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늘이 내리는 신비
막내딸이 결혼을 준비 중이다.
그 남자 친구와 함께 우리 집으로 오기로 한 날,
나는 대충 집안을 정리해 두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물었다
당신은 민호에게 몇 점 줄 거야?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100점이지."
남편의 표정이 묘하게 찜찜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덧붙였다.
"내가 100점이고, 당신도 100점이잖아?
그러니까 민호도 자연스레 100점이지."
남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신에게 물어본 내가 바보다."
나도 조용히 웃었다.
그는 순간 이것이 내가 매일 신나 있는 이유이자, 내 행복의 비밀이라는 걸 놓치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 시선을 안다.
사람을 재고 비교하고 평가하던 시선,
나 역시 오랫동안 그 눈으로 살아왔다.
존재와 능력, 역할을 뒤섞어 사람을 점수로 이해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생명은 하늘이 내리는 신비'라는 사실을 더는 외면하거나 방임할 수 없다.
사람을 점수로 맞이하면 관계는 시작되기도 전에 좁아지지만,
존재로 맞이하면 그만큼 신비로울 수 있음을 삶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존재를 설명할 다른 말이 없어,
그저 100점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날, 우리 집에 오는 건 딸의 남자 친구 민호만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삶,
또 하나의 세계가 우리 곁에 앉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평가 대신, 자리를 내어주기로 했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랑이란 존재가 존재를 알아보는 일이고,
행복이란 존재가 존재를 기쁘게 맞이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날,
나는 한 사람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삶이 조금 더 넓어지는 순간 속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