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by 지향

사춘기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난 원한 적도 없는데 이 세상으로 던져져 있었고,

또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에 눈을 뜨고 있었다.

시작도 끝도, 내 뜻과는 상관이 없었다.

이런 것이 내 인생이라니 어이가 없었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나는 삶의 중심이 '나'라고 믿었다.

세상은 나를 둘러싸고 있고,

삶은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버거웠다.

기쁜 일도, 힘든 일도 모두 나의 몫으로 느껴졌으니까.

갱년기 즈음 어느 날, 아주 고요한 감각이 찾아왔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 속엔 언제 죽어도 괜찮은, 존재의 신비가 맞닿아 있음을 만나는 날이었다.

그때, 알아차렸다.​

내가 지치고 화가 났던 진짜 이유는 내 뜻과 상관없는, 탄생이나 죽음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나'라는 생각이 나를 조이고 있었던 것이다.


대 자연의 흐름과 등을 진 채, 홀로 중심이 되려 애써온 시간이 나를 무겁게 하고 있었다.

그때 부터였다

내가 붙들고 있던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요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자주 떠오른다.

어떤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고 말했던 사람,

그 한 문장이 세상의 중심을 바꾸어 놓았다.

나 역시 조용히 고백하게 되었다.

삶이 나를 둘러싼 것이 아니라,

내가 거대한 운동 속을 함께 돌고 있었다는 것을.

몸도 생각도 감정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에너지였음을.

고정된 '나'는 없었다.

있다고 믿었던 중심은 잠시 붙들고 있던 생각에 불과했다.

삶도 죽음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대자연의 거대한 호흡 같은 것이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

끝없이 나를 조여오던 자아의 고뇌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가 아니었다.

거대한 자전과 공전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하나의 흐름이었다.​


빛과 진동,

보이지 않는 운동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통과한다.


나는 그 흐름을

고요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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