단점이다. 늘 출장을 떠날 때면 일과 여행이 동반되기 때문에 점점 그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 역시 그 경계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그 경계를 가장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연 스테이를 촬영하러 갔을 때 느낄 수 있다.



이번에 방문하게 된 스테이는 안동에 위치한 산온 리트릿이라는 곳이다. 이번을 기회로 안동에 처음 방문하게 되어서 더욱 설레는 기분으로 안동행 기차에 탑승했다. 그렇게 무턱대고 도착한 안동역엔 내가 출발한 서울과는 정말 너무도 다른 색을 하고 있었다. 회색빛의 도시가 아닌 차분한 겨울나무의 색들도 가득 찼다. 지나다니는 차들과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나는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



산온 리트릿의 의미는 “도시를 벗어나 휴식을 취한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 뜻을 애써 찾지 않더라도 숙소에 도착하니 몸으로 잔뜩 느낄 수 있었다. 겨울철이라 허허벌판으로 보이는 논들과 안동스러운 한옥들이 주변에 조금씩 있을 뿐 아주 고요했다. 마치 논밭에 떠 있는 작은 무인도인 것 같았다.



예스러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딘가 이질적인 한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습관처럼 짐을 풀기도 전에 공간을 살피고 구조를 확인했다. 전체적으로 수평적인 요소들을 활용하여 전체적인 공간을 낮게 연출해 심적으로 품어주는 느낌과 동시에 안락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 공간에 하이라이트로 보이는 풀장을 보고 직업정신 가득한 말은 다 집어치우고 뛰어놀고 싶었다.



가까스로 신나는 맘을 부여잡고 내부에 들어갔다. 복도는 간결하게 끝과 끝을 연결하여 입구에서부터 공간의 끝을 바라볼 수 있었다.



깔끔한 벽 마감과 창들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는 처마, 곳곳에 위치한 동양적인 포인트들을 보며 이 공간이 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전달받았다. 사진으로도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한바탕 공간을 둘러보고 난 후 다이닝 룸으로 향했다. 웰컴 티로 준비된 사과주스가 놓여있었다. 익히 들으니 할아버지가 직접 재배하신 사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난 어디를 가도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지만, 이번엔 달콤한 사과주스를 한잔 마셨다. 시원한 사과주스를 먹었지만, 괜스레 마음은 더욱 따듯해졌다.



주방에 우드톤의 벽 뒤로 향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등장한다. 조금은 어두운 조명과 더욱 진해진 동양의 포인트들 사이에 턴테이블과 작은 정원, 그리고 다소곳하게 놓인 다도 한 상이 놓인 티룸이다.



바로 맞은 편에는 창이 위치해 밖에 고요한 풍경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조금은 추웠던 날씨에 몸과 마음을 녹이니 어딘가 들떴던 마음이 진정되는 듯했다. 이러한 순간이 내가 찾던 일과 여행의 경계를 나누는 명확한 선이다. 어느새 촬영은 뒷전이 되며 스스로 공간에 녹아들고 본질을 느끼는 순간, 이 순간이야말로 나에겐 여행의 일부분이 되어준다. 그 결과 나는 여행도 일에 대한 결과물도 모두를 잡아내는 그런 경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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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은 차를 다 마시고 내부를 떠나 숙소 외부로 여행을 떠났다. 물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어느새 해는 하루 중 가장 뜨거운 듯한 빛을 내고 있었으며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온 세상이 노랗게 물드는 것은 하루 중 가장 짧은 순간임과 동시에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다.



노랗게 물든 하늘에 내가 찍는 곳은 어느새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이었다. 또 그런 빛에 비친 산온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떨어지는 노을에 취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하늘은 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다시금 사진작가인 나로 돌아왔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깊은 파란색이 온 세상을 덮음과 동시에 찾아오는 이 고요함. 어두운 밤을 향해 가는 차가운 빛들, 저 멀리 다시금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태양을 멀리하며 지는 노을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이 모든 것들이 조화롭다. 산온의 모습과 안동의 풍경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색의 향연이었다.



어느새 밤은 찾아오고 추운 날씨에 밖에서 한참을 있다 보니 따듯하게 몸을 녹일 필요가 있어서 내부의 욕실로 향했다. 이곳 산온의 욕실은 조금 특별했다. 내부를 통해 들어가면 다시금 외부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있다. 욕실과 노천탕 그 사이에 있는 것이다. 보통은 아예 밖에 위치하거나, 안에서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 구조가 일반적인데 이러한 방식은 꽤 직관적이며 상당히 괜찮았다. 사용자에게 선택의 폭을 줄 수 있고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경험 또한 특별하다.



한바탕 몸을 녹이고 오후에 주방에서 얼핏 보았던 커피머신기로 향했다. 이곳은 커피머신기가 놓여진 섹션마저 매력적이었다. 내내 이야기했던 동양의 포인트를 살려 커피와 어우러지게 함과 동시에 공간에서 느껴질 수 있는 심심함을 상쇄시켜줬다. 커피를 갈고 머신기에 넣으며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에 문득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일과 여행의 구분을 위해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일상 중에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과 시기는 많지 않다. 우리는 늘 자유로운 순간을 갈망하며 떠나기를 희망하며 그것을 우리는 “여행”이라고 칭한다. 그만큼 여행의 방식도 수많은 모습으로 존재하며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이고 나 역시도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여행의 방식 중 하나이다. 내가 그곳을 즐기고 느끼고 있는 매 순간이 여행이었던 것이다. 일과 여행이 구분이 힘들 만큼 일이 즐거웠고 매 순간 진심이었다. 이것이 여행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쩌면 일과 여행이 함께하는 이런 삶이야말로 궁극적인 삶의 형태가 아닌가. 일과 여행의 구분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삶의 절반이 우울해졌다.



나의 일상에선 더 이상 여행은 명확하기 힘들 것만 같았고 온전한 쉼은 없을 것만 같았다. 일을 위해 먼 곳을 떠나는 출장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 산온에 방문하여 고요함, 극적임, 특별함, 휴식 등 많은 순간을 즐기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 순간 잃어버렸던 나의 절반을 되찾았으며 다시금 여행을 발견했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던 나를 무심한 듯 달래주는 공간과 공간을 대하는 나의 진심이 더해지며 다시금 나를 재기시킨 것이다. 잊지 못할 경험이며 다시금 뛰어갈 수 있도록 하는 오아시스였다. 모두 나처럼 힘든 시간이 있다면 이곳 단 한 팀을 위한 오아시스, 산온 리트릿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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