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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날로그에게 : 아날로그 우리집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옛것으로

마음을 회복하다


글ㆍ사진  김용성



나의 제주 여행 중 두 번째로 머물렀던 곳이다. 그 이름에서부터 나에겐 반가움이었다. “아날로그”

난 어릴 적부터 아날로그가 가득한 곳에서 자라왔다.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버스는 물론 가로등 하나 없는 곳에서 자랐다. 또래 친구들이 피시방을 즐길 때 나는 논과 밭을 보며 자랐고 치킨을 시켜 먹을 때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백숙을 먹으며 컸다.



때문인지 아직도 그때 습관들이 남아 이상한 고집이 생겼다. 그 좋다는 아이패드를 뒤로 하고 아직도 종이에 메모하며 적어나가고 타이핑을 치는 대신 예쁜 손 글씨 쓰는 법을 연습했다. 또 사진보다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아날로그들 사이에서 약간의 타협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조천에 위치한 이곳은 제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동네 주민분들이 가득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때문인지 동네가 매우 정겨웠다. 현무암과 바다들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상하게도 논, 밭이 가득한 내 고향이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일이 많다는 핑계로 매번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고 가족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이 숙소 앞에 섰을 땐, 잠시나마 내가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겨운 대문과 조금은 세월 감 있는 외관이 그러했다.



“오늘, 우리의 이웃이 되어주겠습니까?”


이곳의 소개 대목이다.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는 한 문장이었다. 어딘지 모를 소속감과 마을에 품어지는 듯한 마음이 들게 하는 문장이다. 그렇게 숙소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섰을 때 나와 내 여자친구 모두 감탄했다.



외부에서 보면서 들어왔던 느낌과는 비슷한 결이지만 강한 임팩트가 있었다. 이쯤에서 숙소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현재까지 4대가 살게 된 집이다. 곳곳에 세월이 가득한 문들과 곳곳에 포인트를 

보며 참 잘 보존했다고 생각했다.     



옛집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디테일은 공간에 그대로 두어 정체성을 보존하고 이곳의 투숙객들에게 작게라도 그 세월의 멋을 전달해 주는 듯하다.



난 이때 여행 일정을 마치고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들어오자마자 후회했다. 왜 이곳을 이렇게 늦게 왔을까 숙소에 이렇게 즐길 거리와 예쁜 것들이 가득하고 이야기가 가득한 것을, 하며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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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는 뉘엿뉘엿 지고 일찍이 잠에 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조천 앞바다에 일출과 함께 숙소를 즐기기로 하며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약간의 계획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그렇게 6시쯤 소풍 가는 날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게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기고 일출을 보러 출발했다. 그런 나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구름은 그림을 그렸고 햇빛은 색을 칠하고 있었다.



황홀한 아침이었다. 추운 겨울, 거세게 부는 바람도 맞아가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추위를 느끼고 숙소에 들어와 따듯한 차 한잔을 준비했다.



입구를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다실과 그 뒤편의 작은 정원이다. 여자친구와 내가 들어오자마자 감탄했던 이유도 이곳의 임팩트였다. 아무도 없는 숙소에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과 멋스러운 옛 분위기, 그리고 따듯한 조명의 색온도는 이곳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그곳에 앉아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며 따듯한 차를 준비했다. 해를 보며 꽁꽁 얼었던 몸을 녹이며 마시는 차는 흥분했던 나를 진정시키고 공간을 즐기라고 말하는 듯했다. 한참을 차 향기에, 공간에, 향기에 취하며 이곳을 즐겼다.



그리고 나선 허기진 배를 채우러 주방을 향했다. 너무 정갈하게 준비된 주방은 꽤 넓고 의자도 많아 여자친구와 꼭 부모님을 모시고 오자며 다짐했다.



앞뒤로 뚫린 창도 길게 빠진 주방에 개방감을 주고 풍경을 끌어들였다. 충분히 제주 같았으며 또 충분히 집 같았다. 



침대도 총 3개로 정말 가족들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다. 너무나도 좋은 기억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옛것을 보고 추억하는 것은 각자의 세대마다 다르다. 나의 세대와 나의 부모님, 조부모님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추억하며 되새긴다. 그 순간들은 이곳을 떠남과 동시에 인생에 또 다른 추억이 된다. 이것이 옛것이 주는 가장 본질적인 이점이 아닐까 싶다.



포근한 분위기 속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들을 보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만, 가히 역대급이라고 생각할 만큼 만족했다. 난 극단적인 표현은 최대한 삼가는 편이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기에 그 좋아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 특히 조천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이곳에서 하루를 묵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오랜 꿈은 내 모든 것이 담긴 스테이를 차리는 것이다. 내가 자랐던 논밭 속 작은 시골집에서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세월을 담은 우리 집을 보존해서 내 감성을 더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것 하나만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렇게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지고 이뤄간 곳을 방문하고 즐겨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무언가 다시금 나아갈 힘을 얻었다고 할까?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며 추진력을 얻고 기운을 차렸다.



제주 여행 2일 차, 오늘도 여행이라고 불릴 만큼 완벽한 순간들이 가득했다. 짧지만 강렬한 이런 여행들이 

쌓이며 나의 여정을 만들어간다. 늘 평가만 했던 공간에 난생 처음 느꼈던 고마움이었다.


고마워 아날로그 우리 집.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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