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제야 행복해졌을까?

by 지향

잘나고,

부유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 역시 많은 것을 경험했고 이루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스쳐가는 기쁨일 뿐,

머무는 행복은 아니었다.

먼 길을 돌아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대 자연과 분리된, 조각난 개인에서 전체와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생명임을 누리면서 시작된 행복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스스로에게 묻다가 문득 한 가지를 보게 되었다.

생명의 원리가 곧 행복의 원리라는 것.

봄에 심은 고추 토마토 가지의 씨앗을 떠올린다.

작은 씨앗 하나를 위해 햇빛과 바람, 이슬과 벌, 나비, 땅 속의 미생물까지 온 우주가 조용히 움직인다.​

그렇게 한 생명이 자라고 여름이 되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열매가 열린다.

나는 한때, 이 질서에서 아득히 멀어져 있었다.

계획하고, 애쓰고, 끝내 지쳐갔다.

스스로의 생명을 상품처럼 판단하고 평가하던

차가운 시선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한참을 울었다.

온 우주의 품에 온전히 안겨 있음을 철저히 외면한 채, 눈멀고 귀 먼 삶을 살았음을 돌아보았다.


그때 비로소 보였다.

생명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봄 속에서 저절로 자란다는 것을


행복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연과의 연대를 잃은 삶은 고단했고 메말랐다.​

번지르한 껍질 속, 뛰지 않는 가슴이 얼마나 차갑고 섬뜩한지 나는 잊지 못한다.

이제는 보인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의 수많은 문제들이

생명의 길에서 비켜난 결과라는 것을.

자연과 멀어질수록 사람의 마음도 메말라간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독립된 존재는 아니다.

햇빛과 바람, 흙과 물 수많은 생명들과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생명이다


이제 나는 이 몸을 새롭게 바라본다.

온 우주의 기운과 끊임없이 만나고 흘려보내며 살아가는 열려있는 몸이라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맑고 빛나는 기운 속에 고요히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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