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죽어야 새로운 오늘이 태어난다.

이별

by 지향

​지난 주말에는 마을 이장님 댁 아들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과 장례식장 안내 문자가 함께 도착했다.

청천벽력 같은 비보 앞에서 무너져 내렸을 가족들의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내 안에서 하나의 질문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네게 이런 이별이 닥친다 해도, 사랑하는 이와 평온하게 작별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니?"

그날은 유난히 마음이 숙연해졌다.

나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 습관처럼 남편에게 말하곤 한다.

'생애 마지막 날처럼 겸손하게 삽시다'라고.

지금, 나는 삶과 죽음이 매 순간 교차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직물의 씨줄과 날줄처럼,

삶과 죽음으로 촘촘히 엇갈려 짜인 현실에 눈을 뜨면서,

가슴이 조용히 뛰기 시작했다.

노인이나 시한부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죽음이 삶과 등을 맞댄 채, 늘 곁에 서 있었다는 사실은 낯설고도 눈부신 발견이었다.​


그것을 아는 만큼,

존재의 신비와 순간의 소중함을 더 깊이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한때는 모호하게만 들리던,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다'는 문장이 이제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된다.​

어제가 온전히 죽지 않았기에

새로운 오늘이 태어날 수 없었음을 돌아본다.

어제의 고통뿐 아니라,

어제의 아름다움 마저도 말없이 보내고 나면


비로소 새 날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조용히 밝아온다.


나는 그 빛을 고요히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삶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