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미안해.

by 이룸

너에 대한 정보라며 우울한 이야기들이 쏟아질 때

나는 막연히 '이 아이는 내가 책임지고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너를 마주한 지금,

나는 그 마음이 너무 과했던건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부모와의 이별, 늘 만나던 사람들과의 단절

그리고 새로운 세계

혼란스러울 아이에게 내가 가장 가까이서 도움이 되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가 제일 잘 하는 거였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자식 키우는 기분이 이런 건가.

귀한 대접 받았으면 해서 더 혼을 내고 꾸중을 했다.

너 여기서도 충분히 잘 자랄 수 있고 떳떳하게 살 수 있다.

그 마음으로 매일을 그렸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적응 해나갔고,

조금씩 긴장이 풀리며 관성처럼 기존의 자기 모습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짝사랑이 이런건가 싶다.

너무 오래된 감정이라 나한테는

버겁기도 했다.

무턱대고 자라는 내 사랑이 너무 커서

이 아이에게 부담과 압박으로 다가온 건 아닌가 후회를 한다.


조금씩 거리를 두어야 함을 알면서도

내가 너무나도 마음을 쏟은 아이라 그런건지

둘 다 속마음을 곧이 곧대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런건지

어렴풋이

버거워 하는 너를 알면서도

그래도 해야 한다며 기본은 갖춰야 한다며 다그쳤다.


내가 뭔가를 주면 돌아올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데,

내가 뭔가를 보내면 돌려줄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데.


아주 가끔, 차갑게 울음을 삼킨다.

엉엉 울었다가 다시 돌아오면 내가 왜 이러나 생각한다.


아가야,

선생님은 네가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정말 멋진 사람이 될거라고 믿어.

아직 세상에 태어난 지 십여년 밖에 되지 않은 너라

미숙하고 서툰게 당연한데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과 조급함이

너를 힘들게 하고 있나보다 생각하곤 해.


선생님이 더 큰 사람이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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