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혼을 바라는 자녀의 이야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생경한 느낌에 문득 어리숙해지는 때가 생긴다.
아버지는 10년 이상 외도를 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자녀들은 엄마의 표정만 봐도
오늘 아버지가 그 여자를 만나고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병상에 누우셨다.
할머니의 자녀들이 번갈아 병수발을 들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한숨도 주무시지 않는 할머니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 엄마도 동참하라는 압박이 있었다.
엄마는 유방암 환우다.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 장애에 늘 시달린다.
엄마에게는 생명 유지와 신체 회복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1순위 가치가 수면이었다.
여전히 할머니는 잠에 들지 못했다.
엄마는 그날 밤을 꼴딱 새웠다.
녹초가 되어버린 엄마의 하소연 이후
아빠는 엄마를 향해 입을 닫았다.
집안 분위기는 냉담해지고
자녀들은 신경을 곤두세워 눈치를 보기를 며칠,
어느 날 아빠는
세탁을 해놓으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며
이른 아침 고함을 쳤다.
아빠가 그런 요청을 한 사실은 없었다.
엄마와 둘째는 최선을 다해 설명해 봤지만
분위기만 험악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 뒤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제목은 가족회의였지만
실상은 아버지의 감정 표출이 목표였던.
대화를 하자며 앉혀놓은 사람들의 이야기조차
수용할 생각이 없는 아버지와는
말을 섞을수록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둘째에게 쓰레기통을 집어던지며
당신의 강압적인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모두에게 깊은 상처가 새겨졌고
아무것도 아물지 못한 채로 다음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엄마는 불안에 떨었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의 분노 표출 대상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저녁 무슨 일이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엄마는 결심했다. 이 집에서 벗어나기로.
자녀들이 모두 동의했고, 실행에 옮겼다.
그게 5월 말이었다.
그렇게 오늘, 10월 4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